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안전관리사 시험은 해사대학 중간고사?
선박안전관리사 시험은 해사대학 중간고사?
  • 지승현 기자
  • 승인 2023.06.15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도 정착 위한 몇 가지 지향적 의문들
지난 4월 21일 개최된 선박 안전관리체계 해사안전정책 설명회
지난 4월 21일 개최된 선박 안전관리체계 해사안전정책 설명회

[현대해양] 선박안전관리사 제도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내년 1월 5일부터 시행되는 「해사안전법」 상 선박안전관리사 제도는 업계의 관심사다. 선박소유자는 선박 및 사업장의 안전관리 업무를 위해 안전관리책임자와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는데, 법 시행 후에는 선박안전관리사 자격을 가진 자들로 선임해야 한다. 다만 이 법 시행일 당시 △기 선임된 안전관리책임자 및 안전관리자로서 2년 이상 업무를 수행한 자이거나 △종전 이 법 제47조 및 제48조에 따라 심사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자 △종전 이 법 제58조에 따른 해사안전감독관은 2024년 1월 5일 이후 3년 내 해양수산부장관이 따로 정한 교육을 이수하고 평가에 합격하면 선박안전관리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특례(이하 선박안전관리사 자격 특례)를 적용한다.

이 자격 제도는 2020년 9월 김영진 의원(대표 발의)이 「해사안전법」 상 안전관리책임자와 안전관리자 등의 안전관리업무 수행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2021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수정가결)됐다.

 

선박안전관리사 시험과목

해수부는 지난 4월 21일 서울, 27일 부산에서 각각 열린 제도 설명회에서 선박의 디지털라이제이션과 자율운항선박 도입, 선박 대형화 추세에 따른 선박안전관리 전문가의 필요성과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정부는 선박안전관리사 제도 도입에 따른 선박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과 전문성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선박안전관리사 시험과목(시행령 개정안)은 △선박관계법규 △해사안전관리론 △해사안전경영론 △선박자원관리론 △선택과목(항해, 기관, 산업안전관리)으로 현재 해양대학 해사대학 교과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해수부는 “선박안전관리체제 개선까지 고려해 이 제도 도입하는 것이며, 선박안전관리를 기존 해기사 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자에서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산업안전기사’나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안전지도사’까지 대상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선박안전관리체제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전문가 확보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취지라면 더욱더 해운 관련자에게만 한정되는 시험과목에서 탈피하여 이 제도가 향후 지속될 수 있도록 제도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안전관리(책임)자 자격 및 선임기준(안)
안전관리(책임)자 자격 및 선임기준(안)

선박안전관리체제 외국선박 배제 안 돼

외국선박을 배제한 안전관리체제도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선박을 배제하고 안전관리체제를 확보하기는 어렵다. 2022년 한 해 국내에 입항한 선박은 약 18만 척이다. 이중 외국선박은 약 6만 척이다. 이 제도는 대한민국 항과 항 사이만을 항행하는 외국선박과 국적 취득조건의 선체용선(BBCHP) 선박 외 외국선박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이는 국내 선박안전관리체제에서 약 30% 안전 공백을 의미한다.

선박안전관리사 자격 특례 대상도 지적되고 있다. 외국선박을 관리하는 업체 관계자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닌 선박의 안전관리책임자나 안전관리자의 경우 비록 풍부한 경험과 경력을 갖췄어도 선박안전관리사 자격 특례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불합리함을 지적했다. 선박안전관리사 자격 특례 대상자에게는 교육 이수 후, 평가에 합격할 경우 선박안전관리사 자격이 부여된다. 그런데 어떤 기준에 따라 이들을 1~3급으로 나눠 교육할지 또 이들에게 어떤 자격을 부여할지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앞으로 고민하고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한 선박관리업체 대표는 “전문성이라는 취지에서 자격제도를 1~3급으로 분류한 점은 이해하나 국내에서 ‘선박’의 안전으로 제한된 자격제도인 만큼 등급을 나누지 않고 ‘선박안전관리사’라는 하나의 등급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박안전관리사협회 입법화

또 「해사안전법」 제97조의5가 신설되면서 안전관리책임자 등 선박안전관리 종사자는 선박안전관리 업무의 개선·발전과 선박안전관리사의 권익증진과 자질향상을 위해 ‘선박안전관리사협회’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사안전법」의 목적이 선박 안전운항을 위한 안전관리체계 확립, 해사안전 증진, 선박의 원활한 교통인 점에서 특정 자격을 갖춘 이들의 사적(私的) 협회 설립을 공법상 규정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못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협회 설립이 필요하면, 「민법」 제32조에 의거 설립하고, 감독이 요구되면 「해양수산부장관 및 그 소속 청장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에 따라 해수부가 설립허가 및 감독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직 관련 자격 제도가 시행되기 전이고, 관련 자격인이 배출되기 전에 그 자격인을 위한 협회 설립을 법률에 규정한 것은 조화로운 입법정책이 아니라는 업계 언급도 있었다.

이는 국회 상임위에서도 지적됐다. 김영진 의원 발의안에 대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협회설립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협회의 수행 업무로 정한 선박안전관리 연구개발, 관련 종사자 교육훈련 등이 유관기관의 업무와 중복되는 측면이 있어 불필요한 기관 설립에 따른 예산낭비가 우려된다며 협회 설립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의 협회에 대한 재정지원과 협회의 사업범위에 관한 법률 조항을 삭제하고 일부 문구를 수정한 후 가결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국해운협회, 한국해운조합 등 선주들의 모임이 있고, 선원노련 등 선원들의 모임이 있는 만큼 선박안전관리자협회를 마련해 이들 세 조직이 유기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