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태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 소리경관
해양생태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 소리경관
  • 이창래 ㈜지오시스템리서치 박사
  • 승인 2023.07.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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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래 ㈜지오시스템리서치 박사
이창래 ㈜지오시스템리서치 박사

[현대해양] 여러분들은 개구리, 매미, 귀뚜라미와 같은 생물 사진을 보면 무엇이 연상되시나요? 그리고 사진과 이들이 내는 소리를 같이 들으면 무엇이 연상되시나요? 혹시 이 생물들이 사는 계절과 장소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나요? 아마 사람들 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사진을 봤을 때보다는 함께 소리를 같이 들었을 때 좀 더 구체적인 것들이 연상되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소리는 우리에게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같은 소리라 할지라도 사람이나 동물에게 불편함을 초래하거나 활동에 방해가 되는 소리를 소음이라고 합니다.

 

Soundscape

생태계에서 소리와 관련한 연구의 한 분야인 소리경관(Soundscape)은 1970년대에 머레이 슐라퍼(Murray Schafer)에 의해 처음 소개된 것으로 특정 지역 또는 환경에서 들리는 소리의 전체적인 특성과 풍부성으로 정의됩니다. 소리경관의 예로는 바람, 흐르는 물, 비 등의 자연 소리와 차량, 건물 소음 등의 인간 활동소리 그리고 새, 곤충 등 생물 소리 등으로 구분하며, 이들 소리는 다양한 생물들의 행동과 상호작용에 영향을 줍니다.

동물들은 소리를 통해 서로를 인식하고 의사소통하며, 서식지 선택, 짝짓기, 영역을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또한 번식 성공률, 생존율, 사냥 성과 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소음은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이고 고강도의 소음은 동물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상승시키고 행동 패턴을 변경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동물들의 번식 행동, 음식 탐색, 피식자와의 상호작용 등 중요한 생태학적 프로세스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생태계와 관련한 소리경관 연구는 종다양성 등을 비롯한 다양한 생태학적 정보를 전달합니다.

해양에서 소리경관은 크게 태풍(바람), 흐르는 빙하, 파도, 비 등의 자연 소리, 어선과 유조선과 같은 선박, 잠수함, 해안 건설 등과 같은 소음, 해양포유류, 기각류, 어류, 저서무척추동물들의 생물 소리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해양에서 소리경관은 해양생태계 보전과 생태학적 지표로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특정 동물 종의 존재나 활동과 관련된 정보를 통해 생물 다양성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특정 동물 서식지의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데, 서식지 내 해양생물은 특정 소음 수준이나 소리 신호를 선호하거나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소음 분포와 세기를 분석함으로써 서식지 품질을 평가하고, 이를 통해 생태계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해양 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수면 온도의 변화, 얼음 형성 및 유출 등과 같은 환경변화는 해양 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소음의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함으로써 환경 변화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양 소리는 해양 관리와 정책 결정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해양 소음 자료는 해양 보호구역의 선정, 인공 소음 발생 원천의 조절, 해양 자원 이용의 규제 등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해양 소리를 고려한 해양 계획 및 건설 프로젝트의 환경영향평가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해양 소리경관은 생태계 보전과 해양 생태학적 평가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보다 효과적인 해양 관리 및 보전 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이외에도 해양 관광과 문화 산업에서 해양 소리경관 연구는 매력적인 요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 예를 살펴보면 파도 소리, 조류 소리, 생물의 소리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해양 관광지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으며, 해양생태계의 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해양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해양 자연과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련하여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특정 지역의 소리를 조사하고 기록함으로써 그 지역의 자연적 가치와 더불어 문화적 특색을 보존하고 홍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해양 소리경관은 자연과 문화를 융합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며, 관광객들에게 흥미로운 체험과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결국, 소리경관은 해양 환경의 보전과 함께 지속 가능한 관광과 문화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해양생태계에서 소리경관 연구

전 세계적으로 해양생태계에서 소리경관 연구는 1970년대부터 시작하여 2010년 이후부터 매년 10편 이상의 SCI급 논문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연구분야는 주로 해양포유류를 대상으로 한 종다양성(Bioacoustic Index)연구와 해양 포유류를 포함한 어류와 저서무척추 동물의 생태특성(Ecoacoustic Index)연구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해양생태계 소리경관 연구는 1983년부터 시작하였지만, 대부분 소음계측, 수중통신, 소음원의 위치 추정 등의 물리음향 연구가 중심이었습니다. 2017년 이후부터 해양포유류 및 어류 등의 생물음향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2023년 한국해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소리경관과 관련한 ‘소리로 보는 바다’ 기획세션이 열려 여러 주제의 발표와 토론을 통해 국내 연구자들의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한편, 해양수산부에서는 ‘과학기술기반 해양환경영향평가 기술개발’ 사업(책임자 서울대학교 김종성 교수)을 통해 해양생물에 대한 수중소음 영향을 조사·측정하고 있어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생태계 관리에 있어 수중소음의 관리와 저감과 관련한 정책 수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양생태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인 소리경관(Soundscape)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단계이지만, 이미 인간은 고래의 노래를 해독하는 프로젝트인 ‘CETI(Cetacean Translation Initiative)’를 구상하여 시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엄청난 예산과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등의 첨단 기술력이 지원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물 속에서 발생하는 소리에 대해 인류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다는 것이며, 아마도 인류가 당시 기술력으로는 상상도 하지도 못한 달 착륙을 이루어 냈듯이 가까운 미래에 소리 경관을 이용한 해양생태계의 새로운 해석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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