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은 살아야 한다
갯벌은 살아야 한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3.08.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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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 기자
박종면 기자

[현대해양] 2023년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경쟁부문 대상 수상작인 수라는 간척되거나 방조제에 가로막혀 바다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전북 군산 새만금 간척사업에서 살아남은마지막 갯벌 수라를 오랜 기간 기록한 영상이 아름다운 영화다.

과거 새만금은 232종의 저서미세조류와 173종의 대형저서동물이 서식할 정도로 매우 높은 해양생물다양성과 1차 생산력을 보인 서해 갯벌의 얼굴이었다. 이곳에 지난 1991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바다를 메워 농지를 만들겠다는 거창한 계획으로 간척사업이 시작됐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새만금 간척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 그 사이 토지의 용도는 계속 바뀌었다. 쌀이 남아돌고 수입 농산물이 넘쳐나니 더 이상 농지가 필요 없게 됐으니.

새만금사업단이 말하는, 새만금사업으로 얻은 최대의 자랑거리는 39.9km에 달하는 세계 최장 방조제이다. 반면에 이 방조제 건설로 국민들은 새만금 갯벌과 천문학적 가치를 지닌 해양 생태계서비스를 잃어버렸다. 대부분의 갯벌이 사라지면서 흰발농게 등 갯벌의 주인공인 수많은 저서동물은 모두 죽고, 도요새 등 해마다 찾아들던 수십만 마리의 철새들도 먹이를 잃고 갈 길을 못 찾아 결국 사라진 줄 알았다.

그런데,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하고 이곳을 찾은 이들이 있었다. 그렇게 싸워 202012월부터는 방조제에 가로막혀 흐르지 못하고 썩은 바닷물 수질관리를 위해 하루에 두 번씩 수문을 열게 됐다. 생명을 사랑한 평범한 시민들의 노력으로 갯벌이 다시 살아나는 장엄한 풍경을 영화 수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위기, 비상, 재앙이라고 할 정도로 변화무쌍한 기후로 인해 탄소중립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블루카본인 갯벌이 산림보다 50배 빠른 탄소 흡수력을 갖는다는 연구결과가 김종성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발표로 알려졌다. 이 연구팀에 따르면, 1980년대까지 남북한 서해 갯벌의 총면적은 약 1500km²로 드넓게 발달했지만, 2010년대 후반 약 6,700km²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 반세기 해마다 갯벌 면적이 약 1%씩 줄어든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1990~2000년대에 집중된 대규모 갯벌 간척과 매립 때문이다. 지난 40년간 갯벌 감소로 사라진 해양생태계서비스 가치의 손실이 연간 8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정부에서 새만금 마지막 남은 갯벌인 수라갯벌에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바로 옆에 군산공항이 있는데도.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곳이 또 있다. 부산 가덕도이다. 가덕도는 가까운 곳에 김해공항이 있는데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해 어촌이 파괴될 위기다. 어민들은 고향과 생계수단을 잃게 된다. 탄소흡수원도 사라진다. 반면에 탄소발생원이 들어선다.

7년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에서 옛 새만금 어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일용직 노동 등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처럼 같은 현상이 이곳 가덕도에서도 일어날 것이다. 바다와 갯벌이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는 블루카본인데도 말이다.

바다는 지켜야 하고 갯벌은 살아야 한다. 아니, 살려야 한다. 불요불급(不要不急)한 개발보다 더 중한 것이 공존해야 할 생명체이고, 탄소흡수원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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