해양, 공공적 가치로 도시를 혁신하다
해양, 공공적 가치로 도시를 혁신하다
  • 박창환 동서대 관광경영컨벤션학과 교수
  • 승인 2023.09.12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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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환 동서대 관광경영컨벤션학과 교수
박창환 동서대 관광경영컨벤션학과 교수

[현대해양] 세계 주요 해양도시들은 ‘해양관광 기반 해양경제’로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UN(2022)에 따르면 전 세계 관광의 80%가 해양에 집중돼 있으며, 해양관광산업을 통해 연간 1,340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된다. 국가별 꾸준한 노력으로 해양관광에도 농담(濃淡)이 생겼다. 지역의 고유한 역사·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한 항구에서부터 대규모 복합리조트의 테마파크까지 다양한 시설물과 해양관광 활동이 더해지면서 해양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되었다. 특히, 호주 골드코스트, 싱가포르 센토사, 시드니 달링하버 등은 도시재생, 워터프런트 개발, 복합리조트 조성 등을 통해 세계적인 해양관광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도 해양관광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부처별 정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그 기저에는 민간주도의 복합개발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복합개발이라는 기능주의 패러다임으로 인해 공간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형식적인 내부 배치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지역의 고유성과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은 규격화된 개발 흐름이 지속되며 어느샌가 해양에는 무수한 ‘선’들이 그어졌다. ‘지역 사회와 신도시와의 선’, ‘신도시와 배후도시와의 선’, ‘지역 문화와 신규 관광자원과의 선’, ‘지역주민과 관광객과의 선’, ‘지역 건축과 신규 시설물과의 선’ 등 다양성과 균형이 조화를 이루어야 할 해양도시에 복합 시설물을 중심으로 한 배타적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해양이 주는 본질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오래전부터 해양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자유로운 문화-놀이-교역-휴식의 공간으로 ‘공해(公海)’라는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공해가 나라의 규범으로 지켜질 때 제국 번영의 기초로써 해양을 중심으로 한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현재 해양에서 공해의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을까? 공해의 근간이 되는 해양자유 가치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하나의 지표다. 해양자유 가치는 행위자 차원과 기반 차원으로 구분된다. 행위자 차원은 행위자가 사회적 의무에서 벗어남으로써 느끼는 ‘심리적 자유’, 도전·낭만·놀이로 표현되는 ‘행동적 자유’, 타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공동체적 자유’를 포함한다. 기반 차원은 해양이 다양한 형태의 자유 실현을 보장하고 자유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접근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차원과 해양공간의 일상생활을 연결함으로써 공해의 원칙이 지켜진다.

해양자유 가치는 개별성의 문제가 아닌 공공성의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 해양공간을 ‘해양 공동체’를 위한 곳으로 바라볼 때 이곳에서 일어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목표가 성과를 거둘 것이다. 헤겔은 “세계의 역사는 다름 아닌 자유에 대한 의식의 진보에 있다”라고 하였다. 코로나 이후 다시 시작하는 해양관광이 자유를 기반으로 한 공공적 가치로 모두가 즐거움을 누리는 장소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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