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 기준 손 봐야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 기준 손 봐야
  • 지승현 기자
  • 승인 2023.08.0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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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장벽 높아 해운산업 발전 막아

[현대해양] 대한민국 국적의 한 남성이 있다. 해양대를 졸업하고 10년간 해기사로 승선한 뒤, 한-중-일 간 일반화물을 수송하는 중·소형선사에서 10년간 영업·운항업무를 배웠다. 이 남성은 50억 원의 자산가가 됐고, 선주(船主)가 되고 싶었다. 3,000톤급 화물선을 구입해서 직접 회사를 운영해 보려고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을 하려고 했으나 할 수 없었다. 그는 결국 한국에서 선주되기를 포기했다.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

우리나라에서 외항화물운송사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사업등록을 해야 한다(「해운법」 제24조제2항). 이 법 시행규칙 제16조 상 등록 절차에 따라 사업자는 ①해상화물운송사업 등록신청서에 ②선박국적증서 및 (외국적선의 경우)선박검사증서 사본 그리고 ③선박명세, 사업에 필요한 시설, (외항 정기화물운송사업자의 경우) 항로의 출발지·기항지·종착지와이들 사이의 거리를 표시한 항로도와 운항횟수 등을 포함한 사업계획서를 첨부해 해양수산부장관(또는 지방해양수산청장)에게 제출한다. 해양수산부장관(또는 지방해양수산청장)은 △「해운법」 제32조에서 준용하는 이 법 제8조에 따른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시행규칙 별표 3에 따른 해상화물운송사업의 등록기준을 갖추지 못한 경우 △그 밖에 법 또는 다른 법령에 따른 제한에 위반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업 등록하고 해상화물운송사업 등록증을 발급하도록 돼 있다.

여기까지는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에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외항화물운송사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선박의 보유량, 자본금 등 사업의 재정적 기초와 경영형태 등의 요건이 충족해야한다(「해운법」 제27조제2항). 「해운법」 시행규칙 제19조제1항 [별표3]에서는 일반화물운송의 경우 △선박보유량으로써 총톤수 합계가 1만 톤 이상 △자본금 10억 이상 △경영 형태는 「상법」상의 회사로 요건을 하고 한다. 이중 특히 외항화물운송사업자가 되려는 이들에게는 선박보유량 1만 톤 이상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선박 보유량 산출 기준은 △사업자 소유자의 선박, △사업자 명의의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BBCHP),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시설대여업자로부터 시설대여를 받거나 연 기준으로 나눠 지불하는 연불(年拂)조건으로 구매한 선박 △ 해양수산부에 등록된 선박대여업자로부터 대여 받은 선박 △공동운항에 편입된 선박 등으로 이들 선박 총톤수의 합계가 1만 톤 이상이면 된다.

국내 탱커선사 H팀장은 “극동해역을 운항하는 탱커(Tanker)의 경우 5,000톤 미만이 많다”며, “탱커 1척이 몇백억 원 대인데, 외항화물운송사업을 하려는 자가 사업등록 기준인 1만 톤 이상을 충족하기 위해 탱커 4~5척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 가능한 얘기냐”며 반문했다.

M해운사 대표도 “1만 톤 설정이 자체가 불합리하다”며, “왜 1만 톤을 설정했고,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3,000~4,000톤급 일반화물선의 신조가가 50억 원이라면 유사 톤급 화학제품운반선은 200억 원으로 선종에 따라 선가 차이가 큼”을 강조하며, “거대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는 화학제품운반선을 운영하는 자가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을 하려면 일반화물선 보다 4배로 많은 자본금이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형평에 맞지 않는 현 기준을 비판했다.

부산에서 40년 이상 선사를 운영하고 있는 S선사 대표도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에 있어 1만 톤 기준은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며, “선사와 선대를 키우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작은 선박을 단선으로 운영하면서 어느 정도 돈을 벌고 경험이 쌓인 이후에 또 한 척을 구입하든지, 아니면 현재 선박을 팔고 더 큰 선박을 구입하는 형태가 대부분인데, 현 1만 톤 기준은 그런 기회조차 뺏는 규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결국 우리나라 현 해운업 정책이 해운 새싹들이 크지 못하도록 미리 새싹을 밟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역설했다.

한국해운협회 회원사 추이
한국해운협회 회원사 추이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기준 개정 배경

현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기준과 이 개정의 이유가 명확히 대응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현행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 기준은 2009년 8월 19일자 개정(국토해양부령 제158호, 2010년 1월 1일부터 시행) 때 선박보유량을 총톤수 5,000톤에서 1만 톤으로, 자본금을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변경됐다. 시행규칙 개정이유를 보면 “영세한 해상화물운송업자의 난립을 방지하고 해운업의 건설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기재돼 있다.

2009년 그 당시 매체들을 살펴보면, 국토해양부는 “등록업체가 1999년 33개에서 2009년에 189개로 급증했지만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이고, 일부는 용·대선업 위주로 운영하다 2008년 말 해운업 불황으로 운임이 폭락하면서 용선료 지급불능이 발생하는 등 상당수가 개점휴업 상태라며, 이로 인해 우리 해운업의 국제신인도가 떨어졌다”면서 시행규칙의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전 한국해운협회(당시 한국선주협회) 관계자 모 씨는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해운위기가 왔는데, 당시 국토부 해운정책 과장이 용대선 체인으로 해운위기를 불러왔고, 이것은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기준이 약해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등록기준을 개정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시 협회에서 시행규칙 개정(안)과 해운위기 근원의 대처가 맞지 않다며 개정에 반대했으나 정부가 강하게 추진했고, 반면 국내 기존 외항운송사업자들은 관련 개정에 큰 관심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모 씨는 “해운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5,000톤에서 1만 톤으로 변경이 2008년 해운위기 대응 및 문제해결과 연관 지을 수 없을 것이다”라며, “당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해운위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정부의 형식적 개정이었다”라고 덧붙였다. 한 해운 관계자도 “당시 해운위기는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기준 톤수 5,000톤 상향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기억해 보면 용대선 체인에 있어 문제된 회사는 대한해운, STX팬오션,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모두 대형 선사로서 외항화물운송사업등록 기준 톤수와는 무관한 회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상화물운송사업의 등록기준(해운법 제19조 제1항 관련)

 

또 다른 해운사업규제 그리고 박탈감

「해운법」 상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이 되지 않을 경우 선박의 용대선(傭貸船)사업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돼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해운법」 상 해상화물운송사업을 해상이나 해상과 접해 있는 내륙수로에서 선박으로 물건을 운송하거나 이에 수반되는 업무(용대선 포함)를 처리하는 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용대선 또한 해상여객운송사업이나 해상화물운송사업을 경영하는 자 사이 또는 해상여객운송사업이나 해상화물운송사업을 경영하는 자와 외국인 사이에 사람 또는 물건을 운송하기 위해 선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용선(傭船)하거나 대선(貸船)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이 되지 않으면 용대선사업도 불가해 보인다.

25년간 해운업을 하다 최근에 은퇴한 R씨는 “우리나라 해운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운을 적극적으로 해 보려는 이들을 막는데 누가 한국에서 해운을 하겠냐”며, “오랜 고민 끝에 해운계를 떠나게 된 자신을 봐 달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섞여있었다. 그는 “내 배를 투입하면 수입이 40만 달러인데,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이 되지 않아 중개수수료 4,000달러 수입으로 만족해야했다”며, “반면 싱가폴 선주가 40만 달러를 벌어갔다”고 우리 기준이 외국인에게 혜택을 준다고 강조했다. 또한 “외항화물운송시장은 글로벌 시장으로 외국선사와 경쟁하는데 우리나라 외항운송사업등록 기준은 국내 선사에게 역차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한편 H팀장은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이 돼 있지 않아 정부나 해진공의 각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라며 “회사설립한지는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해진공의 지원 대상 조건에 외항화물운송사업자 등록 기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현실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 정부의 시책이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이 된 회사 즉 중·대형회사에 집중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부연했다.

 

방안

H팀장은 총톤수 1만 톤을 맞추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톤수나 자본금 둘 중 하나만 충족하면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나 톤수 기준이 아닌 척 수 기준으로 조정하는 안을 제안했다. 전 한국해운협회 관계자 모 씨는 “선박이 외항운송을 함에 있어 국제기준에 충족하고 선사가 해운을 잘 알고 안전관리를 잘 하면 외항운송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진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 씨의 안(案)에는 해운정책을 펼치는데 있어 철학의 부재를 논했다.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최종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일각에서는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 기준이 「행정규제기본법」 상 폐지돼야 할 행정규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 법에서 행정규제라고 하면 국가가 특정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인데, 선주가 자기 비용으로 구입한 선박을 이용해 영리활동을 하고자 하는 것을 정부가 어떤 행정 규제로 그런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국가가 한 개인의 재산권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시행규칙 개정해야

해수부 관계자는 “기존 선사들은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기준 1만 톤을 낮추는 것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는데, 신규 시장에 진입하는 선사로부터는 요구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또 “지난해에는 법제처에서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기준을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에 대한 의견이 있었는데, 해수부 내부에서는 기준을 낮출 시, 업체 간 과당 출혈 경쟁이 촉발되고 또 그것으로 인해서 시장 붕괴를 초래할 우려가 있어 현 기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회신했다”라고 말했다.

시행규칙 개정이 법률 개정만큼 어려운 것인가. 「해운법」 시행규칙은 부령안이다. 즉 해양수산부 내에서 결정해 추진할 수 있다. 법제처 내 법률, 대통령령(시행령), 총리령 및 부령(시행규칙) 간 입법 단계 수를 보면 각각 14단계, 9단계, 7단계다. 법률과 비교하면 7단계가 준다. 부령은 ①법령안의 입안 → ②관계기관과의 합의 → ③사전 영향평가 → ④입법예고 → ⑤규제심사 → ⑥법제처 심사 → ⑦공포(법령안 주관기관이 행정안전부에 관보게재 의뢰) 순이다. 법제처 홈페이지 내 입법과정 설명에서는 “법령의 종류 및 내용 등에 따라 소요기간이 달라지나 통상 5개월~7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시행규칙 개정 경험이 많은 해수부 B씨는 시행규칙 개정 소요기간에 대해 “개정 내용에 따라 상이하나, 보통 3개월~6개월 정도 소요된다”라고 처리 경험을 얘기했다.

이런 규제부분은 해수부의 의지 문제다. 해운입국(海運立國)을 원한다면 일단 해운을 할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하는 것이 첫 순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외항운송사업의 대표 격인 한국해운협회가 해수부로 의견을 주면 개정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해운협회 회원사는 현 외항화물운송사업사(社)들인데 과연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할지 의문이다. 정부나 협회는 해운입국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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