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다시 6.어부가류 시가에 나타나는 ‘어부’의 두 층위
한국 바다시 6.어부가류 시가에 나타나는 ‘어부’의 두 층위
  • 남송우 부경대 명예교수 · 고신대 석좌교수
  • 승인 2023.07.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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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봉집은 이수광의 시가와 산문을 엮어 1634년에 간행한 시문집이다. (출처_한국학중앙연구원)
지봉집은 이수광의 시가와 산문을 엮어 1634년에 간행한 시문집이다. (출처_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해양] 선인들은 어부가류(漁父歌類)에 해당하는 많은 시가 양식의 작품을 남겼다. 그런데 이 어부가류에 등장하는 ‘어부’의 존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 하는 점은 선인들이 남긴 어부가류의 성격과 의미를 해명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어부가류에 등장하는 어부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어부가류에 등장하는 시적 자아는 물론 어부이다. 어부로서 작품 속에서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관찰자에 의한 묘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부가류 시에서 대부분의 경우, 이 시에 등장하는 시적 자아는 외형만 어부로 나타나지 실제 어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실제 어부와 구분하여 ‘가어옹’이라 명명하기도 한다. 이런 가어옹들은 시 속에서 무심하게 졸기도 하고, 술에 취해 낚시하는 일조차 잊어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을 신민일(申敏一, 1576~1650)의 「어부」와 이수광(李晬光, 1563~1629)의 「어부사」에서 엿볼 수 있다.

위 시에서 보이듯이 시 속에 등장하는 어부는 술에 취해 있거나, 자고 있는 모습을 내보이고 있다. 또한 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기가 입질을 해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고기잡이에는 크게 관심이 없음을 드러내 보이는 장면이다. 이러한 어부가류의 성격 때문에 그 동안 우리는 어부가류의 시들을 강호문학(江湖文學) 혹은 처사(處士)적 문학이라고 명명했다. 즉 사대부들의 양면적 생활세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강호문학의 많은 저작자들이 조정의 관료로서 일하다가 관직을 물러나면 강호의 처사로서 음풍농월의 생활을 누리는 양면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찍이 이우성은 이러한 사대부들의 생활의 양면성이 그들의 문학으로 하여금 양면의 세계를 가지게 했다고 평가했다. 즉 경국(經國)의 문장으로 불후의 성사(盛事)를 장식하는 관료적 문학과 일세(逸世)의 정취(情趣)를 추구하고 한적(閑寂)한 인생을 자락(自樂)하는 강호문학을 낳게 됐다는 것이다. 어부가류의 시가 중 많은 시가, 한 폭의 풍경화 같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곧은 바늘의 낚싯줄을 드리우며 고기잡이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어부를 만나게 되는 것은 이런 연유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유의 어부만 어부가류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매월당 김시습(金時習, 1435~ 1493)의 다음과 같은 시는 위의 시와는 결을 달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 시에서는 모든 가족들(어옹, 작은 아이, 큰 아이 등)이 고기를 잡거나 파는 일에 동원되고 있다. 또 늙은 아내는 성안에서 술을 팔고 생활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는 현실적인 어부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고기잡이 세에 시달려 가족을 이끌고 벽해도로 들어가고, 집을 팔아 배를 사서 살아가는 당시 어부 살이가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는 앞서 강호문학의 어부가류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현실적인 어부의 모습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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