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중층 가두리 양식 현장을 가다
동해안 중층 가두리 양식 현장을 가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3.04.05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심 20m에서 자라는 조피볼락 ‘효자’
선상 물고기 선별 작업
선상 물고기 선별 작업

[현대해양] 아침 6시 30분. 경북 포항시 장기면 신창항에 정박했던 6.67톤짜리 선박 2척이 어창에 물을 채우고 있다. 신창수산 어장관리선 3척 중 2척이다. 선박은 이내 묶어두었던 로프를 풀더니 바다로 향해 나간다.

멀리 나갈 줄 알았는데 이내 어항 내 해상 가두리에 배를 바짝 붙인다. 그리고 선원들이 그물을 끌어올린다. 그물을 들수록 펄떡이는 고기들이 많이 보인다. 전날 1km 밖 수중 가두리에서 잡아온 조피볼락(우럭)이라고 한다. 옆 칸의 그물을 들어 올리니 돔이 가득 들어 있다.

“오늘 출하될 고기입니다.” 최준식 신창수산 대표의 말이다. 그물에 가득 담긴 고기를 뜰채로 담아 올린 뒤 다시 항구로 돌아와 노란 플라스틱 어상자 가득 고기를 채운다. 그리고 선원 2명이 한 조가 돼 무게를 잰 뒤 기다리고 있던 활어차에 상자를 넘겨준다.

대기하던 활어차에 고기가 실리기 시작한다. 오늘 출하할 어류 중 일부가 나가는 것. 이런 식으로 오전과 오후 각 한 차례씩 출하된단다. 어가는 얼마나 될까. 보통 출하되는 상품이 500g 이상으로 체장은 50cm 정도 되는데 이것이 작년 가을에 한창 비쌀 때는 1kg당 2만 원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이렇게 1년에 400~500톤을 출하한다고 한다. 그렇게 얻는 연매출은 60억 원에 이른다. 연매출이 매우 높다고 생각할 즈음 트럭에서 어장관리선으로 옮겨 싣는 동결 생사료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팰릿(pallet) 가득 담긴 사료량이 어마어마하다. 하루 사료값만 1,500만 원에 달한단다.

 

고정관념을 깨다

선원들이 크레인으로 그물을 끌어올리고 있다.
선원들이 크레인으로 그물을 끌어올리고 있다.

다시 어장관리선에 올라 바다로 나간다. 1km 남짓 배가 달려 도착한 내만 곳곳에는 부이만 보이고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해상 사각 가두리는 보이지 않는다. 배가 멈춰 서자 선원들이 긴 막대기를 물속으로 넣었다 들어 올리는데 그물이 딸려 올라온다. 침하식 중층 가두리인 것이다.

가두리가 얼마나 깊이 들어가 있을까. 양식 초기에는 그것이 15m 가량 됐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깊게 들어가 있단다.

“옛날 매미 태풍 때 수심 15m 어장에 파도가 15m 치니까 그걸 견디질 못했죠.” 그 때 큰 피해를 보고 수심 깊이 설치했단다. “수심이 최소한 20m에서 25m는 돼야 해요.” 체험으로 얻은 결과다.

동해안은 어류 양식의 불모지로 알려져 있었다. 파도가 심해 양식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동해안은 큰 파도에 어구를 망치거나 가둬두었던 어류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폐사할 가능성이 높은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고정관념을 깬 것이 바로 최 대표다. 최 대표는 파도에 노출되는 해상 대신 침하식 중층 가두리 양식을 고안해냈다. 바닷속 깊이 그물을 늘어뜨려 가로, 세로 각 8m에 이르는 가두리 양식장을 만들고 물고기를 키우는 방식을 생각했던 것이다. 먹이를 줄 때나 고기를 잡아 올릴 때는 그물을 올리면 된다.

그의 아이디어는 성공했다. 고수온이나 저수온, 적조, 태풍 피해 없이 무항생제 양식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수심 깊이에 대한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해볼 만한 도전이었다. 최 대표는 2007년 포항에서 최초로 ‘해양수산 신지식인’에 선정됐다.

이 양식장에서는 조피볼락, 참돔, 돌돔, 감성돔, 고등어, 방어 등의 치어를 입식해 키운다. 이 중 주종은 조피볼락이다. 횟집 등 직거래하는 거래처에서 조피볼락을 가장 많이 찾는다. 다른 어류는 부수적으로 찾는 고객을 위한 것들이라고 한다.

 

사료 공급

직원들이 가두리에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br>
직원들이 가두리에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최 대표가 올려진 그물 속 물고기를 뜰채로 떠 상태를 살핀다. 아직 출하할 크기는 아니라는 판단과 언제쯤 출하가 가능할 것이라는 것과 언제 사료를 주어야겠다는 판단을 한단다. 이어 옆 칸으로 배로 옮겨간다. 선원들이 바빠진다. 사료를 공급해야 하는 어장이란 걸 선원들이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그물을 살짝 올리고 그물 안으로 사각으로 동결된 사료 덩어리를 넣어주니 물 위에 뜬다. 사료는 정어리와 청어, 그리고 고등어를 쓰지만 대부분 정어리다. 요즘 미끼용으로는 작고 사료용으로 적합한 크기의 정어리가 많이 잡혀 사료로 공급된단다. 사료용으로 이만한 것이 없단다. 배합사료(EP)는 안 쓰느냐는 질문에 배합사료를 쓸 수 없단다. 배합사료는 그물을 빠져 나가 손실된다는 것. 그래서 생사료 덩어리를 쓸 수밖에 없다고. 대신 항생제 등 약품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신창수산 양식장은 무려 96칸에 달한다. 면적으로는 7.6ha. 결코 작지 않은 어장에 150만 마리의 물고기가 있다. 급이에만 2시간 이상 걸린다. 사료 공급이 끝났나 했더니 배가 이동한다. 반대편에서 작업하던 관리선도 다가온다. 기중기로 그물을 걸어 끌어올리고 양쪽 배에서 협업으로 물고기가 드러날 때까지 영차 영차 그물을 잡아당긴다. 이어 출하할 고기를 뜰채로 담아 어창으로 옮긴다. 이날 잡은 고기는 바로 출하하지 않는다. 항구 해상 가두리에 하루 정도 둔다. 물고기의 육상 환경 적응을 용이하게 하는 일종의 순치과정이라고 한다.

 

수질, 수온 최적

그물을 걷어 올리는 ‘양망(揚網)’ 작업
그물을 걷어 올리는 ‘양망(揚網)’ 작업

최 대표는 이 어업 방식이 고부가가치 사업이자 규모의 경제라고 말한다. 5억 원을 투자하면 5억 원을 벌고 10억 원을 투자하면 10억 원을 번다는 것. 이론은 간단하다. 양식장에서 고기가 배로 자라면 가격도 배가 된다는 것. 따라서 5억 원을 투자하면 5억 원의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것.

조피볼락은 통영, 여수 등 남해안 인근 내만 얕은 수면에서 수상양식으로 주로 양식한다. 최 대표는 “조피볼락이 남해안 어장에서 400~500g 자랄 때 이곳에선 2배 가까이 성장한다”고 말한다. 이곳 수질이 좋고 수온이 딱 맞는다는 것. 요즘 같은 계절엔 최저 13℃를 유지한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선 조피볼락이 냉수대로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맛도 좋다는 것이 입증됐다. 한동대 생명과학부 도형기 교수팀의 연구조사 결과 이곳 어류 육질이 양호한 데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처는 주로 포항인근 횟집. 멀리 갈 때는 인천 쪽으로 대형 수족관을 갖추고 있는 거래처로 팔려 나간다. 여수에서 치어를 사다가 입식해 3회전을 시킨다. 1년 내내 출하할 고기가 있으니 다른 양식장보다 매출도 많다고 한다.

 

사료 신선도 유지

사료용 정어리를 담고 있는 모습
사료용 정어리를 담고 있는 모습

매출이 많은 만큼 매입도 많다. 전술한 것처럼 사료값 25억 원, 종자 구입비 10억 원, 10명의 직원 인건비, 재해보험료, 기타경비 등을 합하면 매입이 50억 원에 달한다고. 인창수산엔 1984년부터 쌓아온 노하우가 있다. 그물 만드는 법, 방오제 처리법, 어장 만드는 법 등 모든 게 최 대표의 노하우다. 일례로 그물 방오제 처리를 하지 않으면 각종 오물이 붙어 애를 먹는다. 사료 또한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쓴다. 날씨가 따뜻할 때 구입하면 가격이 싸겠지만 상대적으로 선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비싸더라도 기온이 낮을 때 구입해 냉동창고에 보관한다.

최 대표는 “열심히 일한만큼 보람이 있어 재밌다. 직원들도 즐겁게 일하니 좋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