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68. 새들의 천국 천수만, 봄 탐조
청봉의 새이야기 68. 새들의 천국 천수만, 봄 탐조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3.04.18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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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즈미 지역에서 월동하고 북쪽으로 이동 중 천수만에 기착한 흑두루미
일본 이즈미 지역에서 월동하고 북쪽으로 이동 중 천수만에 기착한 흑두루미

입춘은 지났고, 눈이 녹아서 물이 되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우수(雨水) 날 아침 일찍 새들의 천국 천수만으로 향했다. 잔설(殘雪)이 아직 희끗희끗한 만경평야에는 기러기들이 아침 나들이 준비로 분주했다. 목적지 서산 천수만 간월호에 도착하니, 예보와 달리 맑은 날씨로 우리 대원들 모두가 오늘 탐조에서 큰 행운을 기대했다.

올 봄 철새들의 움직임은 예년보다 빠른 봄꽃 소식만큼 이르다. 대원들은 야행성인 가창오리들 습성을 고려하여 오전에는 천수만에서 흑두루미 중심으로 탐조하고, 오후에는 최근 가창오리가 가장 많이 모인다는 예산 예당지(池)로 이동하여 가창오리 군무를 관찰하기로 계획했다.

대원들은 천수만 동남쪽 방조제 바깥 해변에서 탐조를 시작했다. 해안에는 100여 마리의 토종 텃새인 검은머리물떼새(Eurasian Oyster Catcher, 천연기념물 제326호)가 탐조대원들을 반겨줬다. 하얀 배를 덮은 새까만 등쪽 깃털, 주홍색 부리는 아라비아 여인같이 이색적인 모습이다. 겨울철새인 흰뺨오리, 바다비오리, 검은목논병아리 등 잠수성 오리들의 귀여운 모습들도 관찰됐다.

검은머리물떼새, 천연기념물 제326호

천수만 농경지에는 5,000여 마리의 흑두루미(Hooded Crane, 천연기념물 제228호)들이 북쪽 고향으로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흑두루미의 먹이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위치와 거리에서 큰 무리의 흑두루미를 관찰했다. 흑두루미는 하절기에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에서 번식하고 동절기에 일본 이즈미 지역에서 월동하며, 한반도에는 이동시기인 가을봄에 순천만과 천수만을 중간 기착지로 잠시 쉬어 간다.

농경지와 하천에서 큰고니, 흰꼬리수리, 독수리, 여러 종의 오리들을 추가로 관찰하고 예산으로의 이동 길에 어린이 동화책 ‘황새와 뱁새’에서 큰 몸집을 뽐내던 황새 한 마리를 만나는 기쁨도 얻었다.

삼십여 만 개체의 가창오리, 군무를 시작하기 직전의 모습
삼십여 만 개체의 가창오리, 군무를 시작하기 직전의 모습

우수의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질 즈음에 예산의 예당지(池)로 자리를 옮겼다. 삼십여 만 마리의 가창오리(Baikal Teal) 떼가 우리를 환영했다. 가창오리들은 먼 길을 떠나기 전 “뭉쳐야 산다, 하나로!”라고 구호를 외치듯 “케엑 캑엑” 소리치며 큰 군집을 만들었다. 석양의 햇빛에 반사되는 가창오리의 깃털은 영롱한 색 조화의 극치였다. 대원들 모두가 그 마력에 빠져들었다.

후속 세대도 천수만에서 흑두루미, 가창오리, 검은머리물떼새 등 신비로운 ‘야생 조류의 군무’를 즐겨 관찰할 수 있도록 한반도 자연이 잘 보존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슴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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