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북극 얼음 사라진다
2030 북극 얼음 사라진다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3.08.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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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해양생물 87%, 백 년 안에 사라질 수 있어”
제14회 극지사진콘테스트 대상 수상작 ‘지구를 살려주세요(주형민 작)’

[현대해양] 환경부는 지난 4월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보고서’를 통해 해양·수산 분야에서의 기후변화 영향으로 △주변 해역의 표층 수온 상승(0.025℃/년) 및 표층 pH 감소(0.019/10년)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해일 등 연안 지역 재해 위험성 증가 △수온 상승과 함께 어종의 공간적 분포 및 양식생물 대량 폐사 위험 증가 △유해적조 생물, 난류성 독성 플랑크톤 및 해파리 등 유해 생물 종 출현 양상 변화 등을 들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양생태계 역시 변화한다는 것은 이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기정사실이 됐다. 그러면 해양생태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

지난달 갑작스러운 폭우로 50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이러한 폭우의 원인이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라는 것은 이미 매체를 통해 잘 알려진 바다. 올해 특별히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게 된 것은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하며 고온다습한 공기가 강하게 유입됐기 때문이다. 온난화로 인해 전 지구적인 고온 현상이 발생하고, 동태평양에 엘니뇨가 나타났으며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도 평년보다 높아지며 바다에서 대기로 수증기와 열이 급격히 많이 공급됐고 이러한 현상이 호우의 원인이 됐다. 지난달 26일 기상청은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서 올해 장마가 종료됐지만, 장마 종료 후에도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우리 해역 수온 상승률 전 세계 2.5배

해수부 R&D사업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의 보존조치 이행에 따른 생태계 변화 연구’ 과제책임자 김정훈 극지연구소 생명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온난화의 영향을 덜 받는 지역이기에 아직 유의미한 데이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장보고 기지가 있는 로스해 테라노바만 해역의 얼음이 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남극의 얼음은 점점 두꺼워지며 얼기 마련인데, 중간에 한 번 깨졌다가 얼면서 얼음의 두께가 현저하게 얇아져 원래는 10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비행기의 활주로로 활용하던 곳이었는데, 지난해에는 착륙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 지구적으로 해수온이 높아지고, 남극대륙과 바다 간의 온도 차가 커지며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빠르게 섞이게 되고, 그에 따라 파도가 높아지며 얼음이 깨져나가게 된 것이다.

김 연구원은 “전 세계의 바다가 전부 그렇게 변화하면서 바다 상황이 예전과 같지는 않다”라고 덧붙였다.

한반도 주변해역별 연평균 표층 수온 변동 경향
한반도 주변해역별 연평균 표층 수온 변동 경향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수온 역시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2022 수산 부분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22년까지 54년 동안 표층 수온이 1.35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표층 수온이 0.52도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해역이 2.5배 높은 수온 상승률을 보인다. 실제 2022년 여름 7월 평균 수온은 제주도가 24도를 기록했으며, 평균 수온은 지속해서 올라가는 추세다.

 

 

해수온 올라가면 서식지 축소돼

해수온이 올라가며 해양생태계도 위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생물의 다양성 변화는 육상 생태계에서 관찰되는 변화보다 훨씬 더 빠르다고 말한다.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는 이미 2018년 논문에서 해수온 상승으로 인해 2100년 안에 약 87%의 해양생물이 멸종위험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먹이사슬 상위의 포식자 종일수록 멸종위험이 컸으며, 지역별로는 적도에서 위도 30도까지의 열대 지방 서식종의 위험이 클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 과학학술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Global Change Biology)’는 지난해 11월 ‘기후변화가 해양생물의 주 서식지를 망가뜨린다(Climate change disrupts core habitats of marine species, 이하 ‘바이올로지 논문’)’라는 논문을 통해 2100년까지의 세 가지 CO₂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3만 3,500개 이상의 해양생물종의 주 서식지 변화를 예측했다.

해양생물종은 적도와 아열대 지역에서 가장 많이 멸종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특히 카리브해, 지중해 동부, 홍해,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또한, 극지역의 해수온이 올라가며 해당 해역의 해양생물은 증가할 수 있지만, 전체 서식지의 범위는 축소될 것이다.

2100년 멸종 위험 생물종 분포 예측(츨처_Nature climate change)
2100년 멸종 위험 생물종 분포 예측(츨처_Nature climate change)

 

2030 여름, 북극해에 얼음이 없을 것

2023년 현재 해양생태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수온의 상승은 해양생물의 서식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 단계인 식물플랑크톤이 감소하면 해양생물들은 먹이가 풍부한 곳으로 이동한다. 최근 대왕고래의 서식지가 남극 방향으로 500km 이동했는데, 대왕고래의 주식인 크릴새우가 해수온의 상승으로 인해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멀리 이동하지 못하는 해양생물은 먹이 부족으로 인해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거품돌산호와 같이 열대 바다에서 발견되던 종이 제주에서 발견돼 모자반이나 감태 같은 해조류 서식지를 빼앗기도 한다. 특히 해조류는 해양생물의 산란장과 생육장 역할을 하는데, 해조류가 사라지면 해양생물 역시 사라질 수밖에 없다.

양은진 극지연구소 해양연구본부장은 “2030년 여름에는 북극해에서 얼음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네이처의 예측이 이제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며, “실제 얼음이 없어진 북극해를 본 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보통 위도 76~77도 정도부터 얼음이 보였으나 2012년에는 82도까지 올라가 간신히 얼음 조각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 본부장은 또한 “북극해의 수온이 높아지며 플랑크톤이 증가해 아북극에 있던 해양생물이 계속 북극으로 올라오고, 북극의 주요 어종은 사라지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유럽에서 피시앤칩스로 대량 소비하는 북극대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통계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까지는 북극해의 해양생물 중 60~70%가 북극 고유의 종이었는데, 2015년 이후에는 아북극종이 60~70%를 차지하며 역전했다”며, “이건 단지 플랑크톤의 변화가 아니다. 먹이 사슬이 변화하고, 결국은 인류의 생존과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북극해 주변 담수 유입량 변화를 고려한 식물 플랑크톤의 계절별 농도 변화
북극해 주변 담수 유입량 변화를 고려한 식물 플랑크톤의 계절별 농도 변화량 (위: 봄철, 아래: 여름철) : 현재(좌) / 미래(우) *제공_극지연구소

 

아열대성 해양생물 출현빈도 높아져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생물자원조사사업을 통해 5년마다 전국 해양생물자원의 현황과 서식지 등을 조사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제주도에서 흔히 발생하던 감태, 대황의 군락지가 울릉도와 독도 주변 해역에서 우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2021년 지중해 해역을 비롯한 대서양, 인도-태평양 등 열대 해역에서만 주로 발견되던 열대성 문어 ‘붉은흰반점문어’를 부산해역에서 처음 발견했으며, 이에 앞선 2019년에는 강원도 삼척에서 열대지역의 얕은 수심(20㎝ 내외)에서 서식하던 ‘갈색망토보라문어’를 확보한 바 있다. 치명적인 맹독을 가진 ‘파란고리문어’는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했는데 이후 거제, 기장, 울산을 거쳐 계속 북상하고 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독도 감태 군락지
독도 감태 군락지
독도 대황 군락지
독도 대황 군락지

지난 6월에는 제주 서귀포시 한 해안 갯바위에서 무태상어의 사체가 발견됐다. 열대, 아열대에서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어인데 수온 상승에 따른 먹이 이동 등으로 인해 연안에 출몰한 것.

윤석현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은 “아열대성 생물의 출현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이미 10년 전부터도 확인된 바다”라며, “과거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거나 아주 드물게 보였던 생물들이 현재는 빈번하게 관찰되고 있는데, 특히 난류수의 유입 영향을 많이 받는 제주를 기점으로 남해와 동부해역을 거쳐 울릉도로 이어지는 해역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열대성 해파리, 어종, 플랑크톤, 산호류와 해조류 등이 확장되는 추세다”라고 덧붙였다.

3rd CCAMLR Special Meeting, 칠레 산티아고,  2023 06.19~23
3rd CCAMLR Special Meeting, 칠레 산티아고, 2023 06.19~23
CCAMLR WG-EMM 생태계 모니터링 및 관리 실무그룹회의  인도 고치, 2023. 07.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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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 모니터링, 전 지구적 마인드 필요”

양은진 본부장은 “최근 장마로 인해 북극발 기상 이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알게 됐다”라며, “우리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과학적 근거를 만들 수 있는 자료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이올로지 논문’은 해양생물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지구 기후변화의 완화와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국제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신중한 해양생태계의 보호와 관리가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의 감소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측면이라고 지적한다.

해양생물 전문가 A씨는 “기후변화 문제는 전 세계적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 간의 합의가 가장 중요하고 특히 힘 있는 국가들의 입장이 중요한데, 중국과 러시아가 여러 가지로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최근 ‘남극해양생물보존위원회(CCAMLR, Commission for the Conservation of Antarctic Marine Living Resources)’에서도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해양보호구역 추가 설정 문제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라며 “환경 문제에서는 정치나 경제를 떠나 전 지구적인 마인드가 필요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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