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다시 승선해보니
20년 만에 다시 승선해보니
  • 반경열 77오션 통신장
  • 승인 2023.07.1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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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외국인 선원 인권에 놀라
반경열 77오션 통신장

[현대해양] 여기는 남서 대서양 포클랜드 아르헨티나 인근 해역. 20여 년을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다시 어선원으로 돌아왔다. 친구 동료들이 그리웠고 그래도 기력이 있을 때 다시 한 번 함께 부대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다. 지난 세월만큼 선명들은 바뀌었지만 대부분 그대로였고 선원들과도 가끔의 안부를 놓지 않았기에 모두 형, 아우 하는 사이들이다.

마치 엊그제 그날로 돌아와 있는 기분에 업무 적응에도 별 어려움이 없다. 참치 연승의 한 어기로 지난 세월의 회포를 잠깐 풀고, 예전 나의 주력이었던 남서대서양 원양 오징어채낚기 어장으로 나는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특별하게 변한 것이 세 가지가 있었다. 그 첫째가 선원 안전의식의 변화이고, 두 번째는 해양환경 의식의 변화이다. 그리고 세 번째 변화는 선원인권에 대한 부분이다. 이 정도로 변화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쓰레기는 과자 봉지 하나라도 바다에 버리면 안 된다. 갑판 통로 및 눈에 띄는 곳 마다 쓰레기 수거 망이 준비되어 있고 손에 꼈던 작업용 장갑에서 부터 버려지는 그 무엇이든 수거 망으로 모아 진다.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아직은 모든 해역이 이렇게 바뀐 건 아니지만 이곳 해역에선 벌써 생활화, 습관화 되어있다.

작업의 강도가 높은 일과 중에 말로만 들어봤던 ‘안전’, ‘해양환경’, ‘인권’이란 단어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안전모부터 모든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작업에 임한다. 누구하나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 없고 너무나 자연스럽다. 특히, 인권 그 중에서도 외국인 인권 강화로 한국인은 오히려 역차별 받는 느낌이다.

말 안 통하는 다국적 외국인 선원들을 작업시키기란 만만찮다. 몇 마디 하다가 “확~그냥” 하며 손이 먼저 올라간다. 물론 진짜로 때리려는 건 아니다. 평소에 우리들이 한 번씩 취하는 제스추어일 뿐이다. 외국인 선원들 또한 말은 못 알아 들어도 생활자체가 눈치이고 바디랭귀지인데 그걸 모르겠는가? 그래도 외국인 선원들이 장난스런 제스추어에 움찔한다. 그러면 순간적으로 우리 갑판장님은 “노 노 노~” 하며 없는 날파리 쫒는 시늉을 하며 그의 어깨를 살포시 다독여준다. 그리곤 소곤소곤 다시 가르친다. 허공에 날파리를 쫒다가 어색하면 자신의 목덜미에 붙지도 않은 파리도 때려잡기를 여러 번.

해수부에서는 우리가 20년, 30년, 40년 전에 고생할 때와 달리 지금 외국인 선원들에겐 속옷부터 치약, 칫솔, 작업복까지 딸랑 몸만 와도 되도록 다해준다. 여기에 매달 소원수리처럼 설문지를 받고 중간에 귀국하는 외국선원에 대해서는 하선 설문조사까지 받는다. 내용 그대로 차별이 있는지, 음식은 괜찮은지, 휴식시간은 충분한지 별별 소소한 것까지 다 기록해서 챙겨간다.

한편으론 서운하고 억울하고 배신감마저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제적인 추세니까 저러는 것이겠지 싶어도 한국인 선원은 이쑤시개 하나도 내 돈으로 준비해야 된다. 내 것은 없는데 남의 인권만은 당장 챙겨야 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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