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양] 먼동이 불그스름히 피어나고, 밤하늘의 별들이 자리를 이동하여 새날을 알리는 시간이 되면, “꼭끼요~~오, 꼬끼요~~ 꼭꼭~~, 꼬끼요~~오 꼬꼭~~”, 우리 속 싸움닭은 우렁찬 울음소리로 새날을 알린다. 연이어서 이웃집 닭장에서도 “꼬끼요”, 그 옆집에서도 “꼬끼요”, 산촌 마을은 새날의 시작을 알리는 수탉들의 울음소리로 고이 잠들었던 마을은 잠에서 깨어난다. 농부는 마구간에서 소를 앞세우고 쟁기를 지고 앞산 골짜기 논으로 향하고, 아낙네는 아직 덜 풀린 허리를 감싸 안고 뒷밭으로 향한다. 아이들은 덜 깬 눈을 비비면서 흐릿한 등잔불 밑에서 고사리 손으로 글쓰기 숙제와 책 읽기를 시작한다.
내가 태어나서 자랐던 강촌 마을의 새벽 모습이다.
우리 속의 장닭은 이웃집 수탉과는 만나지는 못하지만 울음소리로 소통하여 새벽 시간의 도래를 서로에게 알리고, 울음소리의 높낮이로 서로 간에 관심과 호기심을 또렷이 전달하고 있다. 우리 속 수탉 중에서 대장 수탉을 장닭이라 부른다. 장닭은 풍채가 늠름하고 암탉이나 다른 수탉보다 몸집이 크다. 붉고 높은 벼슬은 스스로 높은 지위를 상징하여 우리 속의 제일 수탉의 지위를 지키게 한다. 검붉은 깃털로 둘러싼 굵은 목과 예리한 부리는 용맹을 뽐내고, 목부터 양쪽 날개까지 청록색 깃털과 무성한 남색 꼬리 깃털은 암탉들이 스스로 쫓아 들어오는 매력을 간직했다. 굵고 검푸른 통나무같이 단단한 다리와 날카로운 발톱은 싸움닭의 위용을 나타낸다.
어린 시절에는 마을 친구끼리 닭싸움 놀이를 하곤 했다. 싸움닭은 특별히 잘 먹이고 닭싸움 연습을 시키기도 하였다. 산촌 집에 하나밖에 없었던 작은 거울을 어머니 몰래 닭 우리 울타리 벽에 세워 두면 싸움닭은 거울 속 자신의 허상에게 깃털을 부풀려 세웠고 싸움을 시작한다. 거울 속 허상과의 싸움 훈련이다. 거울 속의 자신의 허상과의 싸움에서 지친 싸움닭은 늘 먼저 싸움자리를 피한다.
양쪽 닭들의 텃세를 공정히 고려하여 우리 집과 친구네 집 가운데 보리밭을 닭싸움 장소로 정했다. 나는 싸움닭을 작은 가슴에 품어 안고 ‘꼭, 이겨라’ 응원의 마음을 전하였다. 닭싸움이 시작되었다. 목 깃털을 세워서 기선 제압을 시도하다가 날카롭고 단단한 발톱을 세워서 상대의 대가리를 차고 부리로 벼슬을 쪼아서 붉은 피가 철철 흘러내린다. 피를 보고, 더욱 흥분한 싸움닭들의 잔인한 싸움은 찬물을 쏟아부을 때까지 계속된다. 우리 집 싸움닭이 이겼을 땐 내가 동네 아이들 중에서 싸움대장이 된 듯이 우쭐하였다.
우리 집 닭 우리에는 수탉 세 마리와 여러 마리의 암탉이 한 집단으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세 마리의 수탉 중에서 싸움닭이 나머지 수탉을 하나씩 제압하여 우리 속 장닭이 되어 여러 암탉들을 거느리고 활개를 치고 우렁차게 목소리를 높인다. 어느 봄날, 닭 우리 속의 평화는 깨어졌다. 싸움닭으로부터 냉대와 괄시, 멸시, 쫓김, 괴롭힘을 당하던 수탉 두 마리가 한 무리가 되어 싸움닭을 공격하고 있었다. 산촌 마을의 싸움닭이지만 두 마리의 집단 공격에는 어쩔 수 없이 붉은 벼슬에 빨간 피를 흘리면서 항복 자세를 취하고 우리의 후미진 곳으로 피신하였다. 그 후부터 싸움닭은 과시행동도 스스로 자제하고 암탉들에게 접근도 자제한다. 우리 속의 닭들의 사회는 장닭이 두 마리인 새 질서가 정착되어 평화 속에 안정을 되찾았다. 그 후 달걀의 수정률이 높아져서 병아리의 부화율도 높아졌다.
‘두 장닭들과 싸움닭’의 이야기는 오래전에 목격하고 관찰했던 실제 상황이다. ‘인류 밖에서 찾은 완벽한 리더들(장이권 지음)’을 최근에 읽고 동물들의 의사소통과 리더십에 관한 나의 새로운 관심 속에서 되살아났다. 두 수탉들이 스스로 힘센 싸움닭의 독선적인 무시, 멸시, 폭행, 괴롭힘, 암탉과의 기회 박탈 등의 불공정한 처우를 개선했던 사례이다. 두 수탉들의 협동, 연대, 역공의 전략은 고도의 상호 소통 능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인류 밖에서 찾은 완벽한 리더들’의 20가지 동물의 리더십 이야기에 추가할 동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더 찾아보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