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닫는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파국으로 치닫는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3.06.12 13: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금 회수 될 수도
태안 유류오염 현장
태안 유류오염 현장

[현대해양]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해 피해 복원을 위해 세워진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하 허베이조합)에 배분된 지역발전기금이 환수될 위기에 처해졌다.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피행적으로 운영돼 오던 허베이조합에 대한 정상화가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을 한 해양수산부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허베이조합에 대한 자금집행규제에 나섰다.

해양수산부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허베이조합에 신규 및 대규모 사업 잠정 중단, 임원 보수 수당 지급 금지 조치를 내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허베이조합에 기금을 배분한 기관이고 해수부는 이 허베이조합의 관리감독기관이다.

 

허베이스프리트 유류피해기금 주요일지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허베이 기름 유출 사고 발생

•2018년 11월 삼성중공업,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금 기탁

•2019년 1월 기금사업 시작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2028년까지 2,024억원, 서해안연합회, 2023년까지 1,043억 원 집행)

•2021년 3월 유류피해민, 감사원에 허베이사회적 협동조합 대상 공익감사 청구

•2022년 12월 감사원의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감사 결과 발표

•2023년 2월 유류피해민, 감사원에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대상 공익감사 청구

•2023년 4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허베이사회적협동 조합과 서해안연합회 기금 집행 규제

•2023년 5월 해양수산부·사회복지공동모금회,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서해안연합회 실사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은

문제의 허베이조합은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피해 주민들이 모여 2015년 만든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 조합은 자주적이고, 자립적이며, 자치적인 조합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재생, 해양환경복원, 공공복리증진사업을 통해 지역사회공동체 회복과 지속 가능한 조합의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름유출사고를 일으킨 책임으로 삼성중공업이 2018년에 3,067억 원을 공동모금회에 출연했고, 허베이조합이 2,024억 원을 배분받았다. 또 다른 피해단체인 서해안유류피해민대책연합회(이하 서해안연합회)는 1,043억 원을 받았다.

그런데 두 단체는 기금을 받기 위해 해수부와 모금회에 제출한 자금집행계획서대로 자금을 집행하지 못하고 내부 갈등 등으로 파행적으로 운영돼왔다.

즉 태안 유류 오염 피해에 대한 기금을 쌓아놓고 쓰지도 못하고 이런 저런 구설수와 송사에 휘말렸던 것.

감사원의 해수부 감사 결과
감사원의 해수부 감사 결과

실제로 허베이조합은 2028년까지 2,024억원을 쓰겠다며 기금을 받았지만 2019~2021년 3년간 전체 기금의 7.8%만 사용했다. 서해안연합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서해안연합회는 현재까지 원금의 이자 정도만 집행했다. 감독기관인 해수부와 모금회 등이 기금 배분 이후 4년 5개월 만에 기금 사용 규제에 들어갔다. 허베이조합 등 피해자단체 주사업은 △어장환경복원사업 △지역경제활성화사업 △권익복지증진사업 △국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사업 △공공 복지증지사업 등이다.

앞서 삼성지역발전기금 태안배분금찾기대책위원회(대책위, 위원장 강학순)는 관리감독 소홀을 이유로 해수부에 대한 감사를 감사원에 요청했다. 감사원은 이 민원에 대해 대부분 ‘기각’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대책위는 감사원의 부실 감사에 책임을 물어달라며 대통령실에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태안배분금찾기대책위원회, 감사 청구

그런데 감사원이 기각한 임원선거 시 정관 위반 등과 관련해 최근 법원이 잇따라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대의원선거의 절차적 정당성과 정관 위반을 지적했고, 이를 통해 볼 때 정관을 위반해 선출된 대의원들이 뽑은 임원 선출에까지 사실상 정관 위반 소지로 확산되고 있다.

대책위는 앞서 2021년 3월 2일 456명의 태안유류피해민의 이름으로 감사원에 △수협 조합장의 허베이조합 이사 겸직 문제 △협동조합기본법과 충돌 중인 허베이조합 정관과 임원선거관리규정 △협동조합기본법에 의거한 조합의 경영공시 미실시 △피해 지역의 어장환경 복원을 위한 사업비 반영 비율 등 허베이조합의 운영 전반 등에 대해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이 내용 중 허베이조합 사업계획 부실 및 지연 관련한 청구만 감사 결정을 내렸다. 앞서 대책위 등은 해양수산부를 방문해 태안유류피해민들의 탄원서를 제출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삼성 발전기금 태안 배분금 찾기 대책 위원회
삼성 발전기금 태안 배분금 찾기 대책 위원회

파행 이유는…

반면 지난해 말에 국응복 허베이조합 이사장은 지난해 말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임원이 조합 운영의 어려움을 불러왔다”며 “허베이조합의 근간을 이루는 삼성지역발전기금은 모두의 피와 땀, 삶의 터전, 서울을 수없이 오가며 부르짖은 호소를 통해 관철된 자금”이라고 말했다. 그는 “태안 유류사고 기금은 피해자들의 땀과 눈물이라며 조합이 불투명하게 헛되이 쓰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학순 대책위 위원장은 “삼성발전기금의 운영에 관해 현재 태안지부의 일부 임원들에 의해 이해할 수 없는 지부 운영과 사업이 진행됐다”며 “허베이조합의 인가를 취소하고 4개 지부로 속히 분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6월 14일 토론회가 열리는데 이후 모금회로부터 자금회수조치가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와 관련 감독 기관인 해수부 황준성 수산정책과장은 “공동모금회가 신규사업 집행금지 조치를 내리고 자금 집행 적정성을 조사하고 있다”며 “적정성 조사 결과에 따라 자금이 회수될 수도 있고 새로운 집행단체가 선정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유출사고는…

2007년 12월 7일 태안 만리포 앞바다에서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소속 ‘삼성1호’가 충돌하면서 1만 2,547㎘의 원유가 유출돼 서해안 일대는 사상 최악의 검은 재앙으로 뒤덮였다.

당시 정부에서는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국가의 자원과 역량을 총 동원했지만 기름띠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갔다. 당시 해양 전문가들은 원상회복까지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마다 놀라운 응집력과 강인함을 보여줬던 우리 국민들이 다시 힘을 보였다. 전국에서 온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자갈과 바위를 하나하나 닦아냈다.

민·관·군을 합치면 연인원 213만 명이 온 힘을 다해 방제에 나섰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국민성금이 답지하는 등 전 국민이 발 벗고 나섰다. 정부도 피해주민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긴급생계자금과 무이자 대부금을 지원하고 선주와 국제기금을 대신해 배·보상금을 지급하는 등 피해민의 조속한 생활 안정을 위해 힘썼다. 또한, 어족 자원과 해양환경 복원, 이미지 개선 등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을 통해 지난 10년간 피해의 흔적을 지우고 이같은 대규모 유류오염사고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해양오염사고 현장대응능력을 기르기 위해 해양환경교육원이 설립됐고, 단일선체가 문제가 된 사고를 교훈 삼아 국제협약보다 5년 앞선 2011년부터 5,000톤 이상 단일선체 유조선의 국내운항을 금지했다.

유조선에 의한 초대형 유류오염 피해에 대비하기 위한 국제기금 보상한도도 대폭 인상됐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러 방제작업을 위해 만든 작업로가 솔향기 가득한 생태 등산로로 탈바꿈했고 서해바다는 생명의 바다로 기적처럼 되살아났다. 멸종위기종인 상괭이와 점박이물범이 발견되고 지난해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는 태안 해안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 보호지역 카테고리를 Ⅴ등급에서 Ⅱ등급으로 변경한 바 있다.

사고 당시 언론과 환경단체 등에서 유출유 확산 차단 등 초동조치 미흡, 현장지휘 체계 이원화와 책임한계 불명확, 과도한 방제로 인한 자연경관 훼손 등 여러 가지 지적이 있었다.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유출사고는 해양오염사고 예방시스템을 강화하고 국가방제 지휘체계 재정립, 해안오염 방제 체계 정비 및 대응능력 강화, 방제장비 확충 등 체계적인 해양오염사고 대응시스템 구축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