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레저 바로알기 6. 하이테크 기술이 가져올 해양레저의 게임체인징
해양레저 바로알기 6. 하이테크 기술이 가져올 해양레저의 게임체인징
  • 김충환 경영학박사・경기도청 전문위원
  • 승인 2023.04.1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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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경기 국제 보트쇼
2023 경기 국제 보트쇼

[현대해양] 인류의 기원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지만 2019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린 논문에서는 2016년 에디오피아에서 발견된 고인류 화석이 약 380만년 전의 것으로 가장 오래된 인류일 것이라 주장하였다. 그렇다면 인류는 380만년 전부터 1800년대까지 ‘절대빈곤’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2015년 세계은행(World Bank)이 정한 절대전 빈곤선은 하루 1.9달러로 1년 기준 약 694달러이다. 절대적 빈곤은 정말 생존에 필요한 최저한의 수준으로 기본적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 먹고사는 것이 안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지력(地力)이 감당할 수 있는 식량 생산의 한계를 약 20억 명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인구 증가속도를 식량 생산속도가 따라잡을 수 없으므로 인구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는 맬서스 트랩(Malthusian Trap) 이론이 등장하였다. 1800년대에는 절대빈곤선 이하에서 생활하는 전 세계 인구가 약 80%에 달했기 때문에 이러한 이론이 설득력이 있었고 저소득층의 인구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던 시기였다. 그러나 독일 화학자인 프리츠 하버(Fritz Haber)가 20세기 초반에 비료 개발에 성공하며 인공질소비료 공급을 통해 3년 만에 식량 생산량을 인구증가량의 2배로 늘리면서 맬서스 트랩을 폐기할 수 있었다. 1800년대 10억 내외였던 인류 인구는 200년만인 2022년에 약 80억 인구로 증가하였으며, 절대 빈곤층 이하에서 생활하는 인구는 1800년대 80%에서 2015년에는 20% 이하로 급격하게 줄 수 있었다. ‘기술’이 380만년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류를 바꾼 게임체인징이 일어난 것이다.

 

산업혁명의 결과는 ‘생산성’의 차이

세상이 혼란해지는 시기는 힘의 균형이 깨질 때이다. 그런데 이 힘의 균형을 흐트러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바로 ‘기술’이다. 이는 석기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시대로 발전해온 인류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18세기 중엽 기술혁신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을 통해 사회경제 구조의 변혁이 야기되며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커다란 생산성의 차이가 발생했고 공업사회로 진입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의 힘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이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의 2차 산업혁명을 통해 더 차이가 심화되었는데, 전기의 본격적 사용, 내연기관의 개발, 통신수단의 발명 등을 통해 대량생산으로 이어지며 국가간 생산성은 더 크게 벌어지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내연기관 시대의 끝자락

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내연기관은 가솔린 기관과 디젤기관이 대표적이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모터사이클, 농기계 및 건설기계, 선박과 항공 등을 움직이게 하여 인류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며 아직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는 이러한 산업의 모태라 할 수 있으며 2021년 대비 2022년에 9.7% 감소했는데도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약 8,455만대에 이른다. 자동차의 엔진블럭이 다른 산업의 엔진에 사용되므로 자동차 산업은 여러 내연기관의 핵심 산업이다.

이러한 자동차 산업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5년부터 휘발유디젤 등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를 추진한다. 비록 독일, 이탈리아의 반대로 합성연료(E-Fuel)사용 내연기관차는 예외로 하였다 하더라도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는 이 법안시행에 합의함으로써 2050년까지 6대 온실가스 배출을 모두 중단하는 ‘기후 중립’에 이르겠다는 EU계획이 시행중이다. 1885년 벤츠 자동차의 창립자인 카를 벤츠(Karl Benz)가 세계 최초로 가솔린 엔진을 개발하고, 1897년 만(MAN)트럭이 디젤엔진을 개발한지 불과 150년 만에 내연기관이 인류역사에서 사라져 가는 것이다. 현대기아 자동차도 2021년 엔진개발센터를 없앤다고 발표하였다.

해양레저선박이 사용하는 선외기와 선내기 모두 휘발유와 디젤을 이용하는 내연기관으로서 자동차 산업의 엔진을 해상용으로 가공한 것이므로, 앞으로 자동차 엔진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해상용 엔진개발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 산업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인류의 대표적인 모빌리티(mobility, 이동수단)이자 다른 모빌리티의 기준과 다름없는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을 통해 해양레저산업의 미래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미 전기자동차가 총 소유비용(TCO, Total const of ownership)기준으로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하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에 따르면 10km당 연료비는 아반떼 기준 휘발류는 1,145원, 디젤은 730원, 전기차 완속 충전시 317원으로서 동일 구간 이동에 따른 전기차 충전비용은 휘발유의 27.7%, 디젤의 43.4%에 불과하다.

차량 자체 가격은 내연기관보다 높지만 격차는 줄고 있다. 기술발전이 비용 절감을 가져오지만, 규모의 경제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전기차와 관련된 모든 것의 규모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기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의 세금 공제 혜택으로 제조업체가 배터리 생산에 자금을 지원하게 되므로 배터리팩 비용은 33%에서 50%까지 절감할 수 있게 된다.

휴대폰 칩 제조사로 알려진 퀄컴(Qualcomm)은 자동차용 컴퓨터 칩인 디지털 섀시를 만들고 있다. 안전주행, 연결시스템, 엔터테인먼트, 업그레이드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결합하는 것으로 차량 아키텍처를 간소화하고 탑승자용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다운로드 가능한 업그레이드 형태로서 수익원을 창출하게 되는 등 자동차는 디지털 제품으로 재창조될 것으로 예상한다.

2023 CES전시회에 선보인 아필라(Afeela)는 소니와 혼다 자동차가 손잡고 만든 전기자동차이다. 2025년부터 주문을 받고 2026년부터 인도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전환될 것이며, 기존 자동차는 대리점 판매, 정비, 수리 등으로 수입을 올렸으나, 미래는 업그레이드 및 기능을 활용하는 장기임대로 전환하여 수익원 창출방향이 구독서비스로 변경될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 아이폰 제조사로 유명한 폭스콘(Foxconn)은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의 핵심 조립업체가 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약 10년 전 전기자동차 시대가 펼쳐질 때 엔진과 변속기를 만들던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배터리 제조업체로부터 터치스크린 제조업체 까지 수많은 공급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조립업체로 전락할 것을 우려했는데 전기자동차 아웃소싱 시장은 2025년에는 80만대 360억 달러, 2030년에는 320만대 1,449억 달러 시장으로 확대되며 구글이 개방형 안드로이드를 썼듯, 누구나 전기차를 만드는 생태계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까지 모든 차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 전환하겠다고 2023년 1월 신년회에서 정의선 회장이 발표했다. 자동차에는 200~300개의 반도체가 들어가고 있으나, 미래차에는 10배인 2,000~3,000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에는 엔진 등이 운전성능과 품질을 좌우하는 등 기계 중심이었지만 미래에는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Software defined vehicle)일 것으로 예상하며, SDV로 전환되면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차량 설계와 제조가 단순해져 제조원가의 약 20%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 산업은 기술개발에 따라 전통적인 아날로그의 기계 중심 산업에서 디지털 중심의 하이테크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과거 자동차 기술이 선박, 항공 등 다른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해 왔던 것처럼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의 하이테크 기술은 해양레저산업의 미래에도 영향을 크게 줄 것이며, 특히, 전기 부품 관련 사업인 전장산업은 전기차 전성시대에 크게 떠오르고 있다.

 

해양레저선박의 하이테크, 어디까지 왔나

전기자동차가 10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전기 비행기, 전기 보트 등도 초기 단계의 전기 이동수단에 진입하였다. 1시간 보트 운항은 자동차로 800마일(약 1,287km) 주행한 것과 같은 오염을 발생한다고 한다. 전기 보트는 조용하고 연료비용이 저렴하며, 유지보수 및 서비스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전기 배터리 등 아직은 해상용으로 이용하는 데 한계도 분명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하이브리드(Hybrid) 형태의 보트도 개발되고 있다. 순수 전기추진은 전기시스템 문제 시 운항이 불가하다는 단점이 있으므로 이중화로 인한 안전성을 높이고 충전을 위한 고압 충전설비가 불필요한 하이브리드 보트도 주목받고 있다. 영국 해양경찰의 ORC136은 병렬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하여 전기 및 디젤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을 통해 순수 엔진 사용시간은 절반으로 감소하여 디젤 연비소모율을 기존대비 60%로 감소함에 따라 정비시간과 정비 효율성을 크게 증가시켰다.

스웨덴의 칸델라(Candela)사는 폴스타 전기자동차와 협업하여 28피트급(약 8.5미터) C-8 전기보트를 개발하였다. 물 위로 비행하는 구조로 기존 보트보다 약 8% 적은 에너지로 선체를 물 밖으로 가져와 더 작은 배터리팩으로 더 멀리 갈 수 있다. 상업용으로는 하이드로포일 보트(Hydrofoil boat)로 V형 선체의 내연기관보다 효율적인 30인승 전기 페리를 개발하였다. 동급 디젤 선박 대비 30년 운항 시 이산화탄소를 약 97.5%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전남 영암의 마스터볼트 코리아사는 65톤급 순수전기추진 유람선인 탄금호 유람선을 개발하였다. 배터리와 태양광 등 40kW급 모터를 2개 장착하였으며 7노트의 속도로 30분 운항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얀마 엔진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 시 연료비 절감효과도 발표하였는데, 100일 운항 시 약 840만 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해진 거리와 시간 내에서 움직이는 정기항로 등 저속운항에 효율적인 것은 순수 전기 추진선박이며, 비정기적인 루트 항해나 일반 고속운항 시에는 하이브리드 추진 선박이 유리하다.

2023 경기 국제 보트쇼를 찾은 사람들
2023 경기 국제 보트쇼를 찾은 사람들

2023 경기국제보트쇼에 선보인 하이테크와 해양레저의 미래기술

2023 경기국제보트쇼가 지난 3월 5일 마무리 됐다. 올해에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참여하여 자율운항기술을 선보였다. 대기업이 상업적인 영역에서 개발하는 하이테크 기술을 레저선박에 쓸 수 있다면 해양레저의 하이테크 시장에 우리나라의 기술이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내연기관 시대의 선외기, 선내기 등 해상엔진은 미국, 일본 의 몇몇 제조사가 여러 특허권으로 방어막을 갖춘 제한된 시장이었다. 이제 내연기관에서 전기엔진 등 친환경 하이테크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올해 경기국제보트쇼의 국제컨퍼런스 발표자로 참여한 IBI(International Boat Industry)의 북미특파원인 크레이그 리치(Craig Ritchie)는 전 세계 보팅산업은 2030년까지 연평균 4.7% 성장하며, 64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였다. 태양광 패널, 광발전 페인트, 솔라글래스, 배터리 기술, 급속 충전, 수소가스, 바이오 에너지, 자율주행 등이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모두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언급되었던 기술이다.

해양레저 장비산업은 지금까지 선진국 중심의 나름 문턱이 높은 보수적인 산업이었다. 정지상태에서 100km까지 도달시간을 재는 ‘제로백’은 고성능 자동차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숫자였다. 포르쉐 박스터 제로백은 4.9초로 5초 대의 일반적인 스포츠카보다 빠르다고 자랑했으나 기아자동차의 전기자동차 EV6 제로백은 3.5초로 오히려 더 빠르다. 기술이 편의성을 넘어 성능에서도 다른 레벨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급변하는 자동차 기술은 점차 해양레저에 접목될 것이다. 배터리 등 전장기술을 가진 우리나라가 해양레저산업에서 활약할 기회가 가까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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