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치유, 바다로부터 얻는 건강
해양치유, 바다로부터 얻는 건강
  • 김충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기후대응생태연구부 책임연구원
  • 승인 2023.06.1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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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기후대응생태연구부 책임연구원
김충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기후대응생태연구부 책임연구원

[현대해양] 지난해 OECD에서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 한국은 41개 국가 중 중하위권을 차지하며 국민의 삶의 질이 OECD 국가 중에서 상당히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경제, 교육, 안전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삶의 만족도, 일과의 균형 있는 삶, 환경 분야에서는 평균 이하에 머물렀다. 사람들의 인식이 잘 사는데 그치지 않고 건강과 행복,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주목받는 ‘해양치유산업’

우리나라는 전쟁 이후, 반세기만에 가난에서 벗어나, 10대 경제 대국이 되었고 마침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잘 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국민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경쟁에 내몰리는 환경 속에서 우울증, 당뇨, 고혈압, 아토피 등 만성질환에 직면하게 되었고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 도시화 등이 동반되며 질병 예방, 건강증진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한편, 생활 수준의 향상과 여가의 증가 등으로 새로운 형태의 의료서비스 수요 역시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뿐 아니라 웰빙과 힐링, 레저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해양치유산업’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해양치유자원법에 따르면, 해양치유란 심층수, 머드, 소금, 해조류, 해양기후 등과 같은 해양치유자원을 활용하여 체질 개선, 면역력 향상, 항노화 등 국민의 건강을 증진 시키기 위한 활동을 말한다. 지금까지 바다는 해운항만, 수산업 정도로만 여겨지던 공간이었지만, 해양치유는 바다를 국민건강과 복지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 분야로 연결해 주고 있다.

 

세계의 해양치유

해양치유의 역사는 기원전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되었다. 서양의학의 선구자 히포크라테스는 가려움과 통증을 동반한 피부병은 따뜻한 해수로 목욕하면 치료된다고 하였고, 로마 제국에서는 전투에서 다친 병사들을 치료하기 위하여 데운 해수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유럽에서 처음 해양치유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곳은 프랑스이다. 현재 프랑스에는 약 80여 개의 해양치유센터가 있으며, 매년 9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건강, 힐링, 미용 등을 위하여 이곳을 찾는다. 대표적으로 대서양 아키텐 해안에 자리 잡은 Complexe Atlanthal, 샤넬해협의 Thalassotherapie Roscoff는 매우 유명한 해양치유 단지이다. 독일은 현재 해양치유를 포함한 자연치유산업이 가장 잘 발달한 나라로, 전국에 약 350개의 휴양치유단지(Kurort)를 두고 있으며, 그 시장규모는 연간 40조 원에 달한다. 북해와 발틱해 연안에 해양치유센터가 위치하며 북해연안의 노르더나이섬, St.peater Ording, 발틱해의 Usedom 등이 유명한 장소이다. 이스라엘에서도 사해의 높은 염도를 지닌 바닷물과 해양기후를 활용하여 피부질환, 호흡기질환 치유센터 등을 사해 주변에 발전시켜왔다. 일본의 경우는 2000년대 초부터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시설 중심의 웰니스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는 해수 건강증진형 탈라소테라피 시설이 전국에 20여 곳 설립되어 있다. 설립 초기에는 대부분 국가나 지자체가 주도하여 설립하였고, 대규모 시설 위주로 만들어졌으나, 최근에는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곳도 있고, 소규모의 지역 주민 건강증진 목적으로 운영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는 등 다각도로 다양한 운영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럽이나 일본의 해양치유센터의 특징을 보면, 치유센터의 자연환경 입지가 좋아야 하고, 자원관리, 인력양성 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치유자원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관광자원이나 역사 문화시설 등 복합적인 요소들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국내 해양치유산업 추진

해양치유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질 좋은 치유자원이 많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훌륭한 해양치유자원을 많이 보유한 나라이다. 동·서·남해와 제주바다의 서로 다른 특징들이 좋은 자원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해의 심층수, 청정해수, 염지하수, 서해의 갯벌, 천일염, 염생식물 남해의 해조류, 수산물, 제주의 용암해수, 온화한 해양성 기후 등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품질 좋은 해양치유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이에 발맞추어 관련 정책을 수립 중이다. 해수부에서는 제2차 해양관광진흥기본 계획(2014)을 전략과제로 휴식과 회복이 있는 행복한 바다 관광을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세부 추진과제로 해양치유관광육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해양치유산업 활성화를 위한 「해양치유자원의 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정(2020) 및 해양치유산업 발전을 위하여 기본계획을 수립(2021)하였다. 관련하여 1단계 해양치유 R&D(2017~2019) 사업을 수행하였고, 현재 필자가 총괄연구책임자를 맡은, 2단계 해양치유 R&D(2022~2026)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우리나라가 보유한 우수 해양치유자원을 중심으로 성분분석, 효능기작연구, 임상연구, 활용방안, 안전성 등을 확보하여 해양치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여 산업 활성화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해수부 주도로 4개 시범지자체(완도·태안·울진·경남고성)에 해양치유센터를 설립 중이다. 그중에서 완도가 가장 먼저 시작하여, 이미 시설은 거의 완공되었고, 올 상반기 중으로 시범운영을 거쳐 하반기에는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실내 해수 풀을 비롯한 다양한 치유실을 갖추고 해수 운동, 수중 걷기 프로그램, 왓추, 해조 치료, 마사지, 야외 활동 등 다양한 해양치유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해양치유산업이 국내에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국민복지 차원에서 해양치유 서비스에 의료보험을 적용하여 이용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거나, 지자체의 주민 바우처 제도 같은 것을 활용하여 할인해주는 등 다양한 정책적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해양치유 산업이 국내에 올바르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해양치유산업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해수나 머드와 같은 해양치유자원을 활용하여 인간의 건강을 증진 시킬 수 있는 해양치유는 유럽 선진국에서는 수세기 전부터 발전되어 왔으며,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육체적 건강증진 및 힐링 차원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비록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하지만 외국에 비해 해양치유자원이 풍부하고 디지털 기술도 앞서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보유한 풍부한 해양치유자원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여 대국민 신뢰도를 높이고, 치유프로그램을 잘 만든다면,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앞서가고 있는 첨단 디지털 IT기술과 해양치유를 융합하여 더 큰 시장이 기대되는 해양치유산업을 선도한다면, 세계적인 건강 힐링 트렌드를 이끌어갈 수 있는 국가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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