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시대, 실용의 시대
서민의 시대, 실용의 시대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08.10.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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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색(才色)을 겸비한 여인과 재산(財産)을 겸비한 여인

 胡地無花草(오랑케 땅에는 화초가 없으니) / 春來不似春(봄이 왔어도 봄같지 않구나)                  

 당나라 시인 동방규(東方叫)의 소군원(昭君怨)이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기원전 33년 중국 전한(前漢)시대, 북방 오랑케 흉노의 족장에게 화친의 제물로 바친 왕소군(王昭君)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후대의 문인들은 시와 희곡으로 엮어냈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한 여인의 애달픈 이야기가 2000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또 다른 의미로 사람들의 입에 회자(膾炙)되고 있으니 역사 기록에 대한 외경(畏敬)과 함께 시대를 노래하는 문인(文人)들의 필력(筆力)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중국 고대역사 속에는 네명의 미녀가 등장한다. 춘추시대(기원전 722년~481년)의 서시(西施), 한나라 원제때의 왕소군(王昭君), 후한(後漢)(190년대)때의 초선(貂嬋),그리고 당나라 현종(712~756년)때의 양귀비가 그들이다. 이 네명의 미녀들은 나라의 명운과 대의(大義)를 위해 목숨을 바친 열사로 기록되거나 혹은 나라와 군왕의 앞날을 망친 요부(妖婦)로 기록되기도 한다.

 춘추시대 월왕 구천(越王 句踐)은 오왕 부차(吳王 夫差)에게 패한 후 와신상담(臥薪嘗膽),즉 편히 잠들 수 없는 나무섶에 누워 쓸개를 씹으며 복수를 다짐한다. 그는 가난하게 살고 있는 미녀 서시를 데려와 아름다운 옷을 입히고 기예를 가르쳐 오왕부차에게 바친다. 마침내 오왕은 서시의 미모에 빠져 정사를 게을리하다가 구천에게 목숨을 잃고 패망하고 만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초선은 동탁과 여포 사이를 갈라놓는 흥미진진한 연환지계(連環之計)의 희생양으로 등장한다. 삼국지를 읽는 재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클라이맥스가 아닐 수 없다. 양귀비에 관한 역사적 기록과 야사(野史)는 지금까지도 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린다. 안록산의 난(亂)으로 처형될 때까지 양귀비가 남긴 당나라 현종과의 애증(愛憎)의 역사는 여성이 담아낼 수 있는 선과 악, 미(美)와 추(醜)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시대의 역사적 흐름을 바꾸어 놓았던 여걸(女傑)들, 특히 중국의 4대 미녀들은 ‘재색(才色)을 겸비한’ 출중한 인물들이었다.

 2008년 2월 25일 제17대 이명박 대통령시대가 개막된 지금, 우리나라 정치판은 ‘재산(財産)을 겸비한’ 걸출한 여성장관 후보 두명 때문에 파열음을 내고 있다. 여성부 장관으로 추천된 여성 후보가 자진 사퇴한데 이어 환경부 장관후보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낙마하고 말았다. 여인의 재색(才色)이 독(毒)도 되고 약(藥)도 되던 시절에서, 이제는 여인의 재산(財産)이 독도 되고 약도 되는 시대로 변하고 있음에 허탈한 웃음을 금할 수가 없다.

 가진 자가 존경받는 진정한 자본주의 시대는 언제나 오려는지... 봄은 왔으나 봄을 느끼지 못하는 가난한 서민들에게 부(富)와 행복의 참다운 의미를 깨우쳐 주는 서민의 대통령이 되어 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식량산업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국민의 기대와 설렘 속에서 이명박대통령시대가 시작되었다. 꼭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이 국민들의 가슴속에 다시 한번 희망의 불꽃을 댕겼다. 이념 대신 실용의 시대를 열어나가겠다는 대통령의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치 철학에 국민들은 큰 기대와 함께 열렬한 성원을 보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건국 60년을 맞이하는 첫 해인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하면서 국민 모두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변화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세계화, 개방화시대를 맞아 경제, 사회, 정치, 문화의 모든 분야에 걸쳐 국민 스스로가 먼저 변화하지 않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특히 시장개방은 피할 수 없는 큰 흐름으로서 수출산업이 경제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국부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이대통령은 시장 개방에 취약한 농어민들에 대한 걱정과 함께 농림수산업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내놓았다.

 그 첫번째로 농림수산업이 더 이상 낙후한 1차산업의 굴레에서 머물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첨단생산 기술을 접목하고 농수산업을 유통, 서비스 경영과 결합시킴으로써 경쟁력을 갖춘 2차, 3차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두번째로는 우리가 생산한 농수산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함으로써 자유무역협정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농어민과 정부가 지혜를 함께 모은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같은 다짐과 독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조직 개편에서 해양수산부마저 잃어버린 어업인들은 앞으로 닥칠 FTA 파고와 농림수산식품부라는 다소 생경한 정부 조직속에서 수산업과 어업인이 서자취급을 당하지나 않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해양수산부시절 해양부문과 수산부문의 상호 이질적 업무와 조직이기주의 때문에 많은 갈등과 소외감을 겪어야만 했던 어업인들을 단순한 경제논리만을 앞세워 또다시 방치하거나 홀대한다면 우리나라의 식량산업, 나아가서는 국가의 안위마저도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지금 세계는 자원전쟁의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국가의 명운이 자원확보에 달려 있음을 그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다. 세계 각국은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국가간의 각축과 석유자원 고갈에 대처한 바이오에너지 개발에 모든 국력을 쏟아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보다 더 큰 재앙이 우리에게 닥쳐오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바로 식량자원 문제다. 곡물부족 사태가 세계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에서 조차 자국의 물가 안정을 위해 곡물수출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명박정부가 해양수산부를 쪼개어 국가발전의 양대축(兩大軸)인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재편한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선진국으로 향하는 원대한 비젼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현실이 문제다. 어업인들에게는 당장 먹고 사는 것이 제일 시급한 과제다. 그리고 수산업은 이미 한계상황을 벗어나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다.

 당장 죽어가는 생명을 구하지 못한다면 명의(名醫)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명약(名藥)인들 어디에 쓸모가 있겠는가? 평생 동안 바다에 기대어 살아온 어업인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대통령의 그 많은 공약과 원대한 약속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또 다시 춘삼월 호시절(春三月 好時節)이 돌아왔다. 국민들이 그토록 열망하던 이명박 대통령시대까지 열렸으니 이 얼마나 기쁘고 축복받은 계절인가? 그러나 봄꽃이 피고 새싹이 돋았으나 봄날의 따스함을 느끼지 못하고, 선진화의 위대한 시대가 열렸으나 가슴에는 찬 바람만 휘몰아치고 있는 어업인들의 마음 속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봄은 왔으나 봄 같지가 않으니 이 얼마나 난감한 일인가. 힘없고 가난한 자의 편에 서서 국민 대화합의 시대, 서민의 시대를 열어주시기를 이명박대통령께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

 

 200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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