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자원위기, 명태 악몽 따라가나
오징어 자원위기, 명태 악몽 따라가나
  • 김기현 기자
  • 승인 2023.08.0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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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금어기 ‘탄력적 운영’ 방안 제시
채낚기 어법으로 오징어를 잡아 올리는 어선원
채낚기 어법으로 오징어를 잡아 올리는 어선원

[현대해양] 동해안의 오징어 자원이 사라지고 있다.

대중가요 ‘독도는 우리땅’의 가사가 지난 2012년 발매 30주년을 기념해 곡의 일부가 개사됐다. 변경 내용 중에는 3절의 도입부 ‘오징어 꼴뚜기 대구 명태 거북이’ 부분이 ‘오징어 꼴뚜기 대구 홍합 따개비’로 바뀌었다. 현실의 변화를 노래에 반영한 것인데 다시 변경된다면 오징어가 노래에서 빠질 수도 있는 지경에 왔다. 동해 어민들은 “오징어는 2년, 3년 안 잡히면 다시 돌아오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사라졌다 할 정도로 잡을 오징어가 없어 더 버티기 힘들다”며 어업 포기까지 생각하고 있다.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 추이 (출처 : 강원도 글로벌본부 ‘수산기본통계’)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 추이 (출처 : 강원도 글로벌본부 ‘수산기본통계’)

 

동해에서 사라지고 있는 오징어

강원도 글로벌본부의 연도별 ‘수산기본통계’에 따르면 1970년 4만 톤을 넘던 동해안의 오징어 어획량은 2018년 4,000톤으로 약 90%가량 감소했다. 올해 동해안의 상반기 오징어 어획량은 지난달 첫째 주까지 합쳐도 775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97톤에 비해 65% 수준, 2020년 같은 기간 2,709톤에 비해 30% 수준으로 감소했다. 해마다 오징어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

이동희 강원도 글로벌본부 수산정책과장은 “최근 지역 어업인들이 멀리 대화퇴 근처까지 출정 조업에 나서 봤지만, 그곳에도 오징어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돼 출어를 포기하거나 원양까지 조업을 나서는 어선들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획량 감소와 동시에 동해 오징어 위판 가격도 지난해 7월 활어 1급(20마리)에 평균 8만 원 선에서 거래됐지만, 지난달 위판 가격은 최고 50만 원까지 거래되며 평균 15만 원까지 올랐다. 동해의 오징어들이 서해로 이동한 것일까. 서해의 오징어 위판 가격은 6만 원대로 동해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인다.

일각에서 오징어 어장 자체가 서해로 이동했다는 말에 대해 특별히 오징어 어장이 서해로 이동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오징어 채낚기어선 선주인 김성호 남양수산·남양푸드 대표는 “서해에는 오징어 외에도 여러 어종이 있어서 굳이 서해 어민들이 오징어를 잡을 이유가 없었지만, 동해에 오징어가 사라지면서 동해안 배들이 오징어를 잡기 위해 서해로 간 것이 서해 오징어 어획량이 늘어난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중진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과원) 연근해자원과 연구사도 “서해는 중국과 맞물려 폐쇄된 해안으로 특별히 오징어가 살기 좋은 환경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근해 채낚기어선을 운영하던 어민들은 서해에서 자망어선이나 쌍끌이어선들이 그나마 남아있는 오징어를 남획해 오징어 자원 순환을 막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50년 동안 오징어를 잡아온 김월광 채낚기선주연합회장은 “큰 배들이 어종 관계없이 그물로 싹쓸어 가는게 문제다. 지금 채낚기어선들은 남아있는 살오징어가 없어 대부분 제주도에서 한치를 잡는다.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성용 채낚기어선 도령호 선장은 “서해에서 자망어업하는 배들이 TAC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체장 구분 없이 다 잡아 씨가 말랐다”며, “정부는 자원을 보호한다고 여러 규제를 만들면서 현장에서 진짜 필요로 하는 규제나 정책이 뭔지 모르는 것 같다. 전세계에서 자망으로 오징어를 잡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수과원에서는 오징어 자원감소의 원인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결합돼 생긴 현상으로 보며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바라봤다. 수과원에서 말하는 복합적인 요소는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어장이 형성되는 조경수역(성질이 다른 두 조류가 만나는 수면의 일정 구역)의 북상 △북한해역에서 중국어선의 남획 △전 세계적인 오징어의 개체 감소 등이다. 김중진 연구사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오징어의 자원이 감소하고 있는 경향을 파악해 각국에서 현황파악이나 진상파악에 나서고 있고 물론 우리나라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40년 봄철(3~5월 평균) 동해 평균 해면수온 변화
최근 40년 봄철 동해 평균 해면 수온 변화 추이 (출처_해양과학기술원 해양기후예측센터)

 

명태 악몽 되풀이 될까

오징어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한때 동해안 어민들을 먹여살리다 사라진 명태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황만 본다면 오징어도 명태 사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1981년 16만 5,800톤이 잡혀 정점을 찍었다. 1995년에 1만톤 이하로 내려간 후 2008년엔 공식 통계상 ‘0’으로 집계됐다. 이후 적게는 1톤(2009년~2017년)에서 많게는 9톤(2018년)까지 어획량이 늘긴 했지만 2019년부터는 명태 포획 전면 금지 조치에 따라 통계 자체가 없다.

학계에서는 명태가 사라진 것은 극단적인 결과로 보고 오징어가 명태처럼 사라질 확률은 희박하다고 전망한다. 다만 환경이 빠르게 변한 만큼 경직된 수산정책들을 빨리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석근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교수는 “오징어는 회유성 어종이고 단년생이다. 동중국해에서 산란해 우리나라 남해와 동해를 거쳐 북쪽으로 올라가는데 수온에 굉장히 민감해 수온 상승에 따라 이동 반경 자체가 북상했다. 일부 무리는 동해의 수온이 너무 높아 서해로 이동하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 교수는 “회유성 어종에 적용하는 TAC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변국들과의 공동관리 없이는 효과가 미비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오징어 어장이 북상했다면 단순히 어장이 있는 곳으로 가서 조업하면 해결되는 문제일까. 동해에서 오징어가 보이지 않자 동해 오징어 채낚기 어선 33척(강원도 20척)이 지난달 24일 러시아 해역을 향해 출어했다. 강원도는 러시아 해역 출어에 나서는 선주들에게 어선 1척당 2,500만 원의 경비를 지원했다. 선주들은 약 1,400만 원의 비용을 러시아에 지불하고 출어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 해역 출어에 비용을 지원하는 지자체는 많지 않다. 오징어를 주로 조업하던 동해안 일부(강원도, 경북도) 지자체만 출어 경비를 지원하고 다른 지역 어민들은 전망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큰 비용을 선뜻 지불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지자체가 원정 출어 비용을 지원한다 해서 모든 어민들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채낚기어선은 대부분 30톤 미만의 소형선박이어서 몇 개월씩이나 걸리는 원정에 필요한 물자를 배에 다 실을 수 없어 갈 수 없다고 한다.

수산업계에서는 우리나라 배들이 러시아 해역에 가더라도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호 대표는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어선 3,000척 이상이 러시아 해역에서 조업했는데 올해는 100척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말은 그쪽 해역에도 오징어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고 우려를 표했다. 남아있는 어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제주도 동쪽 바다에서 한치를 잡고 있다.

 

‘탄력적 금어기 운영’ 필요

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지난달 4일 올해 봄철(3월~5월) 동해의 평균 해면 수온이 10°C로 나타나 최근 4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단순히 수온이 상승할 뿐만 아니라 수온의 상승폭도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김윤배 KIOST 울릉도·독도해양 연구기지 대장은 “오징어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 군집은 대만난류와 북한한류의 접경지에서 형성되는데 오징어들은 이 먹이를 먹기 위해 모인다. 그런데 수온이 높아져 군집이 형성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표층 수온이 20°C가 넘어가는 것을 바다의 여름이라 하는데 과거에는 연간 60일~70일 정도였지만 지금은 140일~150일이 넘어갈 정도로 고수온 현상이 심각해졌다”며, “과거 9월이면 어장이 형성될 정도의 수온이 지금은 11월 말~12월 초에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또 김 대장은 “자원감소 원인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먹이의 특성이나 생리 등 근본적인 연구를 강화해 현 상황에 맞게끔 금어기, TAC 등의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오징어 어장이 형성될 수 있는 수온이 돌아올 시기는 11월, 12월, 4월, 5월 경이다. 이 중 4월과 5월은 현재 오징어 금어기로 오징어를 잡을 수 없고, 11월과 12월은 풍랑특보 등 해황이 나빠 어민들이 출어할 수 없다.

어민들은 환경이 변하는 것을 직접 체감해 규제 재검토 방안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단순히 규제 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며 지역별·업종별로 환경변화에 따른 ‘탄력적 금어기 운영’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대형트롤어업을 운영하는 박성준 해성수산 대표는 “금어기를 조정한다면 상황이 좋아질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현재 오징어를 잡는 어업인들은 지역별로 업종별로 입장도 다르고 상황도 각기 다른데, 이런 것들을 고려해 금어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오징어 자원감소에 대해 단기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해 오징어 자원 회복을 위해 ‘자원 회복 대상종’으로 지정하고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임태호 해양수산부 수산정책과장은 “정부는 자망어업이나 대형쌍끌이어업의 남획을 방지하기 위해 오징어 TAC 적용 대상 업종 확대 시범사업 중에 있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어군의 산란 시기와 주 어기 등의 변화가 관찰되면 금어기 조정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수부는 TAC 적용으로 발생하는 경영악화에 TAC 참여 어업인에게 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민들은 당장 생계가 걱정된다는 입장이다. 동해안의 오징어 자원이 예전만 못한 만큼 탄력적 금어기 적용 등 발 빠른 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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