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수산생물
[주장]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수산생물
  • 정석근 국립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승인 2023.07.12 0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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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불안감 서서히 해소될 것
정석근 제주대 교수
정석근 제주대 교수

[현대해양]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계획을 두고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게 국내 논쟁을 벌이고 있는 나라는 당사자인 일본도 아니고 직접 영향을 받을 미국과 캐나다도 아닌 대한민국이다. 그것도 지난 12년 동안 후쿠시마 원전에서 태평양으로 이미 흘러들어간 양과 비교하면 1만분의 1도 채 안 되는 남은 방사능 물질 방류를 두고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져 다투고 있다.

 

1990년대 러시아 해군이 동해에 방사능 폐기물질을 무단 방류해왔다는 것을 실토하자 인접국인 일본 정부가 가장 심하게 항의를 했다. 일본 바다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주자 않는다는 자국 조사결과가 나왔는데도. 자신들이 과거에 했던 말을 지켜보자는 것이 목적인지는 몰라도 세슘-137 기준 최대 16,000조 배크럴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방사능 오염수를 그 동안 방류해놓고 이제 와서 일본 정부는 이 양의 1만분의 1도 안 되는 남은 방사능물질을 굳이 정화장치로 처리해서 30년이나 질질 끌면서 서서히 방류하겠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후쿠시마 원전 1호기를 인재로 폭발시켰던 거시적 문제를 가리기 위해 미시적 처리수 방류를 침소봉대하고 있는 듯하다. 과거 했던 말에 책임을 지고 국제협약을 성실히 지키는 모범국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남은 소량의 방사능 물질도 절차에 따라 꼼꼼하게 방류하겠다고 선전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도 들지만, 결과적으로는 유독 한국에서만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인들을 이간질하려고 일부러 이렇게 한다고 믿고 싶지는 않지만, 일본이 체면 차리지 않고 탱크에 보관된 나머지 방사능 물질도 지난 12년 동안 했던 대로 조용히 바다에 버렸으면 소금 사재기는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소모적인 정쟁으로 다른 중요한 국정들이 소홀히 다루어지게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부 일본 사람들은 속으로 비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앞으로 방류 예정인 후쿠시마 처리수 유해 여부를 따지는 것은 정치싸움에서는 중요할지 몰라도 과학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 대신 앞으로 방류할 양보다 1만 배 이상 더 많았던 2011년에 3개월에 걸쳐 바다로 이미 흘러들어갔던 오염수로 바다 환경과 우리 아침 식단에 오르는 수산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국민들 불안을 해소하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장기적인 생태계 변화를 감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1. 희석

바다생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방사능 오염물질 농도가 낮아지는 과정은 크게 방사선 붕괴와 희석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반감기를 결정하는 방사선 붕괴는 육상에서도 일어나지만, 바닷물 속에서 희석 과정은 육상과 전혀 다르게 진행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잘 몰라 여러 가지 오해도 낳고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물 컵에 같은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잉크 분자 퍼져나가면서 시간이 지나면 물 전체에 골고루 섞이게 되는 과정을 확산이라고 한다. 퍼져 나간 잉크가 다시 원래대로 모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데, 이를 열역학 제2법칙이라고 한다. 확산되면서 물 단위 부피당 잉크 농도는 줄어드는데 이를 희석이라고 한다. 육상에서는 방사능 오염물질이 한 장소에 오래 머물 수도 있지만 바다에서는 높은 농도 오염물질이 순간적으로 관측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끊임없이 희석이 된다. 외부와 물 흐름이 어느 정도 단절된 호수나 만이라면 확산이 제한되어 희석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지만, 후쿠시마 앞바다는 태평양 외해와 바로 통하며, 확산 외에도 해류 때문에 더 빨리 희석이 된다.

 

후쿠시마에서 방류한 방사능물질은 기하급수적으로 처음에는 빨리, 시간이 갈수록 천천히 농도가 줄어드는데 대략 10km 정도 나가면 1만분의 1,100km 정도만 나가면 1천만분의 1로 희석이 되며,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우리 바다로 올 무렵이면 1조분의 1로 희석이 된다. 따라서 방류 예정인 후쿠시마 오염수 130t이 지구 바다에서서 차지하는 비율도 1조분의 1인데, 올림픽 수영경기장에 잉크 1/25 방울 떨어뜨린 정도이다.

바다에서 이렇게 흩어져 희석된 오염물질은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다시 모이는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일어날 수도 있다. 오염물질이 생물 몸 안으로 들어와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생물축적(bioaccumulation)이라고 하며, 먹고 먹히는 관계에 따라 먹이사슬을 따라 상위 영양단계로 갈수록 농도가 높아질 수 있는데, 이를 생물증폭(biomagnification)이라고 한다. 먹이사슬 단계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최대 10배까지 농도가 높아질 수 있으니 영양단계 4단계 정도인 물고기에서는 (이론적으로는) 바닷물보다 약 1만 배까지 농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바다에서는 100km만 나가도 오염물질 농도가 1,000만 배 정도 줄어들기 때문에 이런 생물증폭은 해양생물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후쿠시마에서 방류했던 오염수 세슘-137 농도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114월 초로 사고 전보다 약 5,000만 배나 높았다. 사고 직후인 64~18일 미국 MIT 대학이 주도했던 국제 공동 승선 조사 결과에 따르면 후쿠시마 주변 해역 방사능 농도는 일본 측정 장비로 감지하기에는 농도가 너무 낮았으나, 사고 전보다 10~1,000배 가까이 올라갔음을 정밀도가 더 높은 미국 장비로 측정할 수 있었다.

채집된 동물플랑크톤 세슘 농도는 바닷물보다 40배가량 높아 생물증폭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소형 물고기에서는 일본 수산물 섭취 기준보다 150배나 낮은 세슘 농도가 측정되어, 물고기에 포함된 자연방사능의 10~30%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사고가 난지 3개월이 지나자 후쿠시마에서 30km 이상 떨어진 외해에서는 세슘 농도가 일본 기준치나 자연방사능 농도보다 모든 조사 정점에서 낮게 나타났다.

 

물고기 몸에 이미 있는 폴로늄 자연방사선보다 후쿠시마 원전 기원 인공방사선은 10에서 1,000배가량 낮았다. 또 후쿠시마 앞바다 세슘 농도는 수심이 깊어짐에 따라 감소하여 100~200m 아래로는 내려가지 못한 것을 관측했다. 따라서 후쿠시마 방류수가 해양생물이나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조금이라도 미치기에는 바닷물 방사능 농도가 너무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고 직후 방사능 농도가 가장 높았던 2011년에도 이랬는데 12년이 지난 지금은 더욱 안심해도 된다.

 

2. 육지와 바다

이렇게 육상과는 달리 바다 수산생물에서는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가 지난 80여 년 동안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는 이유는 육상과 해양 생태계 차이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바다는 물이라는 액체로 이루어져 있어 같은 액체인 오염수가 육상보다 희석이 훨씬 더 잘된다. 육상에서는 광합성을 하는 나무나 풀과 같은 일차생산자가 토양에 고정되어 있지만 바다에서 식물플랑크톤은 해류를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므로 주변보다 특별히 농도가 높은 오염물질에 노출될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

또 바다에는 동물 이동을 가로막는 산이나 하천이 없어 플랑크톤을 먹이로 하는 물고기들은 육상동물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먼 거리를 헤엄치며 돌아다니기 때문에 역시 오염원에 노출될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 즉 해양생태계에서는 물과 생물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이라는 오염원에 노출될 확률이 육상에 비교하면 거리에 따라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수산물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 원전 주변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는 정착성 어류들은 오염원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몇 나라에서는 예방적 차원에서 여전히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 바다에서 바닷물이나 수산생물 방사능 농도는 후쿠시마 사고 전후로 차이가 없었다. 일본에서는 사고 주변 해역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물고기가 가끔 잡혔고, 올 초에도 원전 입구에서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우럭(조피볼락)이 채집되기도 했으나, 그 기준치라는 것은 엑스레이 한 번 찍을 때 받는 피폭량 정도이지 해양생물이나 수산생물이 어떤 피해를 입는 것과는 무관하다.

 

3. 삼중수소

중국은 후쿠시마에서 방류 예정인 양보다 50배 많은 삼중수소를 매년 방류해왔고, 그 방류수는 서해와 남해로 바로 유입된다. 반면 후쿠시마 방류수는 북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서 3~5년 뒤에 유입된다. 일부 정치인들이 우리 남해 바다가 직격탄을 받는다고 하는데, 직격탄은 후쿠시마 방류수가 아니라 중국 원전 방류수임은 유치원생이 지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 원전에서 남해까지 거리는 수백 km이고 평균 수심은 40m 정도밖에 안되나, 후쿠시마 원전에서 남해까지 해류가 오는 거리는 1km가 넘고 수심은 수천 m이다. , 삼중수소가 우리 바다에 미치는 영향은 중국 원전이 후쿠시마 원전보다 10만 배 이상 더 크다. 중학교 수준 과학이면 알 수 있다.

정치인들이 유치원생들도 알 수 있는 괴담을 만들어내고 어른 대다수가 여기에 선동 당해 소금 사재기를 하면서 국내외 과학자들을 돌팔이라고 용감무쌍하게 매도하고 있다. 세계에서 언론 자유가 북한 다음으로 낮은 중국 주장은 추호의 의심 없이 다 받아들이면서 국제기구를 통해 자료를 공개하는 일본도 국제기구도 못 믿겠다고 큰소리친다.

 

피해는 어민에게 돌아가

방사능과 바다 모두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나 교육과 학습을 통해 서서히 해소될 것이다. 후쿠시마 방류로 한국이나 일본 모두 얻을 것은 없으나 잃을 것은 많다.

모든 피해는 결국 어민들에게만 돌아간다. 하루하루 겨우 수지타산을 맞춰가며 생계를 유지해온 어민들과 수산업 관련 종사자들은 1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현실을 잘 인식하고 언행에 조심하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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