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크톤의 해양생태적 역할과 가치
플랑크톤의 해양생태적 역할과 가치
  • 이무준 안양대 해양바이오공학과 교수
  • 승인 2023.08.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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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준
안양대 해양바이오공학과 교수

[현대해양] 플랑크톤이란

플랑크톤(Plankton)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인가 매우 작고 하찮은 수생물’ 정도로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플랑크톤이라는 단어는 일반인들에게 전혀 생소하지는 않지만, 그 정의와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플랑크톤(Plankton)의 어원은 ‘정처 없이 떠도는 것’, ‘방랑하는 것’이라는 그리스어 ‘planktos’이다. 즉, 유영생물(Nekton)과 상반되는 의미로 유영 능력이 약해 물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여 물에 떠다니며 생활하는 생물을 플랑크톤이라고 총칭한다.

플랑크톤은 pico-, nano-, micro- 크기의 0.1mm 이하 매우 작은 생물부터 수 cm 혹은 1m 이상의 대형 해파리까지 원생생물과 후생동물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들은 영양 방식(에너지를 획득하는 방식)에 따라 광합성을 하는 1차 생산자 자가영양성 식물플랑크톤, 그들을 섭취하는 소비자 종속영양성 동물플랑크톤, 그리고 광합성 능력과 먹이를 섭취할 수 있는 능력을 모두 지닌 혼합영양성 플랑크톤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생활사에 따라 전 생활사를 모두 플랑크톤으로 지내는 일생플랑크톤과 대부분의 저서생물처럼 생활사 중 유생 시기 일부분만 플랑크톤으로 생활하는 일시플랑크톤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이처럼 플랑크톤은 다양한 크기, 종류, 영양방식과 생활사를 지닌 생물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므로 그들의 해양생태적 역할은 매우 다양하고 중요하다.

 

해양생태계 먹이망의 출발점

지구 표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바다는 전 지구적 탄소 순환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대기와 바다의 순환시스템은 이산화탄소와 산소 등의 흡수와 배출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기후변화의 속도와 규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식물플랑크톤이 있는데, 이들은 전 지구의 연간 1차 생산량의 약 45%를 담당한다. 식물플랑크톤은 동물플랑크톤의 먹이원이며 동물플랑크톤은 어류와 같은 대부분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수산생물의 주요 먹이원이 된다.

즉, 식물플랑크톤은 해양생태계 먹이망의 근간이다. 이러한 식물플랑크톤의 다양성이나 생물량이 급격히 감소한다면 해양생태계 먹이망은 현재와 같은 구조와 규모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식물플랑크톤은 남세균류, 미소편모류, 규조류, 와편모류 등으로 이루어진다. 이들 중 와편모류는 최근 많은 종이 혼합영양성 와편모류로 연구되어 보고되고 있다. 혼합영양성 와편모류는 엽록체를 지니고 있어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환경에 따라 먹이생물을 섭식하여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혼합영양성 와편모류는 일반적으로 광합성만 할 때보다 혼합영양을 할 때 성장률이 증대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1차 생산자에서부터 1차 소비자까지 해양생태계 먹이망의 기초 단계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피식과 포식의 상호 유기적 관계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호의 생존 파트너

단세포성 와편모류인 심바이오디니움(Symbiodinium spp.)은 산호, 말미잘, 해파리 등과 상리공생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공생미세조류 또는 주산텔라(Zooxanthella)라고 불린다. 심바이오디니움은 산호의 체내에서 고밀도로 서식하며 산호로부터 안정적인 서식처와 함께 이산화탄소, 질산염 등 광합성과 성장에 필요한 물질을 제공받는다.

산호는 공생미세조류로부터 광합성을 통해 생산된 유기물질을 자신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원의 80% 이상 공급받는다. 산호와 공생하던 미세조류가 수온 상승과 같은 서식지 주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반응하여 산호 체외로 방출되고 산호가 죽게 되면 산호를 지탱하던 하얀 석회질만 남아 백화현상이 발생한다.

전 세계 산호초 군락은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처 제공, 관광, 어장형성 등 연간 수백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2009년 이후 전 세계 산호의 14%가 소실되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최악의 경우 2050년 이후에는 전체 산호의 절반 이상이 멸종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시되었다.

이러한 산호초의 백화현상 방지와 소실된 산호초 군락의 성공적인 복원을 위해서는 단순히 산호 서식지의 환경 변화에 따른 반응 연구를 넘어서 산호공생미세조류의 생리·생태적 특성과 생존 파트너로서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야 한다.

 

플랑크톤의 활용 가치와 중요성

최근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플랑크톤을 경제적 가치 창출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식품, 보조식품, 사료, 화장품 등을 개발하기 위한 시도가 지속되고 있으며, 식물플랑크톤의 대량배양을 통한 이산화탄소 고정 및 재생에너지(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해양미세조류가 합성하는 식물성 오메가-3 지방산(DHA, EPA 등)과 같은 유용물질은 사람이 섭취 시 비교적 독소나 중금속과 같은 오염물질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또한, 좁은 공간에서 고밀도로 배양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양의 물질생산이 가능하여 비용 효율적인 면에서 경제적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양위기 중심에 플랑크톤 있어

플랑크톤에 관한 연구는 무궁무진한 생태적, 과학적, 경제적 가치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기후변화, 해양산성화, 수산어획량감소, 백화현상, 유해성 적조 등 인간이 직면하고 있는 해양위기의 중심에는 모두 플랑크톤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위기를 해결할 방법의 실마리를 플랑크톤 연구를 통해 찾는다면 미래의 지구와 바다는 더 긴 시간 동안 현재처럼 아름답고 가치 있게 보전되고 현명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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