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갯벌, 미세플라스틱 연구 필요
서해안 갯벌, 미세플라스틱 연구 필요
  • 박재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생태연구센터 연구원
  • 승인 2023.05.0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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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생태연구센터 연구원
박재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생태연구센터 연구원

[현대해양] 플라스틱은 현대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1950년대에 개발된 이후 꾸준히 사용량이 상승했으며 현재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간 4억 톤에 이른다. 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량은 생산량과 비교하면 저조하며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바다에 축적되게 된다. 플라스틱은 저렴하고 가벼우며 생물 불활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에게 많이 사용되지만 이러한 장점이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축적된다는 단점이 된다. 따라서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바다로 유입된다. 이런 플라스틱들은 5mm 이하의 미세한 플라스틱으로 분해되어 ‘미세플라스틱’이 되고 바다에 남게 된다. 이때 만들어질 때부터 미세하게 제작되어지는 1차 미세플라스틱과 물, 화, 생물학적으로 부서져 5mm 이하의 크기를 가지는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미세플라스틱들은 현재 표층부터 심해, 저위도에서부터 극지, 연안부터 대양까지 전 세계 해양생태계에 분포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아 생물들이 쉽게 섭취할 수 있으며 독성을 지니고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POPs 등 유기 화합물과 쉽게 흡착하여 주변 환경에서 발견되는 수준보다 몇 배나 높은 농도로 농축하는 것이 나타났으며, 따라서 생물이 섭취했을 때 잠재적인 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 아울러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 전달되며 현재 여러 논문에서 인간의 미세플라스틱 섭취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의 분포와 특성을 조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해수에 있던 미세플라스틱이 밀도 크기에 의한 물리적 이류 또는 해양 눈과 같은 생물학적 이유에 따라 해양환경에서 퇴적물로 가라앉게 된다. 따라서 퇴적물은 해수에선 놓친 미세플라스틱들의 잠재원이 될 수 있다. 특히나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중요한 지리적 위치의 조간대 연안 지역은 육상 및 해상 모두로부터 미세플라스틱 오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연안오염으로 고통받는 갯벌

우리나라 서해안 남해안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 ‘한국의 갯벌’로 등재될 만큼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서해 연안은 갯벌이 잘 발달해 있으며 추정면적은 2,080㎢에 달한다. 이곳은 자연정화, 수산물의 산지이며 탄소흡수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1,000여 종 이상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며, 세계적으로 높은 생물 다양성이 가지고, 다양한 바닷새 기착지로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갯벌은 탄소흡수, 재해저감, 오염물질 정화 등 경제적 가치는 연간 17조 원에 이른다. 그러나 현재 간척매립, 해안개발, 무절제한 방물과 연안 오염으로 인해 갯벌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서해안 갯벌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

한국 서해안 갯벌의 모든 정점의 퇴적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으며, 갯벌 퇴적물 미세플라스틱의 크기, 모양 및 색상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 퇴적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오염도는 다른 국가 및 지역에 비해 높았다. 가장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지점은 금강하구였으며, 곰소만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함평만은 가장 낮은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보였다. 금강하구는 하천을 통해 운반되어 하구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이 다른 부유입자와 같이 응집되어 무거워져 갯벌에 축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강하구와 곰소만은 주변에 어항이 많은 지역이며, 어업 활동을 통해 생성되는 다량의 플라스틱들이 미세플라스틱의 발생원이 될 수 있다. 가장 적은 미세플라스틱이 나타난 함평만은 도시화 및 산업화가 낮으며, 반폐쇄성 만으로 다른 주요 오염물질의 유입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연안 지역의 미세플라스틱은 주로 국내, 산업 및 어업 활동에서 주로 발생하며 담수에서 유입된다는 이전 연구와 유사하게 한국 서해안 갯벌 퇴적물의 미세플라스틱도 하구와 어업 활동 등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퇴적물 특성과 미세플라스틱의 상관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다. 서해 연안 갯벌의 미세플라스틱 양과 퇴적물의 유기물 및 머드 함량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미세플라스틱 양이 가장 풍부했던 금강하구와 곰소만에서 머드 함량은 각각 98.1%와 94.8%였다. 입자가 작을수록 일반적으로 파동 에너지가 낮게 작용하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이 더 쉽게 축적되며, 이러한 상관관계는 베니스 석호 퇴적물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또한, 여러 연구에서 유기물 함량이 미세플라스틱과 상관관계가 있음이 나타났었다. 미세플라스틱 입자상 유기 탄소는 모두 에너지가 낮은 퇴적 환경에서 잘 축적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머드가 많은 저에너지 하구, 피요르드 및 석호와 같은 포집 효율이 높은 저에너지 퇴적 환경에서 많은 수의 미세플라스틱이 나타남을 보인다. 그리고 플라스틱은 미생물 군집과 생물막 형성을 촉진하는 소수성 표면을 가지고 있으므로 유기물 함량이 높으면 부유 미세플라스틱을 포획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건조 중량에 대한 미세플라스틱의 풍부도는 머드 및 유기물 함량과 같은 퇴적물 특성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토지이용 및 활동에 따른 영향

시화호, 금강하구, 함평만 지점의 표면에서 40cm 깊이까지 모든 코어 퇴적물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 세 퇴적물 코어 모두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수직 분포는 일반적으로 깊이가 증가함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결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플라스틱 생산 및 사용량이 증가하는 것과 일치했다. 흥미롭게도 모든 퇴적물 코어의 표층 아래층(수심 5~10cm)에서 가장 높은 MP 농도가 발견되었다.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는 저서동물, 연체동물, 절지동물 등 다양한 종류의 대형무척추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이러한 갯벌생물의 퇴적물 교란이 미세플라스틱의 수직적 분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표층 퇴적물에 있는 미세플라스틱이 조석에 의해 재부유해 이동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세플라스틱의 시간적 추세를 퇴적물 코어를 통해 정량화하였을 때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소폭 증가했고,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급격히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광범위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이 1970년(7만 달러)에서 2010년(120만 달러)으로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에는 미세플라스틱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1990년에 완공된 금강하구 제방 건설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구 댐 건설 후 퇴적물 플럭스에 따르면 금강의 퇴적물 수송은 하구로 완전히 밀폐되어 있었다. 따라서 상류 지역에서 유입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금강 하구둑 안쪽에 퇴적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 토지이용 및 활동의 변화에 따라 미세플라스틱의 개체수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본 연구를 통해 한국 서해안 갯벌에 미세플라스틱이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갯벌에는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며, 바닷새와 같은 상위 포식자의 주요 먹이원이자 인간에게는 귀중한 수산 자원이기 때문에 고농도의 MP가 존재하면 심각한 환경 및 생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갯벌 생물의 MP 축적과 위험성, 그리고 상위 포식자로의 이동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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