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 오염의 과거, 현재, 미래
황해 오염의 과거, 현재, 미래
  • 윤서준 서울대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 박사
  • 승인 2023.05.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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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준 서울대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 박사
윤서준 서울대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 박사

[현대해양] 연안과 하구 생태계는 과거부터 전 세계적으로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오염되어 왔다. 대부분의 해양오염은 주로 산업, 농업 및 도시에서 발생하는 육상 오염원의 영향을 받아 오염되고, 해양에서는 석유 및 가스 생산과 운반을 포함하는 인간 활동으로 오염되었다. 다양한 원인에 의한 해양오염은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해양 생물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이는 다시 인간의 생활과 직결되어 우리의 삶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오염에 취약한 황해의 환경

황해는 UN(국제연합)이 지정한 전 세계 66개 광역해양생태계(large marine ecosystem) 중 한 곳으로 사회·경제적 가치가 높은 해역이다. 황해는 한반도와 중국 동쪽 사이에 있는 평균 수심 44m의 반 폐쇄성 해역으로 공해와의 해수 순환이 매우 느린 지역이다. 조석에 의한 조차도 4m 이상으로 다른 해역보다 강해 오염물질 확산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지리적인 단점으로 황해는 해양오염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또한 한국, 북한, 중국의 사회·경제활동이 황해의 환경과 자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 국가에 의한 오염이 인근 나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환경이다. 한국은 해양환경 관리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새만금 간척사업과 같은 연안개발사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의 산업경제 도시들은 대부분 연안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황해의 환경과 자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북한도 개발을 위해 신의주 특구, 개성 특구 등 황해에 인접한 도시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서 황해 환경에 영향을 주는 사회·경제적 압력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까지의 황해 오염

황해 오염은 근래에 이르러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한 문제이다. 1960년대부터 대한민국과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산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황산가스와 산업폐기물 등의 환경오염물질이 황해로 유출되기 시작했다. 이후 1970년대부터는 한국과 중국의 농업부문에서 사용하는 비료와 살충제 등의 농약이 황해로 유출되었다.

한국에서는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서해에서 유조선에서 벙커시유, 경유, 나프타가 1,000kl 이상 유류유출사고가 3건이나 황해를 오염시켰다. 1995년에는 월드워치연구소(Worldwatch Institute)는 ‘죽어가는 세계 7대 바다’에서 황해를 언급하였고, 1963년 141종이었던 어족 자원이 1988년에는 24종으로 감소하였다고 보고하며 오염과 환경파괴가 지속될 경우 생태계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 경고하였다.

1990년대 중반 황해 먼바다에서 중금속 농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중국 연안의 영향이 큰 지역에서는 기름 유출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은 탄화수소 농도가 검출되었다. 1997년부터 한·중 황해공동조사가 수행되어 황해 먼바다의 오염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중국과 북한 연안 오염에 대한 조사 결과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황해 오염을 평가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었다.

 

2000년대 이후 황해 오염

2000년대 이후 한·중 황해공동조사 결과 황해 먼바다의 유기물과 중금속의 농도는 1990년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황해 먼바다는 오염에 대한 우려가 낮은 상태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안의 경우 지속적인 육상기인 오염물질의 유입으로 황해가 지속적으로 오염되었다. 2008년과 2018년에는 국내 연구진과 중국 연구진의 공동 조사를 통해 황해로 연결되는 강과 하구 및 황해 연안 지역의 오염도를 확인하였다. 그 결과 중국의 랴오닝성과 장쑤성에서 매우 높은 오염이 확인되었고, 상대적으로 한국은 오염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의 비교에서도 한국은 오염물질의 농도가 대부분 감소하였지만,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더 높은 오염도가 관찰되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함을 시사하였다. 기름유출 사고도 계속 발생하였는데, 2007년 한국 태안에서는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유출사고가 발생하여 1만 2,547kl의 원유가 황해를 오염시켰다. 중국에서도 2010년부터 최근까지 여러 차례의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여 황해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오염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보고되었다. 2010년 기준 중국 황해 연안은 플라스틱 오염 위험 지수가 세계평균보다 약 24배 높아 이미 한계치를 초과한 상태로 나타났고, 플라스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위험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황해 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

황해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은 공동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오염 유입원과 연안을 조사하지 않기 때문에 황해 전체의 건강성을 평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중국 본토의 오염자료는 중국에서 보고되는 자료를 활용하거나 개별 연구자들의 공동연구에 의존하고 있다. 황해광역생태계관리 프로그램(YSLME)과 북서태평양보전실천계획(NOWPAP)와 같은 황해와 관련된 국제기구 프로그램들이 수행되고 있지만 당사국들의 법·제도의 차이와 이행수단의 부재 등으로 실효성에 대해서는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북한의 참여 제한도 황해 환경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의 참여 보장, 공동연구센터 설립, 각 국가의 이행을 위한 법령 정비 등의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은 구상 단계에서 머물고 있다. 황해 환경 개선과 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의 경제적, 정치적, 생태적 이익을 객관화하는 연구자들의 노력과 사회적 관심이 더해진다면 우리의 후손에게는 더 나은 황해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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