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재산 바다 이용 원칙과 비전
공유재산 바다 이용 원칙과 비전
  • 류청로 부산수산정책포럼 대표 이사장, 부경대 해양공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3.06.0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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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로 부산수산정책포럼 대표 이사장, 부경대 해양공학과 명예교수
류청로 부산수산정책포럼 대표 이사장, 부경대 해양공학과 명예교수

[현대해양] 지난 4월 아직도 현업에서 열정을 바치는 대학 동기와 만나 부산 송도의 고층 식당에서 확 트인 바다를 전망하면서 파스타와 커피를 즐길 수 있었다. 갑자기 창가에 보기 힘든 진풍경이 전개되었다. 대형선망의 선단이 먼 바다로 줄지어 날아간다. 흰 물결을 연결한 채, 바다를 달리는 장대한 행렬, 수십 척의 작업선과 운반선이 조를 이루어 끝없이 긴 선단을 만들어, 다 함께 어장으로, 아니 전장으로 향하는 광경이다. 어부들이 펼치는 저 풍경이야 말로 태고부터 변하지 않는 어부의 공생과 경쟁의 본질이 아닌가? 어부의 본질, DNA를 제 삼자가 되어 조망하는 감동이었다. 대형기선저인망, 잠수기어업, 안강망어업 등 각종 형태의 연근해 어업이 서로의 조업영역과 어구-어법을 구분하면서 어촌계 중심의 연안 어민과 공생의 틀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적 수산업 현장에서 근원적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어부-선원의 고갈이다. 원양이나 근해어업을 주도하는 대형어선은 물론이고, 연안 정주어촌형의 연안어업에서도 그렇다. 청년 유치를 위한 온갖 귀어귀촌 지원책이 추진되지만 그럴듯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에 의존해야 하는 양식장의 인력구조는 어찌하며, 어선인력은 언제까지 외국인에 의존해야 하는가?

수산물의 위생성 강화, 식품 안전성 제고, 원자력 유출수-방류수 등 시류를 타고 예민하게 작용하는 극단적 환경재앙에 대한 국제적, 국가적 관리체계의 신뢰도 제고, 연근해 수산-생물자원의 선순환시스템 구축, 혁신적 디지털 기반의 어업구조 변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어업-수산업의 로드맵은 어디까지 왔으며 공유되고 있는가? 고용과 인력 공급체계의 원천적 개선책과 산업구조 및 기술 혁신이 치밀하게 수평-수직적으로 연계된 정책은 얼마나 체계화되어 있는가?

 

어촌공간, 어부만의 공간이 아냐

고질적인 어촌, 수산업의 문제와는 별개로 연근해 해양공간, 어촌공간은 어부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어부-어촌의 인구는 소멸해 간다고 하지만 어촌-연안의 이용객-관광 방문객은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레저-스포츠-휴양은 물론이고 새로운 형태의 창의적 생산-산업 공간이 만들어지고 경합하고 있다.

연안의 도시개발, 산업개발, 항구개발은 물론이고, 이에 수반한 관련 산업이 진화하고 있다. 그들에게도 바다공간이 필요하다.

어업간의 마찰은 물론, 물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산업 간의 영역전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부산의 신공항 건설사업에서도 어업 보상이 뜨거운 감자가 되어 있을 뿐, 어업과 새로운 이용자와의 상생전략에 대한 융합적 사고가 없다.

물론 시간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현실적 문제 앞에서 상생을 위한 장기적, 전략적 노력을 논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원칙론에 입각해서 접근하는 시도가 중요할 것이다. 발상의 전환과 더 신선한 전략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아니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증대시킬 뿐이다.

원자력 사고 관련 오염수의 처리와 방출 문제도 같은 논리로 설명된다. 요트-보트-잠수-낚시 등 해양 스포츠와의 갈등, 레저-휴양산업과의 갈등 등 이용자 간의 갈등구조를 근원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지속될 수 있는 공신력이 담보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수계산업, 특히 바다에서는 토지와는 다른 원칙론이 존재한다. 바다는 원칙적으로 사유재산이 없는 공유수면, 수계공간이다. 모두의 공간이다. 어부는 고기 잡는 기능의 사업자이다. 스포츠맨은 고기를 수익원으로 잡아서는 안 되는 규정에 따른 스포츠 기능을 활성화하면 된다. 공존과 공생, 즉 융합적 공유의 바다 이용이 가능하다. 통제 가능한 법제 등 시스템을 통해 기능을 극대화하면 더 높은 공유재산의 가치를 창출한다.

바다에 토지를 만들어 사용하는 도시-산업단지, 항만-공항 등의 개발에서도 원칙적으로 공적기능, 공유재산의 다양한 기능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공유재산을 또 다른 이용자가 사용코자 할 때에는 기존의 이용기능에 대한 피해의 최소화는 물론, 기능 저감-완화대책과 회복 대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 국가적 대형 사업에서, 국제적 재난 대응에서, 획기적 개선-선례를 만들면서 바다이용의 선순환 사례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더 높은 공유재산 가치 창출해야

내수면, 하천, 물의 이용과 재난관리에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물의 관리, 이용의 원칙과 본질을 과학-기술 기반으로 점검하고 개인과 사회, 국가가 해야 할 임무를 성찰해야 할 때이다. 물의 공간은 공유공간의 개념이 적용되어야 한다. 바다는 가장 큰 물의 공간이고, 국가의 경계도 넘어선 관리 전략이 필요한 곳이다.

한 국가의 하천-하구, 연안에서 시작하는 바다를 국내법-국제법에서 공유수면으로 정의하고 있다. 모두의 것이기도 하고, 주인이 없어서 탐험가나 개발론자들의 모험과 도전이 허락된 공간이라는 개념을 주고 있다. 도시-산업공간에서부터, 연안 어촌-어업공간, 근해어업, 원양어업, 해양광물-에너지산업, 해양레저-스포츠 관련 산업, 해운-항만, 군사력 경쟁 공간으로 그 가치가 변형되면서 날로 커져가고 있다. 거대하고 다양한 바다의 가치를 어떻게 정교하게 다차원적으로 다양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바다라는 공유재산, 그 가치를 극대화하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학기술자, 산업계 전문가들, 시민사회의 담론이 활성화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국내-국제적 기준-법체계의 허와 실에 대한 끊임없는 점검과 개선노력을 체계화하고 강화해야 할 것이다.

바다에서 더 가치 있는 부를 다양한 형태로 창출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세련된 모습으로 새로운 길을 안내하는 스마트한 등대의 모습을 한 사회와 국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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