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사고 예방교육 제대로 해보자
어선사고 예방교육 제대로 해보자
  • 김인현 고려대 로스쿨 교수·선장
  • 승인 2023.05.2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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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로스쿨 교수·해수부 정책자문위원장
김인현 고려대 로스쿨 교수·해수부 정책자문위원장

[현대해양] 국내 해양사고 사망자 수는 연간 100명에 이른다. 이 중 어선사고가 80%를 넘는다. 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해양사고의 대부분이 어선의 충돌, 침몰, 전복 등이다. 선박은 작업 종류에 따라 어선과 상선으로 나눠지고, 항해 구역에 따라 원양과 내항(연안)으로 나눠지는데 유독 어선과 내항사고의 숫자가 압도적이다. 내항상선 사망사고는 서해훼리호와 세월호 사고와 같이 수백 명이 사망하는 대형사고로 이어지지만 연안을 다니는 어선의 경우 한두 명의 사망사고가 대부분이다. 어선의 사고는 수십 년 동안 크게 개선되지 않고 아까운 인명의 손실이 계속되고 있다.

필자는 이처럼 어선사고가 많고 개선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이 교육제도에 있다고 본다. 상선 해기사들은 해양대, 해사고, 오션폴리텍 등의 교육기관에서 최소 16개월 이상 교육을 받고 해기면허를 취득해 선박을 운항한다.

상선의 경우 외항은 물론이고 내항도 교육제도가 정착되어 있다. 원양어선에 근무하는 해기사는 정규교육과정인 수산대, 수산계고를 졸업하는 이들로 채워진다. 연안에서 조업하는 65,000척에 달하는 어선의 경우 일정한 크기 이상은 해기사 면허를 필요로 하지만 이들은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며칠간의 교육만으로 면허를 취득한다. 면허제도 자체가 아예 없는 소형 어선도 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청보호 전복사고의 원인 파악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 어선이 통발작업선이었기에 갑판에 통발을 잔뜩 실었다는 점이 원인이 아닐까 짐작할 수 있다. 어선은 수면 아래에 잠기는 부분이 깊지 않다. 갑판 위에 통발을 싣게 되면 무게 중심이 위로 크게 올라가서 자칫하면 배가 전복된다.

목포의 차도선에서 있었던 일이다. 차도선은 섬을 오고가는 선박으로 선창이 따로 없다. 날씨가 나쁘면 아예 출항을 하지 않는다. 자동차가 중앙이 아니라 옆으로 약간 벗어나 진입하는 순간 차도선은 전복되고 말았다. 수 명이 사망했다. 차도선은 수면 아래에 있는 부분이 아주 작다. 그래서 복원성이 좋지 않다.

복원성은 이렇게 무서운 성질을 갖는다. 전체 높이에서 중간보다 아래에 무게가 더 실리게 해야 배가 안전하다. 복원성의 확보는 정규 교과과정에서는 4개월간 선박적화라는 과목에서 배우고 또 체화하는 것이다. 과연 연안을 다니는 어선 선장이나 선주들에게 이런 교육이 되어있을까? 항내를 벗어나 우리나라 영해인 12해리 안에서 조업을 한다고 해도 그 어선은 외국의 상선과 만나게 된다. 이 때는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국제조약)이 적용된다. 과연 상선을 만나면 어떻게 피항해야 하는지 체화가 되어있을까?

내용을 모르면 선박충돌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대략 알 수도 있겠지만 정규 교육제도가 없기 때문에 체화되지 않았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어선 복원성, 충돌예방규칙 등 교육해야

지난 18일 해양수산부에서 매우 의미 있는 회의가 열렸다. 어선원들 교육개선에 대한 회의였는데, 이날 어선 교육을 담당 실무기관 교육현황을 들어볼 수 있었다. 20톤 이상 해기면허 소지자인 선장과 기관장에 대한 의무교육은 해양수산연수원이 담당하고, 20톤 미만 어선은 수협이 담당하고 있었다. 수협이 그 많은 어선에 대해 교육을 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선의 안전검사를 담당하는 해양교통안전공단에서도 검사 때나 평시에 교육을 하고 있다. 인재개발원에서도 제한적이지만 어선주와 선장들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어선원 교육 예산을 증액하고 각 기관들이 협력하여 어선원 교육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65,000척의 어선 선장이나 기관장을 모두 교육기관을 통하여 교육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회의에서 필자는 (1)전국에 산재한 어민들을 고려해 전국 91개 단위 수협의 회의실을 이용하여 휴어기인 여름 2주일, 겨울 2주일 총 1개월간 직무교육을 시키자. (2)휴가 중인 상선과 어선 선장, 수해양계 학교의 교사 및 교수 등을 재능기부 형식으로 강사로 활용하자. (3)강의과목은 안전교육에 더해서 반드시 복원성, 충돌예방규칙, 항해방법, 기관관리 등 직무교육을 시켜서 체화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서 의무적으로 해기면허 소지자(3,000)가 승선하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은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어선 사고를 줄이기 위한 많은 대책과 회의가 있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어선원들에 대한 교육제도가 더욱 보완되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외국인들이 대거 어선원으로 유입되는 상황이라 이들과의 의사소통 방법 개선과 안전교육이 필요하다는 점도 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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