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 가격하락에 수집상 수매 꺼려 양식어민 ‘이중고’
전복 가격하락에 수집상 수매 꺼려 양식어민 ‘이중고’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3.08.0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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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인도 가격 지지 위한 노력 필요”
경기 침체와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수산물 소비가 줄고 있는 가운데 파산 직전까지 간 전복 양식어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지유통을 담당하는 수집상들조차 수매를 꺼리거나 덤핑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전복 양식어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해양] 최근 경기 침체와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수산물 소비가 줄고 있는 가운데 파산 직전까지 간 전복 양식어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지유통을 담당하는 수집상들조차 수매를 꺼리거나 덤핑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전복 양식어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 완도군에 따르면 전복 주요 산지인 완도군 일대 전복 양식어가 중에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어민이 18명(7월 7일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완도양식업계에서는 파산 신청 대기자가 최소 2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원전 오염수 방류 불안 심리에 따른 소비 감소 △입식량 증가에 따른 생산량 증가 등을 들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 전복 산지가격은 공급 증가로 전월 대비 가격이 하락했다. 6월 들어 생산자들의 출하 대기 물량과 산지유통상들의 보유 물량 증가로 모든 크기들의 전복 산지가격이 전월 대비 하락했다는 것. 실제로 kg당 10마리 크기의 전복의 경우 6월 초에 2만 7,000원(감모율 포함)이었으나, 6월 말에 2만 5,000원까지 하락했다. 한편,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kg당 8마리, 10마리 등의 대전복 산지가격은 약 40% 낮게 형성됐고, 이보다 작은 크기들의 가격은 10% 이상 낮은 수준으로 거래됐다.

크기별 출하량을 보면 kg당 21마리 이상의 소전복의 경우 전월 대비 감소세가 뚜렷한 반면 kg당 8마리 이하 대전복은 생산자들의 보유량은 여전히 많았으나 수요가 적어 출하량이 전월대비 감소했다.

산지 수협의 위판장 또는 공동판매장 경매를 거치는 과정을 계통 출하라고 하는 반면 산지 수협을 거치지 않은 거래 형태를 비계통 출하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전복은 약 99% 이상 산지 수집상(중간도매상)에 의해 비계통 출하되고 있다. KMI 수산업관측센터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비계통 출하량은 99.3%, 계통 출하의 비중은 0.7%에 불과했다.

완도가 전복 주산지인 만큼 산지 수집상 또한 완도에 집중돼 있다. 전복의 경우 대부분 활어 상태로 소비되기 때문에 산지에서 바로 선별해 활(活) 상태로 출하돼 산지 수집상들이 활어차로 지역별 소비처에 공급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산지 수집상을 통해 국내에서 유통되는 전복은 소비지의 대형소매업체, 유사도매시장, 법정도매시장 등을 경유하는데 대부분 서울 및 수도권 활어 시장의 중심인 하남 활어시장, 인천 활어시장 같은 유사도매시장을 거쳐 소비처(소매점, 음식점, 횟집 등)로 전달된다.

완도 전복양식장
완도 전복양식장

산지 수집상 영향력 막강

이처럼 비계통 출하가 당연시 되고 있는 전복은 산지 수집상에 의해 사실상 가격이 좌지우지된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산지 수집상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완도군 평일도에서 전복 양식을 하는 한 어민은 “수집상들이 전복을 안 가져가려 한다. 그나마 선호하는 것도 kg당 15미(마리), 17미 정도의 작은 전복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전복 수집상들이 대전복보다 소전복을 선호하는 이유는 식당에서 여름철 보양식으로 불리는 삼계탕, 갈비탕 등에 2~3개 정도 넣어 모양새를 갖출 수 있는 작은 크기를 찾는다는 것.

또 다른 완도 전복 양식어민은 “생산원가라도 받고 싶어도 그럴 경우 수집상들이 아예 안 가져가겠다고 버티니 빚을 내서 치패를 사고 키워야 하는 입장에서는 생산원가 이하로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최악의 상황이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금결제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전에는 수집 1주일에서 15일 만에 결제를 해주던 수집상들도 지금은 한 달 정도로 결제를 미루고 있다. 하루라도 현금이 급한 사람들이라 하루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진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산어가들은 소비지 시장도매법인에게까지 손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올해 들어 양식어민들이 수매를 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오곤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활전복 가격은 소비지에서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전복 도매가격은 소비지 양대 활어도매시장이라 불리는 하남 활어도매시장, 인천 활어도매시장 모두에서 산지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모든 크기에서 전월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작년 동월에 비해서도 모든 크기 가격이 낮았으며, 큰 크기 가격 하락폭이 작은 크기에 비해 여전히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소비자들은 전복 가격 하락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여전히 고가의 수산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전복의 유통경로
전복의 유통경로

수산시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전복) 도매가는 많이 내렸다는데 소매가는 내린 걸 모르겠다. 전복은 여전히 비싼 음식이라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완도군청 수산경영과 관계자는 “완도전복유통협회에 가입돼 있지 않는 유통사나 외지에서 온 일부 유통인들이 가격을 낮추거나 덤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유통사에 어려운 어가를 위해 협조를 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진우 수산업관측센터 양식관측연구팀장은 “생산량이 많은 반면 소비가 적으니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다만 서로 어려울 때를 생각해서 최소한의 가격이라도 지지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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