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메타, 인공지능 그리고 해양·수산교육의 미래
애플, 메타, 인공지능 그리고 해양·수산교육의 미래
  • 이병윤 AMC Risk Solution 실장
  • 승인 2023.08.10 09: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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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윤 AMC Risk Solution 실장
이병윤 AMC Risk Solution 실장

[현대해양] 지구 정복의 힘, 애플과 메타의 한판 대결

무엇이 인간을 지구생태계의 최정점에 올려놓았는가. 바로 ‘상상하는 힘’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여러 명언 중에서도 “상상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Imagination is more important than knowledge)”가 손꼽히는 이유다. 폭발하는 상상력의 과학자들은 시공간의 제약, 거시·미시세계의 물리적 환경까지 극복하려 한다. 머릿속의 어렴풋한 이미지를 환상적인 형상, 다채로운 색감으로 다른 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겠다는 것인데, 그러한 지적욕구의 최선두에 ‘애플’과 ‘메타’가 서 있다.

애플은 내년에 혼합현실(MR : Mixed Reality) 헤드셋 ‘비전 프로’를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제품은 사용자의 음성, 시선, 몸짓으로 가상세계를 제어할 수 있는 ‘공간형 컴퓨터’로서, 애플 제품군(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과 긴밀하게 연동될 것이다. 비슷한 시점에 메타도 새 가상현실(VR : Virtual Reality) 헤드셋 ‘퀘스트 3’를 선보인다. 전작 ‘퀘스트 2’보다 두께를 40% 줄이면서도, 해상도와 디스플레이를 크게 개선시킨 신제품을 애플의 7분의 1 가격(약 66만 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애플과 메타의 상상력 덕분에 반짝 유행에 그쳤던 메타버스의 진면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겠다.

 

반짝 유행 메타버스, 그 이유는?

2021년 10월경부터 VR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는 빅테크 기업들의 새로운 미래로 주목받았으나, 불과 17개월만인 올해 3월경 상황은 반전되어 그 인기가 시들해졌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당대 기술력, 특히 디스플레이 기술의 한계 때문이다. 오늘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인간의 눈과 비교해 보자. 인간의 눈은 정지화면에서 최대 2억 8,000만 화소의 이미지를 인식할 수 있는데, 최신형 아이폰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는 최대 4,800만 화소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눈은 연속장면에서 1초에 최대 500장의 움직임까지 구분할 수 있는 반면, 최고사양 게임용 모니터를 사용하더라도 1초에 최대 240장의 움직임까지만 표현 가능하다. 인간의 눈과 뇌가 착각할 만큼 현실감 넘치는 가상세계를 창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무선 데이터전송 속도가 충분하지 않은 점, VR 헤드셋의 배터리 용량 한계, 킬러 콘텐츠(미디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매력적인 핵심 콘텐츠)의 부재 등도 당면 과제이다.

 

가상현실(VR)의 잠재력이 인공지능을 만날 때

우선 관련 용어부터 짚어보자. 앞에서 언급된 VR(가상현실)과 MR(혼합현실)은 근본적인 소프트웨어 개발방식(프로그래밍 언어, 플랫폼)에서는 차이가 없다. 사용자의 실제 주변 환경을 컨텐츠의 일부로 사용하면 MR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VR이다. 본질적인 요소가 같기 때문에 IT 전문가들은 새로운 용어로 확장현실(XR : eXtended Reality)을 선호하지만, 셋 중 어느 것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왜 글로벌 IT 기업들은 VR, MR, XR 등의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 교육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이 여섯 글자만으로도 설명은 충분하지만,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화물선의 선창 뒤편 양쪽 구석에는 ‘빌지 박스(Bilge Box)’라는 시설이 있다. 선창에 물이 차오를 때 화물과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물을 배출하는 것이 목적이고, 직육면체 모양에 타원형의 뚜껑이 있으며, 각각의 용적은 대략 1 세제곱미터 정도이다. 추가설명을 더 나열할 수도 있지만,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 아무리 말과 글로 설명을 듣고 사진을 보아도, 직접 화물선 선창에 내려가서 눈앞에서 빌지 박스를 보고, 직접 뚜껑을 열어 몸을 웅크리고 내부를 들여다 본 사람만큼 이해할 수는 없다. 실제로 경험하기 힘든 곳을 직접 가지 않고도, 안전하게, 비용도 들이지 않으면서 짧은 시간 안에 체험하는 일, 그것이 바로 가상현실의 잠재력이다.

이러한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컴퓨터그래픽 전문가가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여 수백만회의 렌더링(Rendering : 가상공간에서 빛의 물질반사를 실제공간과 똑같이 구현해 내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시키면 200배 이상의 처리속도로 콘텐츠 생산이 가능해진다.

 

마린 얼리어답터(early-adopter)들, 그들은 이미 누리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의 교육효과를 깨달은 해양수산계 발 빠른 이들은 이미 각자의 교육 콘텐츠를 생산하여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해양오염방제국은 선박연료유 보급 작업을 360도 VR 카메라로 촬영하고, 이를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으로 개발했다. 사용자는 선박으로부터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에 어떤 상황이었는지, 무엇이 실수였는지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해양경찰교육원은 연안어선 구조(Rescue)를 위해 구조(Structure)를 학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연안 어선을 선종별로 드론 항공촬영하고, 내부구조는 360도 VR 콘텐츠로 제작했다. 이에 더하여 선박이 거꾸로 뒤집힐 경우 어디에 에어포켓이 있을지를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하여 눈으로 직접 보고 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친환경선박설비 검사업무를 베테랑 검사관이 현장에서 수행하고, 이를 콘텐츠로 제작, 각 지부 검사관의 직무교육 자료로 배포하여 마치 도제교육을 받는 듯한 효과를 거두었다. △한국해운조합과 노사발전재단은 중장년취업프로그램의 하나로 바지선 선두 양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승선경험이 전무한 교육생들은 선박 내부구조에 대한 친숙화 교육을 안전한 사무실 환경에서 먼저 체험한다.

민간 해운기업들도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직무교육,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태영상선은 육상직원과 해상직원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사무실 직원들에게 선박의 다양한 상황(선박 접·이안, 연료유 보급, 입거수리, 구명설비 점검)을 VR 콘텐츠로 제공한다. △한유는 소속 화학물질운반선 내부구조를 마치 지도서비스 로드뷰와 같은 방식으로 구현하였는데, 사용자가 실제로 선박에 승선하고 선내를 걸어서 이동하는 것처럼 체험 가능하다. 그 외에 다수의 기업들도 연중에 맞춤형 VR 콘텐츠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가는 소수 vs 뒤쳐지는 다수

시대를 막론하고 어느 분야에서나 발 빠른 소수의 사람만이 기회를 먼저 알아보고 그 혜택을 누린다. 가상현실이라는 이기(利器), 너무 어려운 것 같고 따라가기에 이미 늦은 것 같은가? 그렇지 않다. 유튜브에 게시된 다양한 VR 콘텐츠를 지금 체험해 본다면, 당신도 앞서가는 소수 중 한명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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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나이가어때서 2023-08-10 10:49:35
기술이 발전하니, 시대가 변화합니다. 해운업계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좋은 기고문 잘 보았습니다. 앞으로의 활동을 응원하며 지켜보겠습니다.

Amc Philosophy 2023-08-10 10:43:50
평소 해상분야에 이런 기술을 적용한다는것을 생각을 못했는데 상당히 진보적이고, 실제 적용시 유용할것으로 보입니다. 좋은 기사와 정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