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물질 허용목록 관리제도가 수산물 소비심리 살릴까
잔류물질 허용목록 관리제도가 수산물 소비심리 살릴까
  • 김기현 기자
  • 승인 2023.07.1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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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유통단체, “일방적 규제보다 국제사회에 발 맞춰야”

[현대해양]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축·수산물 잔류물질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에 대해 생산·유통업계에서 일방적인 규제가 될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축·수산물 잔류물질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ositive List System, PLS)’는 국내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된 잔류물질을 해당기준으로 관리하고, 그 외 잔류물질은 불검출 수준의 일률기준을 적용해 관리하는 제도다. PLS는 법적으로 허용 가능한 품목표를 공고하고 이외의 품목은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PLS가 도입되면 허가되지 않은 동물용 의약품 잔류기준(0.01ppm)이 설정되므로 미확인 물질이 기준을 초과해 식품에 잔류하는 경우 해당 식품의 판매 및 유통을 제도적으로 금지할 수 있게 된다.

FAO 국가별 1인당 수산물 소비량 2020 (출처_FAO)
FAO 국가별 1인당 수산물 소비량 2020 (출처_FAO)

줄어드는 소비심리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연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54.66kg으로 일본(46.65kg), 중국(40.33kg), 미국(22.45kg)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는 2000년도 소비량(47.13kg)보다 약 20% 증가한 수치다. 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식품수급표」에 따르면 국내 연간 1인당 식품 소비량 비율은 수산물(68.4%)이 육류(65.1%)나 쌀(67.2%)보다 높은 것으로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 조사한 ‘2022 해양수산 국민인식도’에 따르면 소비량이 증가한 이유로 △수산물은 육고기 대비 건강한 음식이다 (63.8점) △우리나라 수산물은 안전하다 (62.0점) △먹기 편한 가공 수산물을 더 선호한다 (59.5점) △우리나라 수산물 가공·유통 관리 수준이 높다 (58.8점) 순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시 수산물 소비 의향 (%)

하지만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밝히면서 소비자들의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환경운동연합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72%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된다면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답변을 했다.

이에 정부는 수입수산물과 국내수산물 전체의 방사능 검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지만, 수산물 안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크게 남아있다. 또, 수산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에는 방사능 외에도 △생물학적 요인 (병원성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 △화학적 요인 (항생제, 중금속, 잔류화학물질, 자연독 등) △물리적 요인 (이물, 미세플라스틱 등) 이 있다. 여러 요인이 있는 만큼 수입수산물에 대해 단순한 검사강화보다 제도적으로 수산물의 안전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국제식품규격의 표준과 목적

국제식품규격의 표준은 ‘위생 및 식물위생조치의 적용에 관한 협정(SPS)’이다. 이 표준은 원칙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협약 가입국가에게 법적으로는 아니지만 사실상 구속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SPS협정은 특히 식품의 위험에 대한 평가 시에 고려해야 하는 변수 △식품첨가물 △잔류 수의약품 및 농약 △오염물질 △시료채취 및 검사방법 등을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국내의 식품관련법규를 국제식품규격위원회가 설정한 규격과 일치시키거나, 일치시킬 수 없다면 ‘식품안전성의 보장을 위한 조치와 동·식물의 위생보호조치’를 객관적이고 정확한 분석과 평가에 근거해야 한다.

국제식품규격의 목적은 소비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식품유통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수용되고 통일적인 형식의 식품규격을 정하는 것이다.

시장의 세계화로 우리나라는 식품분야에서 수입자인 동시에 수출자로서 세계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품의 수입자로서 수입되는 식품이 우리나라의 식품법규에 합치되도록 요구할 권리를 갖고, 반대로 수출자로서 제3국의 정부와 소비자에게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식품이 그 나라의 식품법규에 합치되도록 할 의무가 있다.

 

NLS와 PLS

우리나라는 현재 네거티브 리스트 시스템(Negative List System, NLS) 수입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NLS란 주로 국제무역의 수출입분야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원칙상 수입을 자유화하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수입을 제한·금지하는 품목이 있을 때 이 예외 품목만을 열거한 상품품목표를 말한다. 식품 수입에 있어 일본은 2006년, EU·대만은 2008년부터 PLS 제도를 도입해 왔다. 미국과 호주는 1985년부터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이 시행됐다. 무관용 원칙이란 PLS 제도와 같은 원리로, 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물질에 대해 불검출을 전제로 하는 제도다.

현행 제도하에서 수입식품은 검출 기준이 설정된 물질의 잔류량이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으면 미확인 물질 등이 식품에서 검출돼도 원칙적으로 그 식품의 수입·판매 등을 금지할 수 없다.

그러나 PLS 제도에서는 허가되지 않은 동물용 의약품 잔류기준(0.01ppm)이 설정되므로 미확인 물질이 기준을 초과해 식품에 잔류하는 경우 해당 식품의 판매 및 유통을 금지할 수 있게 된다.

 

현장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

식약처는 농약·수의약품의 잔류허용기준을 과도하게 설정해 관련 업계에서 질타를 맞은 사건이 몇 차례 있다. 가장 최근 사건으로 2019년 에톡시퀸 양식광어 사건이 있다. 국내 양식광어에서 살충제 성분인 에톡시퀸이 다량 검출된 사건이다. 다만 에톡시퀸은 광어에 직접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배합사료의 어분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합 사료에서 에톡시퀸이 검출된 사건이 있었다. 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배합 사료에서 에톡시퀸이 검출된 사건이 있었다. 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2019년 에톡시퀸 사태 발생 이후에도 수입하는 수산물에 에톡시퀸이 검출되는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정부는 수입하는 수산물의 검사를 강화해 검출된 수산물에만 반출, 폐기를 진행할 뿐 중국에 근본적인 해결을 요청하거나 해당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요청을 할 수 없었다. 바로 대책을 내놓지 못하던 식약처 그러면서 검출기준을 설정했는데 기준이 국제 기준보다 높아 이는 국내 양식업계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 당시 양식업계는 대체제가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금지시키는 바람에 해수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식약처가 이미 기준치를 설정해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반면 미국과 일본에서는 어류사료에 직접적인 에톡시퀸 사용은 금지지만 배합사료에 에톡시퀸을 항산화제로써 일부 사용된 것은 허용한다. 배합사료의 비의도적 혼입에 한해서 검출 기준이 완화된 것이다. 이유는 에톡시퀸의 사용배경에 있다. 현지에서 어분을 수입할 때 항산화제를 첨가하지 않으면 선박이 폭발할 우려가 있고, 에톡시퀸은 항산화제중 가장 저렴하면서 뛰어난 성능을 보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입장에서는 수산물 안전성이 강화되는 것이 반가운 일이지만, 어가 등 생산현장에서는 새로운 제도에 대비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있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달 7일 ‘축·수산물 잔류물질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LS) 도입 지원을 위한 설명회’에서 “해양수산부와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부처 합동으로 농어민에 PLS 시행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지속해 현장에서의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PLS 연구결과 등 입증자료가 부족하더라도 검증이 필요한 농약에 대해서는 일본과 같이 정부가 직접 연구 등을 통해 직접 등록 관리를 해야 하며, 특히 말라티온의 경우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다년간 적용결과 인체에 악영향 없다고 인정하는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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