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스타, ‘대한해협 원나잇크루즈’ 짧지만 긴 여운
팬스타, ‘대한해협 원나잇크루즈’ 짧지만 긴 여운
  • 지승현 기자
  • 승인 2023.08.1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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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초 인도 예정 신조 크루즈 페리도 기대돼
팬스타드림호
팬스타드림호

[현대해양] 팬스타 소속 ‘팬스타드림’호에 승선했다. ‘원나잇크루즈’는 1박 2일 상품으로 2004년에 처음 선보인 이래 누적 승객이 19만 명이 됐다. 매주 토요일 오후 부산에서 출항하며 연간 43항차 운항, 연 1만 2,000명의 여객이 승선하고 있다. ‘원나잇크루즈’ 상품 중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대한해협 원나잇크루즈’상품이 운영된다. 이 상품은 2016년 4월 시작된 후 코로나19 사태 때 잠시 중단됐다가 2022년 4월 재개됐다. 지난 3월 까지는 탑승객이 100~200명 수준이었으나 4월부터는 매 항차 300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체크인, 출국수속

팬스타가 운영하고 있는 ‘대한해협 원나잇크루즈’는 일본에 입항하기 때문에 국외 출국절차를 거쳐야하므로 여권을 필히 지참해야 한다. 13시 30분 ‘대한해협 원나잇크루즈’ 승선권 교부가 시작됐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 ‘팬스타 크루즈’ 부스에서 몇몇 승선자들이 여권을 보여주며 승선권을 받아 나갔다. 밖에는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기에 오늘 승선자가 많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었다. 터미널 내에서 15시, 탑승수속 개시시간까지 대기해야 했다. 14시 45분 탑승수속을 위한 개찰구 앞으로 10여 미터의 줄이 생겼다. 사람도 없는데 15분 전부터 줄을 설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 5분여 시간이 흘렀을까, 줄은 50여 미터 정도 되더니 순식간에 수타면을 뽑듯 100미터로 길게 늘어졌다. 팬스타드림호 탑승객 줄인가? 반신반의하며 줄의 꼬리를 찾아 나섰다. 얼마 가지 않아 사람들 간 얘기를 통해 이내 팬스타드림호 대기줄 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승선 전부터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그런데 놀람은 반복됐다. 긴 줄이 쑥쑥 줄어드는 것이었다.

보안검사를 통과한 뒤 출국 수속을 마치자 면세점이 등장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면세점의 일부를 따온 모양새는 갖춘 것으로 보였다. 면세점을 잠깐 둘러 봤을 때쯤 선박출항 시간이 임박했다며 승선 재촉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개찰구 앞에서 미리 줄 선 이들의 사정을 보니 아마도 최대한 빨리 수속을 마치고 면세품 구매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인 듯 했다.

팬스타드림호 승선을 위해 출국수속을 위한 대기 행렬
팬스타드림호 승선을 위해 출국수속을 위한 대기 행렬
흐린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객들이 승선했다.
흐린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객들이 승선했다.

팬스타드림호 승선

승선 후 선내 염근동 사무장의 배려로 팬스타드림호 선교(Bridge)를 구경할 수 있었다. 선교는 보안구역이기 때문에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 조금 늦게 선교에 도착했는데, 이미 선교에는 여러 VIP급 여객들은 오른쪽에 조도 방파제와 왼쪽에 오륙도 방파제를 바라보며 멋있게 나아가는 본선의 모습을 눈이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선교에는 선장, 항해사, 실습항해사, 조타수가 한 팀이었다. 선장의 구령에 조타수는 복명복창하며 타를 조정했다.

염 사무장이 외해로 나가면 큰 너울(Swell)로 배 멀미를 할 수 있다며 멀미약을 꼭 먹으라고 하자 몇몇 승객들이 “멀미약을 어디서 사 먹을 수 있냐”며 웅성거렸다. 사무장은 “선내에서 구입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안심 시켰다. 어느새 선박은 두 방파제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와 현해탄의 큰 줄기로 전진했다.

팬스타드림호는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1997년에 건조된 대한민국 국적의 카페리 화객선이다. 선박길이(전장) 160미터, 폭 25미터, 총톤수 9,759톤(국제총톤수 2만 1,688톤) 승객정원은 545명이다. 이날 탑승객이 300명이 넘었다고 한다. 팬스타 관계자는 “본선에 500명 이상 승선가능하지만 선내 공간을 확보하고 안전사고예방 등을 위해 400명 선으로 탑승객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탑승객 전반을 보니,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들 간 또는 부부간 승선이 있었다. 하지만 주로 중년의 남녀 무리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팬스타 관계자는 “아직은 시간과 비용적으로 여유가 많은 분들이 주 고객이다”라며, “주로 동기회, 향우회 등 사모임의 단체 이용객들 많기 때문에 50~60대 이상 승객의 비중이 50%이상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6시 30분 선내 탑승객을 대상으로 경매이벤트가 열렸다. 본선에서 취급하는 각종 상품(면세품 포함)을 경매물건으로 내놓았다.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다가 경매 참여 승객들이 저가에 물건을 낙찰하자 분위기가 술렁거렸다. 그리고 이내 열기가 달아올랐다. 마지막 경매품은 판매가 3만 2,000원의 사케(Sake)와 2만 3,000원 사케 잔이었다. 사케는 1만 원부터 시작했는데 서로를 경계하며 신나는 고성(高聲)이 오갔다. 누군가가 사케를 2만 원에, 사케 잔을 6,000원에 낙찰 받았다. 조기 종료된 이벤트에 섭섭함과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 앞서 선교에서 염 사무장이 경매이벤트를 설명하며 “술 경매는 도전해 볼만 하다”라고 팁을 줬는데 결국 시도조차 못했다.

여객들이 선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여객들이 선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방에서 잠깐 쉬는 시간에 휴대폰의 와이파이 연결 표시가 사라졌고, 곧 해외 자동 로밍으로 연결됐다. 한국 영해를 벗어났음을 인지하는 순간이었다. 선실에서 SNS 연결이 더 이상 불가해 불편했다. 하지만 팬스타드림호는 유메(cafe), 메인로비, 파라다이스 등 특정구역에서는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다. 사람들이 메인 로비에 붐비는 이유를 그때서야 알게 됐다. 팬스타 관계자는 “선내 전 구역의 와이파이 사용은 선박 구조상 철재로 격벽이 돼있어 한계가 있다”라며, “정통 크루즈 선사에서도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선실 또는 구역에 따라 연결이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18시 저녁식사 시간이 됐다. 식사시간은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었다. 탑승 때 여객마다 식사시간이 구분·확정된다. 식사는 뷔페식이었다. 뷔페는 화려함보다 풍족함에 점수를 더 주고 싶었고 레드와인까지 곁들여진 뷔페는 많은 이들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주변에서 이구동성 “(구수한 사투리로) 식사 괘안네”라는 말들이 쏟아졌다.

저녁식사 후, 갑자기 배가 조용해졌고 엔진이 꺼진 것이 느껴졌다. 밖을 보니, 선체에 부딪쳐 갈라지는 파도를 볼 수 없었다. 선외로 나가니 멀리에 대마도가 보였다. 어느새 배는 일본 대마도 히타카츠 앞에 도착해 있었다. 부산은 비가 내렸는데, 조금 떨어져 있는 이곳 대마도는 햇빛이 구름사이로 내리쬈다. 조금 있으니 다시 본선 엔진이 힘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본선은 10~11시 방향에서 서서히 저물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며 한국으로 향했다. 선박에서 일몰의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기에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런데 한국 방향의 수평선에는 먹구름이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모든 태양을 가릴 것처럼.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태양은 점점 힘을 잃어갔고 모습을 감췄다.

염 사무장에게 이 선박의 최고 책임자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은 본선 주변 선박 통항량이 많지 않았고, 칠흑 같은 어둠이 몰려오기 전인 지금이 적기라 생각했다. 염 사무장은 선내전화를 통해 선장의 동의를 받고 함께 선교로 올라갔다. 항해 시정(視程)이 어느 정도 확보돼 있었기에 선교에서 부담 없이 두 책임자의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왼쪽부터) 박근태 선장과 염근동 사무장
(왼쪽부터) 박근태 선장과 염근동 사무장

박근태 팬스타드림호 선장은 “팬스타드림호에는 2명의 선장이 5일씩 교대로 승선하고 휴식을 취한다”고 말했다. 순간 귀가 솔깃했다. 요즘 젊은 해기사들은 장기 승선에 따른 워라벨이 없어 선원직을 떠나고 있다는데, 만약 팬스타드림호 선장 교대와 같이 5일마다 승선과 휴가가 순환된다면 많은 젊은 해기사들이 다시 이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까.

선교를 내려와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원나잇크루즈’ 상품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인지 물었다. 그 직원은 “불꽃놀이가 가장 인기 있다”라며, “대부분의 여객들이 10여분이 채 되지 않는 불꽃놀이를 가장 인상 깊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에 가까워지자 먹구름은 이미 모든 별들을 집어 삼켰고 바람은 거세졌다. 불꽃놀이가 가능할까. 20시가 넘어 21시가 되기 전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야외에서 불꽃놀이를 한다는 거였다. 다행히 비는 멈췄다. 선외 데크(Deck)에 이미 많은 여객들이 좋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여객들이 불꽃놀이를 감상하고 있다.
여객들이 불꽃놀이를 감상하고 있다.

선교에서 박 선장이 “불꽃놀이를 시작할 때 선수(船首)를 바람방향으로 조종(操縱)한다며,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에 만전(萬全)을 기한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바람방향이 정(正) 선수에 이르자 여지없이 초읽기가 시작됐다. “10 ... 3 – 2 – 1”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황홀한 색의 향연이 펼쳐졌다. 부산 앞바다 밤하늘을 가르는 폭발 소음과 사람들의 환호성과 그리고 화려한 불꽃은 먹구름도 물러가게 했다. 불꽃놀이를 이렇게 가까이이서 볼 줄이야. 불꽃이 터지는 소리에 체증(滯症)이 내려갔다. 모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불꽃놀이가 끝나고도 여운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어두운 밤 시간, 내린 비로 미끄러워진 바닥에서 혹시나 낙상사고라고 생길까봐 염 사무장과 안전 요원들이 나와 승객들을 안전하게 선실로 안내했다.

야간 불꽃놀이 후 승무원이 여객들의 길을 안내하고 있다.
야간 불꽃놀이 후 승무원이 여객들의 길을 안내하고 있다.

팬스타드림호 하선

아침에 일어나니 장맛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일몰, 일출, 바다에서 바라보는 광안리와 해운대 광경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팬스타 관계자는 “매년 여름 휴가철에는 부산 밤바다와 함께 하는 서머텔 크루즈로 운영하며 다양한 추가 행사들을 펼친다”며, “올해는 7월 29일과 8월 5일, 12일, 19일에 서머텔 크루즈로 운영한다”고 귀띔했다.

아침식사를 한 뒤, 9시 하선을 앞두고 로비에 앉아 계시는 아주머니 몇 분과 얘기를 나눴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 배에 다시 승선하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아주머니 한 분은 “(상품이)괘안십니더, 나는 할랍니다.” 다른 분은 “한번 탔으면 됐지예” 또 다른 분은 “사람 성향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더”라고 답변이 각양각색이었다. 이렇게 다른 분들이 어떻게 함께 여행을 왔을까?

이번 여행이 어땠는지를 질문했다. 이 질문에 대한 회답은 사전에 모두가 입을 맞춘 듯 “재미있었어예. 식사도 괜찮았구”, “불꽃놀이도 좋았고, 비가 와서 조금 아쉬웠지만...”, “이 정도면 재미있었지예, 밥도 잘 나오고...”. 한국은 역시 밥심(力)이고 밥심(心)이다.

지난해 7월 팬스타는 2만 2,000톤 급 호화 크루즈 페리(전장 170미터, 승선정원 399명)를 신조 발주했고 2025년 1월 경 인도 예정이다. 팬스타가 국내 크루즈 입지를 만들었다. 이제 경지에 이를 차례다. 그들이 또 어떤 상상의 꿈을 펼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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