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구, 반드시 가지고 돌아와야”
“어구, 반드시 가지고 돌아와야”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3.06.1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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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어업으로 연간 4,147억 원 어업 손실 발생
버려진 그물에 걸린 거북
버려진 그물에 걸린 거북

[현대해양] 우리 바다에는 버려지거나 유실된 어구가 얼마나 될까.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매년 약 4만 4,000톤의 어구가 바다에 유실·침적된다. 문제는 어구들은 대부분 플라스틱과 나일론으로 만들어졌고, 최대 600년 동안 썩지 않고 바닷속에 남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폐어구는 결국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돼 먹이 사슬을 타고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한국어촌어항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근해어장 생산성 개선 지원사업을 통해 9개 시·도 52개 사업장에서 여의도 약 808배에 달하는 2,420㎢의 면적에서 총 4,248톤의 유실·침적 폐어구를 수거·처리했다. 이 숫자는 2020년 2,650톤, 2021년 3,721톤에 이어 3년 연속 증가하고 있으며, 사업비로는 154억 원이 투입됐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은 지난달 25일, 올해에도 역시 유실·침적 어구를 수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박사고, 해양생태계 파괴 불러오는 유령어업

문제는 수거되지 못한 폐어구들이 매년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바닷속에 쌓인 폐어구들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해수부, 환경부, 해양경찰청이 펴낸 ‘제3차 해양쓰레기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5~2017년 해양경찰청에 접수된 부유물 감김 사고는 3년간 총 1,120건이었다. 어장과 여객선 항로 인근에서 전체 사고의 41%가 발생했으며, 어선이 총 690건으로 전체 사고의 61.7%를 차지했다. 이러한 부유물 감김 사고는 전체 선박사고 원인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선박뿐 아니다. 폐어구는 해양 생물도 노린다. 버려지거나 유실된 어구가 계속해서 해양 생물을 잡아 죽이는 현상을 유령어업(Ghost Fishing)이라고 한다. 유령어업은 해양 오염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해양 생태계와 먹이 사슬을 파괴하고, 산호초나 해양생물 서식지를 망가뜨리며, 해양생물에 위협을 초래한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5년간 유령어업으로 인해 연간 4,147억 원의 어업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연간 어업생산량의 10%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치는 국제적인 유령어업 이니셔티브 GGGI(Global Ghost Gear Initiative)의 ‘전 세계적으로 수확 가능한 어류 자원의 5~30%가 유령어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주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3월 해저에 버려진 그물을 제거하고 있는 GGGI(출처_GGGl)
2019년 3월 해저에 버려진 그물을 제거하고 있는 GGGI(출처_GGGl)

유령어업으로 고민하는 것은 전세계의 이야기다. 국제적으로도 여러 이니셔티브가 유령어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GGGI는 세계 동물 보호 협회(World Animal Protection)가 설립한 첫 번째 이니셔티브로 유실·침적 어구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는 다중 이해 관계자 연합이다. 해양 생태계의 건강을 개선하고, 해양 동물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며, 인간의 건강과 생계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GGGI는 사람들의 인식 제고, 책임 있는 어업 관행 촉진, 생분해성 어구 개발, 버려진 어구의 수거 활동 등을 수행한다.

2021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씨스피라시>는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이 플라스틱 빨대 같은 일상 쓰레기가 아닌 어업폐기물이라고 고발했다. 그동안 많은 환경 단체들이 플라스틱 빨대를 해양 오염의 주원인이라고 지적했지만, 플라스틱 빨대는 해양쓰레기 중 0.03%에 불과했고, 46%를 차지한 것은 버려진 그물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46%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들이 있지만 그 수가 크다는 것만은 분명한 일이다.

지난 3월 17일 <MBC 뉴스>는 브라질의 화산섬 트린다지에서 발견된 암석을 보여줬다. 이 암석은 녹아내린 플라스틱과 자연물이 결합돼 생성된 ‘플라스틱 암석’으로 암석의 성분을 분석해보니 어구와 어망과 같았다는 뉴스였다.

어구와 어망 성분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암석이 브라질에서 발견됐다. (출처_MBC)
어구와 어망 성분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암석이 브라질에서 발견됐다. (출처_MBC)

어구실명제와 어구보증금제

버려진 폐어구를 모두 수거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기에 폐어구를 줄이기 위한 예방책으로 등장한 방안이 ‘어구실명제’, ‘어구보증금제’, ‘생분해성 어구 보급’ 등이다.

어구실명제의 경우 아직 처벌 조항이 생긴 지 몇 달 지나지 않았기에 특별한 효과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어구실명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해수부 담당자는 “어구마다 소유자를 표시하는 어구실명제는 수년 전부터 시행 중이지만, 2022년 1월 수산업법이 개정되고 어구 전주기관리의 필요성이 부각되며 처벌 조항이 생겨 올해 1월부터 본격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소유자를 식별할 수 없는 폐어구를 발견하는 경우 원소유자를 찾을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있고, 실효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자어구 실명제 등도 검토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구에 부착된 표식을 떼버리거나 하는 경우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어구보증금제는 2024년 1월부터 시행된다.
어구보증금제는 2024년 1월부터 시행된다.

‘어구보증금제’ 역시 2022년 수산업법 개정과 함께 도입이 결정됐다. 어구보증금제는 2024년 1월부터 시행되며, 어구보증금관리센터를 통해 통발 어구를 대상으로 오는 하반기부터 시범운영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강은 수산정책실 사무관은 “표식한 어구를 판매하고, 반환 시 보증금액을 돌려주는데, 통발 형태나 사이즈 등에 따라 다섯 종류로 분류하고 1,000원에서 3,000원 정도를 돌려줄 계획이다”라며,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신청해둔 상황이며, 통발업종 외 다른 업종 적용 등에 관한 하위법령을 마련하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 사무관은 “내가 알기로는 어구보증금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며, “4월 초부터 지역 11개 시·도에서 설명회를 진행하며 이러한 제도를 알리고, 인식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분해성 어구 사용자 4~6% 불과

생분해성 어구는 어떨까. 국립수산과학원은 유령어업을 막기 위해 2005년 세계 최초로 ‘생분해성 어구’를 개발, 2007년부터 보급을 시작했다. 생분해성 어구는 플라스틱 어구와 달리 바닷속에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미생물에 의해 자연 분해되는 어구다. 그러나 생분해성 어구는 플라스틱 어구보다 2~3배 비싸고, 사용 가능 기간이 짧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정부는 생분해성 어구를 사용하는 어민 지원 확대에 나섰다. 현재는 일반 어구의 60% 정도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대게·꽃게 자망어업에서 주로 사용된다.

해수부 담당자는 “꽃게·대게 그물은 나일론으로 만들어도 한 번 쓰고 나면 다시 쓸 수 없게 되기에 지원을 받으면서 더 저렴하게 쓸 수 있는 생분해성 어구를 사용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생분해성 어구의 실증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이동길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은 “생분해성 어구는 바닷물 속에서 평균 1년이 지나면 분해가 시작되고 3~4년 정도가 지나면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돼 물과 이산화탄소만 남는다”라고 설명했다.

생분해 어망 (출처_국립수산과학원)
생분해성 어망 (출처_국립수산과학원)

그는 ‘실험실의 테스트 결과와 실제 바닷속에서의 결과는 다르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성능실험과 분해실험은 수지와 원료 등을 다양하게 설정하며 2002년부터 시작해왔으며, 실험실뿐 아니라 우리나라 주변 해역 곳곳에서 실시됐다”라며 “외국 환경에서까지는 알 수 없지만,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라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바닷속에서 생분해성 어구의 분해는 특정 재료, 어구의 두께나 구성, 햇빛 노출, 산소 가용성, 재료를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의 존재를 포함한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한 수산업 관계자는 “생분해성 어구가 결국은 분해된다고 하지만 초반에는 토막토막 끊어지며 흐물거리는 녹말 이쑤시개 같은 모양이 된다”며, “이런 상태에서 해양 생물의 먹이가 될수도 있기에 여전히 문제가 된다고 본다”라고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생분해성 어구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완전히 분해되는 데 긴 시간이 걸리며, 어구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이 생분해성인 것도 아니기 때문. 특히 꽃게·대게 어업 외에는 이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도 큰 약점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현재 생분해 자망을 사용하는 어선은 전체 어선 중 약 4% 가량에 불과하다.

지난 3월 통영시의회 본회의에서 김태균 의원은 “2022년도 통영시 생분해성 어구 지원 신청 건수는 연안통발 허가건 525건 중 22건으로 4%, 근해통발 허가건 45건 중 3건으로 6% 정도로 지원 신청률이 저조하다”라고 말했다.

 

“어구를 가지고 돌아오는 것”

외국에서는 어떻게 유령어업을 관리하고 있을까. 네덜란드에는 ‘Fishing for Litter’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1990년대 후반 네덜란드에서 시작해 영국, 독일, 덴마크, 벨기에 등 다른 국가로 퍼져나갔다. 어부가 바다에서 건진 어구를 수거해 지정된 용기에 담아 지정된 장소로 옮기는 프로그램으로, 폐어구를 수거할 수 있도록 각 어선에 특수 가방이나 컨테이너가 제공된다. 이 프로그램은 해양 오염의 해결에 어민들을 직접 참여시켜 책임감을 심어주고 해양쓰레기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는 평을 받으며 북해에서 상당한 양의 유령어업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Fishing for Energy’ 프로그램은 버려지거나 방치된 어구 문제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해결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로 어업, 에너지 회사, 환경 단체 간의 협력으로 이뤄진다. 이 프로그램은 2008년 국립어류야생동물재단(National Fish and Wildlife Foundation), 코반타에너지공사(Covanta Energy Corporation), 국립해양대기청(NOAA) 간의 파트너십으로 미국에서 시작됐다. 어민들이 어구를 버릴 수 있는 장소를 어촌에 마련하고, 버려진 어구를 재생에너지를 만드는 데 이용하는 것이다. 에너지 회사는 수집된 폐어구를 새로운 에너지 생산을 위한 공급 원료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화석연료 사용도 줄어들게 되는 것.

그 외에도 스코틀랜드의 ‘Fishing Gear Recovery Project’는 어구를 반환하면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팔라우의 ‘Reef to Ridge program’은 유령어업의 결과와 이를 방지하는 방법을 알리기 위한 어민을 위한 교육과 워크숍 등을 진행한다.

이러한 다양한 사례들은 유령어업을 줄이는 가장 큰 해결책은 바로 유령어업에 대한 의식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의 의식 변화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실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조업 중 인양쓰레기 수매사업’으로 폐어구를 수매하고 있는 것.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폐어구가 버려진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바다에서 어구를 버리는 일은 쉽다. 폐어구를 가지고 돌아와 처리하는 일도 분명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조금 불편하더라도 어구를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 결국은 해답이다.

전광준 사무관은 “그래도 최근에는 예전보다 환경보전에 대한 의식이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회수되지 않는 어구가 많다”라며 “유령어업을 줄이는 방안 중 최고는 바로 어민들이 어구를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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