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침식 극복 방안
해안침식 극복 방안
  • 강윤구 한국항만협회 박사
  • 승인 2023.04.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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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각한 해안침식 대책사업 지양해야
강윤구 한국항만협회 박사
강윤구 한국항만협회 박사

[현대해양] 해안침식과 유형 그리고 대책 현황

해안의 표사현상은 크게 연안표사와 횡단표사가 있다. 연안표사는 해안선에 연해서 이동하는 표사 현상으로 주로 파랑이 작은 평상파 때 발생한다. 파랑이 큰 경우에는 연안표사보다는 해안선에 횡단방향의 횡단표사 현상이 강하게 발생한다. 해안침식은 연안표사 혹은 횡단표사의 균형이 깨질 때 발생하며, △항만 건설·확장으로 인한 연안표사 불균형에 의해 발생하는 침식(침식유형Ⅰ) △해안도로 등 해안매립용 호안에 의한 반사파나 해안시설 축조 시 주변 세굴 등에 의한 횡단표사 불균형에 의해 발생하는 침식(침식유형Ⅱ) △침식유형Ⅰ과 Ⅱ의 복합에 의한 침식으로 대체로 호안축조 후 방파제 연장 시 발생 등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이 외에도 하천으로부터의 유입모래 감소, 준설, 바다모래 채취 등에 의한 모래 감소가 있지만, 뉴스 등에서 거론되는 ‘무분별한 개발’ 혹은 ‘인공구조물 설치’에 의한 침식은 이 세 가지 유형이다.

해안침식에 효율적·효과적 대처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해안침식대책=파랑을 강하게 막는 것=잠제」라는 등식을 버려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해안침식대책 사례를 보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거의 대부분의 사례가 파랑을 강하게 막는 소파형(消波形)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표 1>은 그동안 파악한 동해안과 남해안에서 수행된 침식대책 사업에 적용된 주공법 적용 현황을 정리한 것으로 2016년까지 설계된 24개소를 대상으로 하였다. 24개소(지역)의 사업 중 가장 많이 적용된 공법은 광폭잠제로 22개소(92%)에 적용되었고, 주공법으로 적용된 곳도 19개소(약 80%)로 가장 많다. 한국에서 소파형에 해당하는 이안제·잠제·인공헤드 랜드가 주공법으로 적용된 곳이 22개소로 거의 대부분이다. 이것은 사업이 시행된 곳의 침식발생은 횡단표사 불균형에 의한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좀 더 분석해보면 연안표사 불균형을 유발시키는 항 건설·확장이 침식발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곳이 20곳인 83%로 많은데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 통상, 항 건설에 의해 발생하는 침식의 유형은 연안표사 불균형으로 이런 경우 가장 대표적인 대책은 ‘돌제’ 방식이다. 소파형 방식을 적용하여 연안표사를 제어할 경우에는 해안선이 톰보로 형이 되는 이안제를 적용하여 연안표사를 간접적으로 제어하기도 한다. 횡단표사 제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이안제가 일반적이다. 이처럼 우리의 경우는 세계적인 경향과 다른 방식으로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돌제가 적용된 곳이 10개소로 40%가 넘지만, 이는 대부분 보조공법으로 적용된 것이다. 양빈이 적용된 곳도 16개소로 많아 보이지만 실상은 대부분 잠제 설치 시 발생하는 기초굴착토(모래)를 이용(처분)한 것으로 순수하게 양빈을 목적으로 적용한 곳은 해운대해수욕장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소파형 공법 구조물과 잠제

우리나라에서 적용되고 있는 해안침식대책의 평면배치 유형은 대부분이 소파형이며, 간혹 비소파형인 돌제와 양빈이 적용되고 있다. 침식대책 공법은 종류에 따라 기능이 확연이 다르고, 경제성의 차이도 크기 때문에 구조물(공법)의 종류와 적용 경위 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효율적인 침식대책을 계획할 수 있다.

<그림 1>은 해안침식대책 시설 중 소파형 구조물의 종류를 도식한 것이다. 소파형은 파랑을 직접 막기 위해 파랑의 입사방향에 직각(대체로 해안선에 평행)으로 설치한다.

먼저 그림 (a)는 육지에서부터 설치위치에 따라 ①호안·제방, ②소파공, ③소파제, ④이안형구조물로 구분할 수 있다.

시설의 명칭은 일본에서 명명한 것이라서 사람에 따라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명칭의 의미를 해석해 보면 적용한 시대 순으로 명명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소요비용도 순서대로 증가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먼저 소파공(消波工)은 호안·제방 등 육지에 직접 붙여 소파(消波)하는 부속시설(工)이다. 소파제(消波堤)1)는 육지에서는 이격하여 해안선 부근에 설치하여 소파(消波)하는 것으로 독립제체이다. 이안형(離岸型, Detached type) 구조물은 해안(海岸)에서 이격(離隔)하여 설치하는 구조물로 광의(廣義)의 이안제이다. 여기에는 협의(狹義)의 이안제와 잠제 그리고 광폭잠제(인공리프)를 포함하기 때문에 필자는 이를 구분하기 위해 이안형 구조물로 통합 명칭을 부여했다. 요약하면 소파형 구조물은 육지 혹은 해안의 모래사장을 육지 혹은 해안에 붙여서 직접 방호할 것이냐 아니면 이격해서 외측에서부터 파랑을 적극적으로 막을 것이냐에 따라 적절히 선택한다. 다만, 시설의 설치위치가 육지에서 해측으로 갈수록 공사비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해안의 이용성 등을 고려하여 경제적인 방법을 선정한다.

 

광폭잠제 탄생

일본은 1950년대부터 장기간에 걸친 고도경제성장 덕분에 해양레저 활동이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빠른 시기인 1970년대부터 붐을 이루었다. 이런 경제력을 바탕으로 해안침식대책도 자연스럽게 ‘침식대책 시설이 경관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자’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이에 이안제에 비해 경관은 훼손하지 않지만 세굴의 문제가 있는 잠제(협폭)를 개선하고자 1973년 자연의 산호초 리프를 연상하여 인공리프(광폭의 잠제)가 거론되었다. 인공리프는 이후 연구과정을 거쳐 1983년 비교적 파랑이 작은 해안인 케노마쓰바라(慶野松原)해안에 처음 설치되었다. 일본은 광폭잠제를 인공리프(Artificial reef)라 칭하며, <그림 1>(c)처럼 잠제 폭을 확대한 것이다. 통상 잠제라고 하면 이안제 정도의 폭을 가진다. 예를 들면, 이안제나 잠제의 폭은 일반적으로 소파블록 3열 배열로 보통 10m 이내이다. 이에 반해 광폭잠제는 폭을 20~100m정도로 넓게 한다. 우리는 광폭잠제를 ‘잠제’라 칭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 결과 광폭잠제가 갖는 문제점이 가려지게 된다. 따라서 광폭잠제를 잠제라고 칭해서는 안 되며, 광폭잠제 혹은 인공리프라고 칭해야 한다. 그래야 광폭잠제 주변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나 소요되는 사업비에 대해 착시(착오)를 막을 수 있다.

 

광폭잠제 문제점

우리나라에서 광폭잠제 적용이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높다. 그 이유는 경관을 훼손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안정비사업의 목적에는 ‘친수정비’가 목적인 경우도 있고, ‘침식대책’인 경우도 있다. 전자는 경관이 핵심 고려항목일 수 있다. 후자는 침식대책 효과가 목적이어야 하고, 경관은 고려항목 중 하나여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경관’이 침식대책공법 선정의 절대적인 요소가 되어 ‘침식대책=잠제’라는 등식이 형성되었다. 경관을 강조하여 광폭잠제를 선택하면 건설비 증가뿐만 아니라 효과발휘가 충분하지 않아 별도의 유지관리가 필요하게 된다. 이는 예산낭비로 이어진다.

광폭잠제를 적용할 경우 소요예산의 증가뿐만 아니라 역효과가 발생한다. 한국에서 침식대책 사업이 시행된 거의 모든 곳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해수욕장 부근이다. 해수욕장을 많이 이용하는 시기는 1년 중 파랑이 가장 작은 여름철이다. 이런 곳에 잠제를 설치하면 △여름철이라 파랑이 작은데다 잠제 설치로 인해 파랑이 더 작아져 해수욕의 재미가 떨어지고, △잠제 통과 시의 파랑특성으로 인해 배후의 수심이 깊어져 수영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물가로부터 1~2m로 좁아지고, 해안 선 부근의 수심이 급격히 깊어져 매우 위험한 공간이 될 수 있다.

<그림 2>는 해수욕장의 수심상황을 비교하기 위해 필자(키 174cm)가 직접 입수하여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를 측정한 것이다. 앞서 소개했던 태풍 고니 내습 후 2주후(2015.9.14)에 잠제가 설치된 강릉 남항진해변과 안목 해변, 그리고 잠제가 없는 추암·증산·삼척 해변을 대상으로 입수조사 하였다(강윤구·홍창배, 2016).

잠제가 설치된 안목과 남항진의 경우 잠제 배후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는 10m에 불과했다. 잠제가 없는 곳은 안목에서 25m, 추암·증산·삼척에서 30m~120m였다. 혹자는 잠제가 설치된 곳은 원래 침식되어 수심이 깊어진 곳이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런데 안목해변은 해수욕장 개장 전에 양빈을 했다. 남항진도 필자가 입수 조사했던 2,3년 전에 상당량의 모래를 양빈을 했고, 배후에는 양빈 후 남은 모래가 많이 적치되어 있다.

<그림 3>은 잠제가 설치된 강릉 안목해변과 그렇지 않는 삼척해변의 해수욕철의 모습이다. 두 해수욕장의 사람의 차이는 위치적 차이에 따른 차이로 안목해변이 많다. 잠제가 설치된 안목에서는 수심이 깊고 파랑이 거의 없으며 정적인 해수욕의 모습이다. 이에 반해 삼척은 수심이 얕고 파랑도 어느 정도 있어서 동적인 해수욕의 모습이다.

경관훼손방지를 강조하면서 침식방지효과가 불확실하고 고비용의 잠제공법을 적용하는 것은 지양해야한다. 침식대책사업의 효율·효과적 추진을 위해서는 해안 표사의 기본 현상과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실체를 이해하고, 사업목적과 현장여건, 공법의 기능·경제성·시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절한 공법을 선택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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