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모빌리티의 미래, 전기선박의 시대가 오고 있다
e-모빌리티의 미래, 전기선박의 시대가 오고 있다
  • 길홍근 한경국립대 교수 (한국 전기선박협의회 상임위원장)
  • 승인 2023.06.1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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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홍근 한경국립대 교수 (한국 전기선박협의회 상임위원장)
길홍근 한경국립대 교수 (한국 전기선박협의회 상임위원장)

[현대해양] 제1회 국제전기선박 엑스포가 지난달 3, 4일 양일간 제주 ICC에서 성공리에 개최되었다. 전기선박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e-모빌리티는 육상 모빌리티인 전기자동차에서 시작하여 이제 항공 모빌리티인 UAM(도심항공교통)으로, 해양 모빌리티인 친환경 선박, 궁극적으로 전기선박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이 세상 모든 탈 것들의 전기화, 전동화는 이미 다가온 미래이다.

 

e-모빌리티 수요 커져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와 탄소제로,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e-모빌리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큰 대형컨테이너선 한 척이 디젤 차량 5,000만 대 분량의 황산화물과 트럭 50만 대 분량의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고 한다. 국제해사기구가 국제 해운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50%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또한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배출량 규제, 특히 연안수역의 온실가스 배출규제도 대폭 강화되는 글로벌 추세이다.

친환경·전기선박은 이제 당면한 미래이자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전기선박을 포함한 친환경 선박은 이제 우리 해운조선업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국가와 기업 모두에게 크나큰 도전이자 기회이다. 시대의 흐름을 선도할 비전 정립이 필요한 때이다.

친환경·전기선박 산업의 혁신생태계를 일으키고, 대한민국과 인류의 더 나은 미래와 발전에 기여하는 것, 나아가 글로벌 협력의 리더십을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국제전기선박 엑스포와 한국 전기선박협의회가 지향하는 비전이자 목표이다.

 

조선산업과 전기배터리산업의 접점, 전기선박

전기차가 상용화되기 시작한 지 10여 년 되었지만,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급률은 1% 남짓에 불과한, 아직도 초창기라고 볼 수 있다. 기술개발이 계속 진행중이며, 특히 전기배터리 분야는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다. 글로벌 선도국가 간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한데, 전고체 배터리 기술개발도 상용화를 목표로 빠르게 진행 중이다.

조선산업과 전기배터리 산업이 만나는 접점이 전기선박이다. 전기선박 기술은 현재 아주 기초적인 부분부터 상용화된 부분까지 혼재해 있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기계식 추진시스템)을 전기 배터리와 모터(전기식 추진시스템)로 대체한다는 측면에서 육상 전기자동차 기술을 해상 선박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선박의 경우 전기추진 시스템을 보다 대용량화하고, 선 내외기도 전기 배터리에 맞게 바뀌어야 하는 점이 더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전기화·전동화의 기본원리는 동일하다.

전기선박 산업은 해양 분야의 신산업으로 새로운 글로벌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분야이다. 전기선박과 관련해서도 배터리의 대용량화와 함께 전동기, 인버터, 배전반 등 전기선박의 종합적인 설계 및 핵심부품 개발이 진행 중인데, 기술개발과 관련한 R&D, 규제법 제도 등 정부의 집중지원이 필요한 미래 신산업이다.

 

협업에 의한 오픈 이노베이션

기존의 내연기관에서 탄소배출 없는 전기선박으로 이행해 나가는 변화의 과정이 결코 쉬울 수는 없을 것이다. 전기자동차의 경우에서 이미 보았듯이 전기선박도 마찬가지일 것일 것으로 본다. 하지만 전기선박은 이제 당면한 미래이자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전기선박 산업은 조선산업과 전기 배터리산업, 스마트 그리드와 충전 인프라, 폐배터리 재생을 포괄하는 에너지 신산업이 모두 연관된 융복합적인 영역이다. 기존의 사고와 기득권을 넘어서 기술혁신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은 결코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융복합적인 문제는 어느 한 분야에서 해결할 수는 없다. 협업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문제 해결이 필요한 것이다. 산업 간, 기업 간의 협업이 필요하고, 정부 내에서도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신산업, 신시장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해양 신산업인 전기선박 산업의 혁신생태계를 일으키기 위해 기술, 진흥정책, 금융, 제도 측면에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아직 그 대비 속도가 늦다는 데 있다.

협업에 의한 오픈 이노베이션은 아직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문화이다. 전기선박 분야의 융·복합적 문제해결을 위한 산·학·연·관 협업의 큰 플랫폼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이다. 기술 발전과 시대 흐름의 변화를 읽고 비전 제시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선제적 대응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조선산업과 전기 배터리산업이 만나는 접점이 전기선박이란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스마트 그리드와 충전 인프라 등 에너지 산업도 함께 해야 한다. 어느 한 분야가 아닌, 융합적 사고로 협업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해야 하는 영역이다. 문제해결을 지향하는 조정자 (Coordinator)의 역할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 사회에도 산업을 넘나드는 통섭적 문제해결의 코디네이터, 융복합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산·학·연·관의 플랫폼이 필요하다. 한국 전기선박협의회와 국제전기선박 엑스포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한국 전기선박협의회는 해양 신산업인 전기선박 산업의 혁신생태계를 일으키기 위해 산·학·연·관의 종합적인 문제해결 플랫폼을 지향한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해답

신산업의 문제는 어느 분야이든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해양 신산업도 기술 발전에 비해 규제, 법·제도가 늦은 것이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득권과 기득 의식의 저항도 있다. 전기선박도 제작기술은 개발되고 있으나, 기술기준이 부재하거나 낡거나 글로벌 기준과 대비하여 과도한 것이 문제이다. 지금 업계에서는 전기선박 형식승인과 표준이 현안문제가 되고 있는데, 해답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있다고 본다. 선박용 충전소 법제화도 필요하고, 충전 대상과 기준이 전기자동차에 국한되어 있는 제도의 개혁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 전기선박이라는 신산업 혁신생태계를 일으키기 위해선 기술개발과 함께 인프라, 펀딩 등 진흥정책과 규제법·제도가 함께 가야 한다. 기술개발 초기 단계, 규제 법·제도를 어떻게 설계하고, 진흥정책과 혁신금융 지원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전기선박 신산업의 혁신생태계를 일으키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때이다. 과거의 규제가 더는 미래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

전기선박은 전기자동차처럼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향후 2029년에는 124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예측되는데, 전기선박이란 새로운 시장이 커짐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친환경·전기선박은 기후 위기 대응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갖는 동시에 ‘해양 강국의 꿈’을 실현하는 길이라 믿는다.

국제전기선박 엑스포가 전기선박을 포함하는 e-모빌리티의 미래를 논의하는 장, 미래를 선도하는 첨단기술, 그리고 기술표준과 정책을 제시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가길 희망한다.

e-모빌리티의 미래, 전기선박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새로운 글로벌 변화의 흐름에서 이번에는 우리 전기선박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조선산업 세계 1위, 배터리산업 세계 1위의 나라,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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