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식 변화와 투자 절실
수산물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식 변화와 투자 절실
  • 박진일 이학박사 · 바다해설사
  • 승인 2023.05.0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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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일 이학박사 · 바다해설사
박진일 이학박사 · 바다해설사

[현대해양] 바다가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있다면 그것은 수산물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연구원(KMI, 2020)의 분석에 따르면, 어업생산량은 8조 7,580억 원, 양식 생산량은 230만 8,000톤으로 전년 대비 4.2% 정도 줄었으나 금액은 2조 8,938억 원으로 3.2% 증가하였다. 우리의 양식산업이 고부가가치 양식 쪽으로 간 것일까? 이것은 1차산업이 갖는 착시다. 우리나라가 수산물 소비에 있어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 1위 국가가 됐으며, 국내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69.9kg으로 육류 소비량 68.1kg을 넘었다. 수산물 섭취 중 어패류가 60.5%, 해조류가 39.5%로, 매년 수산물 섭취량이 1∼3%씩 증가하고 있다.

 

수산물은 블루푸드

수산물은 블루푸드다. K-food의 한 영역에 수산식품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소비 없는 생산은 재앙이다. 수산물도 그렇다. 소비를 늘리는 방법은 다양성 확보인데, 지금의 수산물 소비는 다양성을 갖지 못한 게 현실이다. 1차적으로 생물로서 소비되고, 냉동품이나 건제품, 훈제품, 염장품, 염장발효식품, 조미가공식품, 레토르트 등의 가공단계를 거쳐 소비된다.

그러나 부가가치를 높이며 소비자의 기호를 끌기에는 한계가 있다. 소비패턴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산식품은 21세기 블루푸드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수산식품에 대한 고령화시대의 실버식품이나 환자들을 위한 회복식 등에 대한 준비가 없다. 블루푸드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식과 인프라도 빈약하다. 다양한 소비를 위한 수산식품 레시피가 없다. 레시피가 있어도 전문가만 알고 있다. 먹거리로 힐링하고, 영양과 건강을 유지하는 중심 역할에 수산식품이 있지만 우리 모두 제대로 인지 못하고 있다.

수산물은 탄소 흔적을 살펴도 육류에 비하여 친환경적이고, 영양학적으로 보아도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지만, 소비 촉진을 뒷받침할 수산식품에 대한 푸드 테크놀로지는 걸음마 단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산물에 대한 유통기술, 수산식품의 가공에 대한 인식이나 기술력은 20세기 중후반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연구기관에서조차 타 분야에 비하여 구색 갖추기용으로 전락해있다.

수산식품에 대한 다양한 레시피 개발도 전문가나 마니아들에게만 한정돼 있어 보급조차 안되고 연구자들의 취미로 전락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양식 생산량을 늘리면 당연히 가격 폭락으로 이어진다. 시니어나 환자들의 건강식으로의 수산식품 역할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다.

 

다양한 레시피 공유돼야

어류의 경우 회, 찌개, 찜, 탕 정도 수준에서 머무는 수산물이요 식품일 뿐이다. 국민생선 광어(넙치)를 예를 들 때 회만 생각난다면, 당신은 ‘20세기 아재’이다. 넙치는 우리나라 양식 어류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콜라겐 함유량이 높고 씹히는 맛이 좋다. 또 지방질 함유량이 적어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어 횟감으로 인기가 높다.

여기저기서 넙치 양식장이 생기며 생산량이 많이 늘어났으나 소비는 한계점에 온 것 같아 보였다. 한 때 4,000톤 이상 수출도 했지만 95%가 일본에 편중돼 있었다. 일부에서는 수출의 다변화를 외치고 있지만 국내 넙치 소비의 정체는 소비의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문제점을 가지고 과잉생산과 가격하락으로 이어져 양식 경쟁력 문제로 확대 재생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은 있었다.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레시피 개발을 시도하는 노력을 펼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런 레시피를 모른다. 이런 레시피를 이용할 수 있는 중간 가공품과 유통기술도 부족하다.

넙치 수삼 깻잎말이, 넙치 곽향튀김, 넙치 갈근 매운탕, 넙치 산약조림, 넙치 산마늘 장아찌, 넙치 동치미 물회, 넙치 수삼구이 등은 국립수산과학원이 넙치의 국내 소비촉진을 위해 전문 요리 연구자가들이 10년 전에 개발한 70여 레시피 중 몇 가지다. 최근에 소개된 ‘광어야, 요리를 부탁해’에 나오는 레시피 30가지를 합치면 100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다.

수퍼푸드라 불리는 고등어도 마찬가지다. 수협에서는 ‘고등어 요리 24가지’를 소개하는 레시피 책자를 만들어 고등어 소비를 촉진하는 행사도 꾸준히 해왔다. 바다의 여왕이라는 참돔도 밀키트, 가정식, 어린이 메뉴 등 30여 가지의 레시피를 개발했다. 심지어 내수면 어류 메기 뱀장어 송어 틸라피아를 이용한 32가지 레시피를 개발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보급과 이용에는 큰 효과나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전문요리점을 발굴하거나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수산식품 소비의 틀이 만들어져야 하지만, 이벤트성 레시피 책자를 발간하는 것으로 수산물 소비가 촉진되며, 어촌과 수산업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수산물 김치 ‘어딤채’도 40여 레시피가 발굴, 소개되었지만 지금 소비자가 기억하고 찾아서 먹을 수 있는 어딤채는 몇 종류나 있을까? 수산물이 명품요리, 가공식품, 기능성 식품으로서의 가능성은 가능성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21세기 밥상은 수산물이 답

수산물이 단체급식이나 환자 회복식으로의 기능은 당장 실현해야 할 푸드테크이다. 또 노령화 사회에서 메디푸드 테크놀로지는 21세기 수산물의 블루오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수산물 블루푸드는 지속 가능성면에서 친환경적이며 인류의 미래식량을 책임진 식품이다. 이제는 수산식품이 힐링식품, 헬스식품, 메디식품의 시대를 넘어 애국식품인 시대로 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머릿속의 수산식품이 아닌 몸이 느끼고 입이 기억하는 수산식품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산물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식 변화와 인적, 물적 투자가 절실하다. 수산식품 연구의 현실은 수산연구의 여러 분야에서 그 위치와 위상을 언급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게 오늘의 현실이다.

21세기 밥상은 수산물이 답이다. 올바른 수산물 소비는 방향성의 문제이자 선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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