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외래종 ‘갯끈풀’의 딜레마
21. 외래종 ‘갯끈풀’의 딜레마
  •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승인 2023.05.15 1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굴삭기를 활용한 갯벌 뒤집기
굴삭기를 활용한 갯벌 뒤집기

[현대해양] 갯끈풀! 우리에게는 최근까지도 생소했던 바닷가 식물이다. 2012년 갯끈풀 유입이 국내 언론에 보도되면서 세상에 드러났고, 이후 국내 해양학계도 급격히 관심을 갖게 된 외래식물이다. 위성영상 분석 결과 갯끈풀의 정확한 유입은 이보다 훨씬 앞선 2008년으로 확인됐고, 최초 유입지는 강화도 남단 갯벌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정부는 중국의 갯끈풀 유입 사례와 기존 학계 보고를 근거로 2013년 ‘위해우려종’(환경부), 2016년 ‘유해해양생물’(해양수산부) 및 ‘생태계교란생물’(환경부)로 지정했다. 최초 국내 유입 후 15년이 훌쩍 지났다. 그간 정부의 관리 노력, 학계의 연구 등이 상당 부분 진척됐고, 이제 외래종 ‘갯끈풀’에 대한 재해석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갯끈풀에 대해 해양생태학자의 시각으로 되돌아보려 한다.

 

갯끈풀의 특성과 분포

갯끈풀은 벼과에 속하고, 전 세계적으로 17종이 존재한다고 한다. 기수지역에 서식하는 다년생 초본으로 뿌리 부분이 강하고 잔뿌리도 많다. 줄기는 직립 형태며 잎은 두껍고 넓은 긴 칼 모양을 가진다. 갈대와 유사해서 쉽게 구별하기 어려워 국내 유입된 외래종임에도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북·남미, 아프리카 및 유럽 대서양 연안이 원산지다. ‘영국갯끈풀’ 등 몇 종이 다양한 생태공학적 용도로 타국에 도입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분포가 확산했다. 중국 경우도 1960년대부터, 간척 사업을 진행하면서 제방 안정화 목적으로 ‘영국갯끈풀’과 ‘미국산 갯끈풀’을 들여왔다. 그 결과 옌청지역을 시작으로 난퉁, 웨이팡, 진저우, 창저우 지역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갔고, 현재는 황해 연안의 갯끈풀 면적이 5만 4,000헥타르에 이를 정도로 확장됐다고 한다.

국내에 유입된 종은 크게 두 종류로 ‘영국갯끈풀’과 ‘중국갯끈풀(갯줄풀)’이다. 그러나 두 종의 정확한 동정 결과가 아직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고, 국내 유입 경로도 추측일 뿐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다만, 해류를 타고 강화도, 진도 등으로 유입된 갯끈풀 씨앗이 발아 후 정착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연구진은 최근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40년간(1980~2020) 중국과 한국 연안의 연평균 기온이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나아가 강화도, 진도가 2008년 전후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기온 상승 폭을 보였다는 점도 위 예측에 신빙성을 더해 주고 있다.

갯끈풀의 형태적 및 생태적 특성
갯끈풀의 형태적 및 생태적 특성

갯끈풀의 생태적 특성

갯끈풀은 일차생산력, 번식력, 극한 환경 생존력 등이 모두 강하며 주로 지하경(땅속줄기)에 의해 서식 범위가 확산된다. 한편 개화 후 종자에 의한 번식 확산도 중요하다. 새로운 줄기와 싹은 지하경을 통해 4~10월 사이에 나타나고, 개화 후 가을(11월 이후)에는 줄기와 잎이 사멸하나 겨울을 나는 동안 형태는 유지된다. 개화 시기는 8~10월이며, 작고 하얀 꽃이 핀다.

하구역의 염습지나 갯벌 상부에 군락을 이루는데, 번식 초기에는 소형의 동심형의 군체로 시작하여 점차 범위를 확산하는 특징을 보인다. 서식 위치는 주로 평균 만조선과 평균해수면 사이이고, 서식처의 퇴적상은 실트나 사니질을 선호하나 자갈이 혼재된 실트 퇴적환경에서도 생육할 수 있다.

갯끈풀(C4 식물)은 갈대·칠면초(C3 식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온 환경에서 생존이 유리하다. 즉, 갯끈풀은 고온에서도 광합성량과 성장률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확산 속도도 빠른 것이다. 황해 전 연안의 기온 상승은 상대적으로 토착 식물인 갈대나 칠면초보다 외래종인 갯끈풀이 생존하기에 더 적합한 환경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갯끈풀의 양면성

생태적 관점에서 갯끈풀의 특성은 양면성을 내포한다. 즉, CO2 고정, 영양염 흡수, 해안침식 방지 등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반면, 사막화에 따른 생물다양성 피해, 패류 양식 등 사회·경제적 피해 등 부정적 요소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외래종이란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시절에 비해 최근에는 해양생태계 서비스 측면에서 조절서비스(탄소흡수력), 지원서비스(일차생산력) 등 장점이 부각되고 있어 갯끈풀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 연구진은 황해 염습지와 비식생 갯벌 코어퇴적물(~50 cm 깊이) 내 유기탄소를 분석한 결과, 갯끈풀 서식지가 갈대·칠면초 서식지보다 더 높은 유기탄소 함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 경우도, 최근 갯끈풀의 블루카본 잠재력에 관한 관심과 긍정적 시각이 급증하고 있다.

 

갯끈풀 관리를 위한 노력

갯끈풀 관리는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4조 (유해해양생물의 관리)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2016년 갯끈풀이 ‘유해해양생물’로 지정될 당시 국내 갯끈풀의 99%가 강화도에 서식하고 있었다. 이에 해양환경공단은 2016년 강화 갯끈풀을 대상으로 시범 제거사업을 수행했다.

이후 2017~2019년에 걸쳐 갯끈풀 제거사업을 지속하면서 그 확산 속도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갯끈풀 제거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갯끈풀 뿌리의 완전한 제거는 어렵고, 재번식을 통한 빠른 확산에 대처하는 것도 한계가 있음이 확인됐다. 이후 갯끈풀 완전제거보다는 ‘갯벌뒤집기’ 방식을 통한 확산방지에 초점을 맞춘 관리 방법이 채택됐다.

해양수산부는 2018년 갯끈풀 중기 관리계획(2019~ 2023)을 수립하고 전국 단위 모니터링, 갯끈풀 조기발견 및 대응체계 구축, 갯끈풀 제거 및 확산방지 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 그 결과 갯끈풀의 전국 확산은 과거보다 현격히 줄어들었다. 현재는 제2차 갯끈풀 중기관리계획(2024~2028)이 수립 중이다. 향후 관리 체계에 대한 재정비와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갈대와 갯끈풀의 비식생 갯벌에 대한 생태계 영향 비교 종합
갈대와 갯끈풀의 비식생 갯벌에 대한 생태계 영향 비교 종합

갯끈풀의 블루카본으로서의 가치

우리 연구팀은 2017년 시작된 블루카본 연구 일환으로 강화도 갯끈풀 서식 퇴적환경 내 유기탄소 함량과 기원에 대한 분석을 수행했다. 갯끈풀의 ‘유해해양생물’ 지정 이전에 사전 연구 필요성을 느꼈지만, 다행히 블루카본 연구를 수행하면서 늦게라도 해당 연구를 할 수 있었다.

인공위성 분석을 통해 강화도 동막 일대 갯끈풀 서식 면적은 10년간 약 60배 증가한 3.12헥타르로 확인했다. 우리는 동막 갯벌에서 갈대, 칠면초, 그리고 갯끈풀이 서식하는 퇴적물 내 유기탄소 함량을 측정해보았다. 갯끈풀이 최초 침입한 것으로 알려진 2008년 대비 2018년 퇴적물 내 유기탄소 저장량(증가율)은 갯끈풀이 비식생 갯벌과 비교하면 3.4배 높았고, 칠면초가 2.5배, 갈대가 2.4배로 나타났다. 즉, 외래종 갯끈풀이 토착종 갈대·칠면초에 비해 동일 기간 대기 중 CO2를 더 많이 흡수하여 퇴적물에 저장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갯끈풀이 갈대나 칠면초보다 생장 기간이 길고, 지하부 생물량과 일차생산력이 크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우리는 나아가 퇴적물 내 유기탄소의 기원 변화가 갯끈풀 침입 기간과 연동되는지 살펴봤다. 강화도처럼 갈대, 칠면초, 갯끈풀이 모두 서식하는 중국 옌청지역을 비교 지역으로 선정하여 메타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두 지역 모두 토착종(갈대·칠면초)과 외래종(갯끈풀)의 유기탄소 기원이 다름을 확인했다. 특히, 옌청의 경우, 갯끈풀 침입 시기에 따른 유기탄소 기원 변화가 뚜렷함도 알 수 있었다.

갯끈풀 침입 기간이 20년이 넘는 옌청 결과로 미루어, 강화도 역시 향후 10년간 갯끈풀로 인한 유기탄소 함량 증가와 기원 변화가 지속해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갯끈풀에 대한 재고찰

갈대와 갯끈풀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비교해봤다. 관점은 크게 ① 온실가스 배출량, ② 대형저서동물 먹이기여도, ③ 퇴적물 안정도, ④ 탄소침적율 등이다.

① 온실가스 배출량: 중국, 미국 등의 경우 생물량, 미생물 군집, 메탄생성균 활성도 차이로 인해 갯끈풀이 갈대에 비해 더 많은 CO2와 CH4을 배출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강화도의 경우 비식생 갯벌과 비교했을 때, 갈대에 비해 갯끈풀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양의 CO2와 CH4을 배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② 대형저서동물 먹이기여도: 갈대 서식지는 비식생 갯벌과 동일하게 저서미세조류가 대형저서동물의 주 먹이원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갯끈풀 서식지에서는 갈대, 비식생 갯벌과 달리 대형저서동물의 주 먹이원이 갯끈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갯끈풀이 주변의 해양생물에게 새로운 먹이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③ 퇴적물 안정도: 갯끈풀 서식지가 갈대보다 높은 식물 밀도와 생물량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퇴적물 안정도를 보였다. 이는 갯끈풀의 알려진 장점에 해당한다.

④ 탄소침적율: 앞서 언급한 대로 갯끈풀이 갈대에 비해 높은 지하부(뿌리) 생물량과 일차생산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퇴적물 내 탄소침적율을 보였다.

이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갯끈풀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외래종’이긴 하지만, 다양한 장점과 훌륭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갯끈풀 침입 역사가 긴 중국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갯끈풀 서식 면적이 넓지 않고, 정부의 갯끈풀 확산방지 노력도 효과성을 거두고 있는 지금, 향후 갯끈풀에 대한 새로운 관리 체계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유해해양생물’이 아닌 ‘유입종’이란 편견 없는 관점에서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