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탈출
프레임 탈출
  • 송영택 발행인(수산해양정책학 박사)
  • 승인 2023.08.04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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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날씨가 더워지면서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고 경기침체와 어획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슈가 수산물 소비위축에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실제 어느 횟집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더 힘들다며 고깃집으로 바꾸겠다고 선언을 했다고 합니다. 이와 중에 일부 악질 유통업자들이 생선 단가를 후려친다든가 수매를 유보하며 어업인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한 방울도 흘려보내지 않은 지금 이 시점에 말입니다.

어업인들도 성명 발표와 규탄대회를 열며 과도한 공포 조장이 수산물 소비위축을 부추겨 결국 어업과 어촌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호소합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철회를 촉구하기도 합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감지한 정치권과 지자체 단체장들이 긴급히 어업인 간담회나 수산시장을 방문, 수산물 시식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수산물 소비촉진 이벤트를 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런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이벤트로는 해결될 사안이 아닙니다.

사실 이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을 정부 당국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일본이 방류 결정을 한 이후 수년간 어정쩡한 입장 만을 보이다 결국 어업인들만 피해를 보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늦었지만 해양학회를 비롯 과학자들이 나서 우리나라 해역에는 자연 방사능 수준을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심리를 되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인지 언어학의 창시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코끼리를 생각 하지마’라는 책에서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해도 이 말을 듣는 순간 코끼리를 계속 떠올릴 수 밖에 없다고 하며 프레임 사고(思考)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정치 컨설팅을 위한 말입니다만 이번 오염수 사태에도 같이 적용이 될 것 같습니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사태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심리도 매스컴이 오염수 논란을 조명하면 할수록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감은 계속해서 커지게 될 것입니다.

현시점에서는 정치권에 휘말리지 말고 수산계를 중심으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차분히 찾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단기적인 혼란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중앙정부와 각 지방정부가 연합하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조직을 만들고 각 해역별 해양 오염지표를 공개해 국민들의 신뢰를 쌓아나가야 될 것입니다.

또 정부와 지자체, 수협을 비롯한 생산단체,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포함된 거버넌스를 구성하여 수산물 소비 진작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조용히 꾸려나가면 좋겠습니다.

또 국민 건강안보와 영양안보 측면에서 수산물의 중요성을 꾸준히 홍보하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단, 오염이 우려되는 일본 수산물 수입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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