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양 강국을 향한 머나먼 여정
신해양 강국을 향한 머나먼 여정
  • 최윤희 대한민국해양연맹총재,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장
  • 승인 2023.09.0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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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 대한민국해양연맹총재,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장
최윤희 대한민국해양연맹총재,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장

대한민국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해양 국가이다. 반도 국가로서 지정학적 여건이 그렇고 그 외 해양과 관련한 많은 자료가 이를 입증한다. 짧은 시간 내 불모지와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조선, 해운, 수산 능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특히나 일본, 중국을 제치고 1위의 자리에 오른 조선 능력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깝다. 현재 바다에 떠다니는 5만 톤 급 이상 선박의 80%가 대한민국에서 건조되었다면 누가 믿겠는가? 그 외 해운이 세계 5위, 세계 8위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다. 해양 입국을 염원하는 원로 해양인들이 애써 이룩한 눈물겨운 업적이다.

그토록 어렵사리 이룬 금자탑이 최근 과열된 해양 팽창 정책과 내부 문제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나 중국의 노골적인 팽창 정책은 관련 국제법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미, 중 간의 갈등 심화로 해양 안보 환경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 우리에게 생명줄과도 같은 해상수송로가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이와 함께 인력 부족과 탈탄소화 문제는 독자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심각한 과제이다. 범국가적 대책과 국민의 성원, 해양인의 단합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민국해양연맹’은 ‘국가 해양력 강화’를 치유책으로 내세워 심포지엄, 아카데미, 현장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통상 ‘Sea Power’ 혹은 ‘Maritime Power’로 표현하는 국가 해양력은 바다와 관련한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다. 그 나라의 지정학적 위치와 국민 해양 의식은 물론 국가 정책과 해저 자원, 해양산업 경쟁력, 해군력 등 모든 요소를 망라한다. 평가 결과에서 미국은 단연 1위이다. 한동안 일본이 2위였으나 최근 중국에 추월당했고 미국을 넘보고 있다. 역사적으로 패권 국가들은 예외 없이 해양력을 바탕으로 그 지위를 확보했다. 대략 10위권의 대한민국은 이를 획기적으로 강화해 당면한 문제 해결은 물론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국가 해양력을 강화하기 위해 크게 3개 분야의 발전 과제를 도출하였다.

첫째, 해군력을 중심으로 하는 해양 안보 역량 강화

국가 경제를 해외 무역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은 안정적인 해상수송로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출입 물동량의 99.7%는 해상수송로를 이용하고 있어 봉쇄나 차단되는 경우 국가 생존의 문제로 치닫는다. 통계에 의하면 유사한 상황신해양 강국을 향한 머나먼 여정이 발생하는 경우 채 50일을 버티지 못한다. 해군의 임무와 역할을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해군은 해외에서 국가 이익을 창출하고 보호하기 위해 창설되었다. 세계 패권 국가들이 이를 여실히 입증한다. 우리 해군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발이 묶여 그런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NLL 사수와 간첩선 침투 방지 등 연안 방어 임무에 치중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며 국가 이익을 수호하는 임무가 해군의 더욱 중요한 임무로 인식되고 있다. 해군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를 지켜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양에서 장기간 작전이 가능토록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2009년 해적으로부터 국적 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청해부대를 파병하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당면한 북한의 위협을 무시하고 해외로 나가려 한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임무를 시작한 청해부대는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고 현재 40진이 임무를 수행 중이다. 당시 5개국 내외였던 연합임무단(CTU: Command Task Unit)은 17개 나라로 확대되었으며 최근 대한민국 해군 제독이 지휘했다. 실로 자랑스러운 모습이다. 우리 해군이 명실공히 대양 해군의 면모를 갖춰가는 것이다. 그 임무와 역할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둘째, 해양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반 조성

치열한 국제 경쟁과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조선, 해운, 수산 업계 간 공고한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동안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서로 다른 정부 부처에 속해 있어 실천이 어려웠다. 이처럼 어려운 과제를 해양연맹이 구심점이 되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모두가 겪고 있는 심각한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아울러 탄소 중립을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 등 천문학적인 재정 소요 역시 함께 해결해야 한다. 인구 6백여 만의 덴마크가 해운회사 머스크(MAERSK)를 통해 전 세계 해운업을 주름잡고 있다. 세계 제1의 조선 능력으로 세계 1위의 해운, 수산국이 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힘을 모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 고령에도 늘 함께하며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신 해운업계 신태범 회장님, 조선업계 신동식 회장님, 수산업계 김재철 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셋째, 국가 정책과 제도, 국민 해양 의식의 개선

무엇보다 당면한 인력 부족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이는 그 정도가 심각하여 자칫 산업 자체가 무너질 지경에 와 있다. 대표적인 3D 업무로 인식되어 전문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상하 간 의사전달과 문제 해결을 위한 컨트롤 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1960년대만 해도 정부 내에 ‘해사행정특별심의위원회’가 있어 초창기 해양산업의 산파 역할을 했다. 일본의 경우 해양산업 전반의 문제를 관리하는 정부 기관이 있어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한다. 세월이 흐르며 발전은커녕 오히려 퇴보했다. 수차례에 걸쳐 건의한 대통령실, 혹은 총리실 산하의 해양 위원회가 조속히 설치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범국민적 해양 의식 고취는 물론 산업 간 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오래전부터 많은 해양 관련 단체들이 신해양 강국 건설의 당위성, 필연성을 절박하게 주창해 왔다. 그러나 그들만의 아우성에 그칠 뿐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우리 해양인들의 주창은 흔히 말하는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존속과 번영, 국민의 안위를 위해 꼭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세계 많은 나라들이 바다에서 새로운 국가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혈안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현명한 판단과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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