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72.만년설이 녹아내리는 알래스카(2)
청봉의 새이야기 72.만년설이 녹아내리는 알래스카(2)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3.08.17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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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까마귀
물까마귀

[현대해양] (지난 호에 이어) 알래스카의 오월, 케치칸(Ketchikan)항 주변 마을에는 민들레가 노란 꽃들을 선명하게 피웠고, 침엽수들 사이로 흐르는 맑은 계곡 물과 조화를 이뤘다. 이런 계곡에는 물까마귀(Brown Dipper, L-22cm)가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내 눈에 한 쌍의 물까마귀가 나타났다. 물까마귀는 히말라야, 인도차이나북부, 한반도, 알래스카 등 바위가 많은 산간계곡에 서식하는 텃새로 폭포 뒤의 바위틈에 둥지를 만들어 천적으로부터 새끼들을 보호하는 흔치 않는 새이다.

여행 5일차 새벽에 알래스카 주노항에 기항했다. 세계적으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던 빙산, 그러나 지구의 온난화로 최근 심각하게 쪼그라들었고 앞으로 30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멘델홀 빙하(Mendenhall Glacier)에 발걸음 자국을 남겼다. 빙산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항해하는 크루즈 갑판에서 북태평양 대해로 거대한 검푸른 몸을 내놓는 고래를 만났다. 재빠른 행동으로 촬영을 시도했으나 겨우 고래 등만 촬영하고 말았다.

주노항에서 21시에 출항한 크루즈는 스케그웨이(Skagway)항에 다음날 새벽 5시에 입항했다. 125년 전, 서부개척 시대에 스케그웨이항에서 내륙에 위치한 유콘(Yukon)금광 지역까지 건설된 기차길(White Pass & Yukon Route Train)은 현재는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여 높은 산악지역으로 우리를 안내하면서 만년설이 덮인 산과 계곡, 침엽수림 그리고 간간이 산을 넘는 새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17시에 스케그웨이항을 출발한 크루즈는 남쪽으로 이틀이 넘는 52시간을 항해하여 캐나다 서남부에 위치한 빅토리아(Victoria)항에 19시에 도착했다. 하절기의 백야현상으로 아직 밝은 태양의 빛으로 공원에서 새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준비된 탐조가에게 미국의 국조이며 용맹을 상징하는 흰머리수리를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왔고, 흰줄무늬왕관참새, 애나스벌새, 흰죽지바다오리, 캐나다 큰까마귀 등도 만날 수 있었다.

흰줄무늬왕관참새
흰줄무늬왕관참새
애나스벌새
애나스벌새
흰죽지바다오리
흰죽지바다오리

러시아 탐험가 ‘비투스 요나센 베링’은 23년의 기나길 각고의 노력 끝에 해협을 건너 알래스카 땅에 도달하였고, 유럽인에게 처음으로 이 땅을 소개했다. 반면에 우리들은 비행기로 알래스카 상공을 날았고, 14만 5,000톤의 화려하고 안락한 크루즈로 알래스카의 서쪽 해안의 일부를 항해하였다.

이번 여행은 인간들의 발길과 손길이 덜 닿은 알래스카의 자연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아름다운 알래스카의 만년설이 녹아내리고 야생의 철새들의 삶터인 극지 숲이 훼손되고 있는 자연의 모습을 키가 큰 알래스카-장승백이와 함께 내려 보다 서글픈 표정으로 눈시울을 적셨다.

알래스카 장승백이
알래스카 장승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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