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박 사고 제3자 보호 사각지대
외국선박 사고 제3자 보호 사각지대
  • 지승현 기자
  • 승인 2023.07.1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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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보험자제도, 외국선박 보험 정기 검증 필요

[현대해양] 외국적 선박(이하 외국선박)이 국내 해역에서 해양사고 발생 시, 선의의 피해자 보호에 사각지대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 3년 연 평균 5만 6,465척의 외국선박이 국내항에 입항했다. 해양사고통계 자료에 따르면 외국선박에 의해 발생한 해양사고는 지난 5년 연 평균 126건 이었다.

선박이 해상에서 일으킬 수 있는 해양사고 중 제3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고는 크게 인적 사고와 물적 사고다. 인적사고는 선원, 여객 등과 같이 선박에 승선하고 있는 자와 항만근로자 등 선박에 승선하고 있지 않은 자의 사상과 질병이다. 예컨대 페리(Ferry)가 부두에서 화물 적·양하 중 선박의 과실로 발생한 화재·폭발이 선원, 여객, 하역 노동자 등에게 사상(死傷)을 입힌 건. 물적 사고는 부두, 방파제 등 해상시설물이나 양식장 등 제3자의 재산에 손해를 입히거나 선박의 연료유, 화물유 등으로 인한 해양오염, 즉 환경적 손해가 대표적이다. 유조선(Oil Tanker)이 부두에 접안 중 선박 조종과실로 부두를 손상시키고, 부두와의 접촉으로 찢어진 선체에서 화물유가 흘러나오며 해양오염에 발생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박의 선주는 선박사고로 인한 피해보상을 대비해 보험에 가입한다. 선박사고로 인해 발생한 선의의 피해자는 해당 보험을 통해 손해를 보전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해당 보험계약이 유효한 경우에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위)최근 3년간 국내 입항선박 현황, (아래)외국적 선박 해양사고 발생 건(2018~2022)
(위)최근 3년간 국내 입항선박 현황, (아래)외국적 선박 해양사고 발생 건(2018~2022)

국제해사협약과 국내법에서 보험가입 강제화

선박의 대형화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선박으로 인해 선의의 제3자가 피해를 입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박의 소유자나 운항자, 위탁관리자 등(이하 선주)에게 보험가입을 강제화 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보험가입을 강제화 하고 있는 국제해사협약들을 속속 내 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류오염손해에 관한 민사책임협약(CLC Convention) △여객 및 수하물의 운송에 관한 협약(PAL Convention) △유해·유독물질의 해상운송과 관련한 손해배상과 책임에 대한 협약(HNS Convention) △2001년 연료유 협약 (Bunker Convention) △난파물제거협약(Nairobi WR Convention) △해사노동협약(Maritime Labour Convention) 등이다.

우리나라는 이들 협약 중 유류오염손해에 관한 민사책임협약, 연료유 협약, 해사노동협약을 비준했으며, 유류오염손해에 관한 민사책임협약과 연료유협약은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이하 유배법)」으로, 해사노동협약은 「선원법」으로 국내법화 했고, 해당 협약의 내용에 따라 보험가입을 강제화 하는 규정을 법률에 명기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국제해사협약과 무관하게 보험가입을 강제화 하고 있는 법률도 있다. △「낚시관리 및 육성법」 △「마리나 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연안사고 예방에 관한 법률」 △「수상레저안전법」 △「유선 및 도선 사업법」 △「해운법」 △「국제항행선박 등에 대한 해적행위 피해예방에 관한 법률」 △「선박투자회사법」 △「항로표지법」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 등.

하지만 법률상 보험가입을 강제하는 ‘강제보험제도’가 있다고 해서, 외국선박 사고로 인한 선의의 제3자 보호가 완벽할 수는 없다. 보험자(보험회사)가 재정적으로 부실할 경우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 K씨도 “해사관련 우리나라 보험정책은 타 국가와 비교하면 입항하는 외국선박에 대해 아무런 검증장치를 두고 있지 않다”며, “외국선박의 선주가 가입하는 보험이 제3자 보호에 적절한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5년간 외국적 선박 사고 발생 건
최근 5년간 외국적 선박 사고 발생 건

 

P&I보험, 선주배상책임보험

선박사고로 제3자의 피해를 보상하는 대표적 해상보험은 P&I클럽에서 제공하는 ‘선주상호보험(이하 P&I보험)’이나 손해보험사 혹은 공제에서 취급하는 ‘선주배상책임보험’이 있다. 상품별, 계약별로 보상위험, 보상한도 등이 상이할 수 있으나 제3자에 대한 인적·물적 손해를 보상한다는 측면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외국선박은 대부분 P&I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선복량 기준 전 세계선박의 90%이상이 13개 국제그룹 P&I클럽(International Group P&I Clubs, 이하 IG P&I)에 가입 중이다. 현재 영국에 North of England, Britannia, Standard Club, Steamship Mutual, West of England, Shipowners, London P&I, UK P&I 등 8개 클럽이 소재하고 있고, 노르웨이에 소재하고 있는 클럽이 Gard, Skuld 2개, 나머지 스웨덴(Swedish club), 미국(American P&I), 일본(Japan P&I)에 각 1개씩의 클럽이 있다.

국내 해사법률 상 인정보험자 현황

국내 해사법률상 인정보험자

강제보험을 규정하고 있는 국내 해사법률 중 일부만 특정 보험자에게 보험가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배법」에서는 △보험업법상 보험업의 허가를 받은 자 △「은행법」 상 금융기관 △외국에서 보험사업·보증사업 또는 공제사업을 하는 자로서 「유배법」 제2조제13호에 따른 책임협약 제7조제2항에 따라 체약국인 외국이 발급한 보장계약증명서에 명시된 보험자 또는 재정보증자 △선박소유자의 책임한도액 이상으로 선박소유자의 손해배상의무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법인으로서 해양수산부장관이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자 △외국에서 보험사업·보증사업 또는 공제사업을 하는 자로서 해수부 장관이 인정하는 자이다. 해수부는 고시(해양수산부 공고 제2020-1146호)에서 선박소유자의 유류오염손해배상책임을 보증할 능력이 있는 외국의 보험사업·보증사업 또는 공제사업 25개사를 인정하고 있다. 업체 수가 25개지만, 한 사업자의 복수의 지사를 배제하면 13개 IG P&I와 로이드 신디케이트(Lloyd’s Syndicate)만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선원법」에서는 유기구제보험, 임금채권보장보험 또는 기금 그리고 재해보상보험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선 유기구제보험에서는 △국내 보험업 허가를 받은 보험사 △한국선주상보험조합 △한국해운조합 △원양산업발전법 및 수산업협동조합법에 따른 공제 △민법에 따른 공제, △국제적인 공제업무를 운영하는 자의 공제로서 해수부 장관이 인정해 고시하는 공제로 제한하고 있다. 재해보상보험은 국제적인 공제업무를 운영하는 자의 공제를 제외하고 유기구제보험과 동일하다. 해수부는 고시(국토해양부 공시 제2012-88호)에서 국제적인 공제업무를 운영하는 자의 공제로서 선원의 송환비용 및 재해보상을 보증할 능력이 있는 공제 사업자 21개 사를 정하고 있다. 동 목록 또한 개별 사업자의 지사를 제하면 13개 IG P&I와 로이드 신디케이트로 「유배법」 상의 인정보험자와 동일하다.

임금채권보장보험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보험과 기금 양쪽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데, △민법에 따른 공제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른 공제 △한국해운조합법·수산업협동조합법·원양산업발전법에 따른 기금을 인정하고 있다.

한편 「해운법」에도 인정보험자 규정을 두고 있다. 「해운법」은 △보험업법에 따른 보험회사 △한국해운조합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의 보험 또는 공제 외에 해양수산부가 인정해 고시한 자를 인정보험자로 두고 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가 관련 고시가 없는 상태로 입법적 미비인 듯하다.

 

국내 인정보험자 제도 한계성

국내법상 인정보험자 제도는 외국선박에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는 내국선박이 외국선박과 비교해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의 인정보험자 제도는 내국선박에 적용되기 때문에 오히려 외국선박과 비교해서 규제가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정보험자 외 보험자를 택할 수 없다는 제약도 있지만, 외국선박에 가입한 보험이 내국선박이 가입한 보험보다 더 열악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경종을 울렸다.

 

외국의 인정보험자 운영 제도

우리나라는 외국선박이 가입한 보험을 검증하는 체재가 없는 가운데, 지난 5월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이하 KP&I)은 인도 정부로부터 인정보험자 지위를 재승인 받았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IG P&I와 Non-IG P&I로 나눠 KP&I와 같은 Non-IG P&I의 경우 5년마다 보험자 평가를 통과해야 인정보험자로 계속 유지한다. 인도 정부는 16가지 보험자 정보를 확인하는데, KP&I에서 이 업무를 담당했던 모 씨는 “그 중 △보험사의 자본금 △지급준비금 △3년간 재무재표 △국제신용평가등급 △은행보증장 등 발행가능 △인도법 수용 확약서 등이 주요하게 논의된 항목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인도는 Non-IG P&I보험자로서 16개사를 인정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MLIT)도 「유탁손해배상보장법(이하 유탁법)」에 따른 인정보험자가 되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일본정부가 면허를 허가한 보험자, 두 번째는 13개 IG P&I 그리고 세 번째는 △신청보험자의 정부가 보험자에게 국토교통성의 요구에 따라 적절할 조치를 취할 것 △유탁법에 대한 인지함을 서면제출 △200장 이상의 보장계약서류 발행 △5년 이상 P&I 사업 △MLIT 요청 시 관련서류 공개 △1년에 2차례 선박목록 송부 △최신 회계감사자료 제출 △일본 내 공식대표 또는 사무실유지 등 8가지 기준을 충족해야한다. 일본은 강제보험 상 인정보험자 44개를 지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13개 IG Club이 포함된 수치다.

영국은 유류오염손해에 관한 민사책임협약, 연료유협약, 난파물 제거협약 상 보험자 인정기준과 여객 및 수하물의 운송에 관한 협약에 따른 보험자 인정기준을 별도 운영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3년간 회계감사자료 제출 △협약관련 사고에 대해 재보험로부터 담보됨을 확인하는 서류 △사고 당 최고보상한도금액 △톤수기준 보상한도 △책임제한협약 상 책임제한 및 관련 협약 상 책임보상 확약 △연료유협약 하에서 테러로 인한 손해 보상여부 △신용등급 △타국가로부터 기 보험자의 Blue Card 인정받은 사례여부 등이다.

 

방안

「유배법」, 「선원법」에 외국보험자를 별도 인정하고는 있지만 외국선박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보험업계 관계자 K씨는 “만약 우리나라가 외국선박의 보험 검증 체재를 도입한다면, 보험자별로 세부적인 정보 수집과 평가를 위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유배법」, 「선원법」 등 특정 법률 하에 특정 위험에 관한 인정보험자 제도보다는 선박사고로 인한 전반의 위험에 관한 인정보험자 제도를 생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국내 해운회사 보험담당 임원은 “정부에게 평가권한을 줄 경우, 부패의 우려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며, “오히려 단순하고, 일률적인 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함이 관리의 편의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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