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되는 해양 데드존(Dead Zone) 현상
확장되는 해양 데드존(Dead Zone) 현상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3.04.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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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산업화가 가속시키다”

[현대해양] 해양 데드존(Dead Zone), ‘죽음의 바다’라고도 불리는 데드존의 면적은 이 순간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데드존은 물속 산소가 고갈돼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한 바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 심화되며 급격히 확대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고 말한다. 다만 우리는 현상 유지를 위한 노력과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만 찾을 수 있을 뿐이다.

 

해양 저산소증, 죽음의 구역 늘어나다

Coastal hypoxia(해양 저산소증), 바닷속 용존산소가 적거나 고갈된 상태를 의미한다.

임재현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Coastal hypoxia, 해양 저산소증, 빈산소수괴, 데드존은 각기 명칭은 다르고,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12월 7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한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발표한 「해양 탈산소화:모두의 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1960년에서 2010년까지 전 세계의 바다에서 산소가 1~2%가량 감소했다. 이는 약 770~1,450억 톤의 산소가 고갈됐음을 의미한다. 1960년대 45개였던 데드존은 2010년 700개로 증가했으며 데드존의 면적은 유럽연합 전체 면적과 맞먹는다.

임 박사는 “아직 조사하지 못한 지역까지 더하면 1,000곳을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다.

IUCN은 앞으로도 데드존 현상은 심화할 것이며, 이 현상이 더 빨라지면 식량자원의 중요한 비율을 차지하는 참치나 청새치 등 어류 개체는 감소하고 적은 산소로도 생존할 수 있는 어종인 해파리나 일부 오징어 등의 서식 범위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진행되면 2100년에는 해양 용존산소량이 3~4%가량 줄어들고, 열대지역 중에는 산소가 약 40% 감소하는 곳도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산소 감소량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깊이 1000m 미만의 바다에서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임 박사는 “데드존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확장되고 강해지고 있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양식업 피해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의 데드존 발생 현황

지난 2021년 6월 초, 튀르키예의 흑해와 에게해를 이어주는 마르마라해(Marmara Sea)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양 점액(Sea Snot)이 발생했다. 해양 점액은 2007년 처음 튀르키예에서 발생했고 2021년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튀르키예 정부는 12일간 해양 점액 약 4,555㎥를 수거했으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튀르키예 대통령은 해양 점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00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파견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마르마라해에 오염물질을 배출하던 14개 산업시설의 가동을 중단시키고, 6월 22일에는 해양 점액 피해를 가장 크게 본 마르마라해의 다섯 지점을 선정해 수심 30m 깊이에 산소를 인공적으로 주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튀르키예의 전문가들은 이스탄불에서 발생하는 오염수를 정화할 시설을 늘리지 않으면 이와 같은 상황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양 점액을 조사한 잠수사들은 점액 때문에 수많은 어패류가 질식해 죽어가고 있으며, 산호 또한 점액으로 덮여있다고 보고했다.

이 점액은 마르마라해 주변의 산업시설과 주거지에서 흘려보낸 오염물질이 정화되지 않은 채 바다로 유입되고, 이 유기물을 먹으며 플랑크톤이 대량 증식된 것이 직접적 원인이었다. 수온이 급격하게 상승하자 플랑크톤이 스트레스를 받아 한꺼번에 소멸하며 뿜어낸 유기물질이 점액의 모습으로 확인된 것. 3개월 이상 지속된 이 현상으로 튀르키예는 관광과 어업뿐 아니라 다른 산업들까지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6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미국 아이오와주 농무부와 함께 미시시피강·멕시코만 유역의 데드존 해결을 위해 미시시피강·멕시코만 유역 12개 회원국의 ‘저산소 대책 위원회’에 5년간 6,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금은 멕시코만 유역의 데드존 수질 개선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멕시코만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텍사스주, 그리고 멕시코 동쪽과 쿠바 서쪽에 닿아있는 대서양의 부속해다. 멕시코만의 데드존은 미시시피강의 오염으로 비롯됐다. 미시시피강을 거쳐 온 물에는 주변의 농지에서 흘러나온 영양성분이 용해돼 있다. 이 영양성분이 식물성 플랑크톤의 증식을 불러왔으며 플랑크톤의 증가로 인한 산소의 고갈은 결국 새우 어획량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와 관련 산업에도 막대한 피해를 줬다.

튀르키예 마르마라해의 해양 점액 (출처_CBS News)
튀르키예 마르마라해의 해양 점액 (출처_CBS News)

 

확장되는 국내 데드존

데드존 현상은 국내 해양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진해만은 현재 가장 심각한 국내 데드존 현상이 나타나는 해역이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함께 육상의 오염물질이 바다로 유입되면서 여름마다 해양의 산소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6, 8, 10월 세 차례에 걸쳐 진해만을 조사했던 김일남 인천대 해양학과 교수는 “진해만은 지형적으로도 해수의 순환이 잘되지 않는 곳이고, 농업화와 산업화, 각종 양식장으로 인한 부영양화 현상이 심화하며 데드존이 더욱 확장됐다”라며, “여기에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가면 해수 표층의 수온과 저층의 수온 차가 커지고, 그러면서 물의 순환이 더 될 수 없기에 데드존 현상이 계속 악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에메랄드빛 바다를 가졌던 제주 해양 역시 최근 곳곳에서 녹조류가 이상 번식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연안에서 파래가 과도하게 성장해 해안에 띠 모양으로 쌓이고, 해안을 뒤덮고 있는 것.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제주연구소는 2020년 1월부터 제주 12개 지역의 해조류 발생 현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특히 성산읍 신양 방두만은 만 형태의 지형, 인근 양식장의 배출수와 용천수, 그리고 방파제 등으로 인해 녹조 발생이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이 지역의 녹조는 해변을 잠식하고 부패하며 악취를 일으키며 지역 관광산업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을 녹조가 뒤덮은 일도 있었다.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보와 하굿둑을 개방하며 낙동강의 녹조가 다대포까지 밀려 내려간 것이다. 수년간 계속된 녹조와 부영양화로 낙동강은 이미 데드존 지역이다. 이어 9월 21일 환경운동연합·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낙동강 주변 공기를 분석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으며, 환경부 기준치의 3배를 넘는 검출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KBS 「UHD 환경스페셜2」는 “제작진이 낙동강 물을 직접 채수해 조사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WHO 기준보다 200배 넘게 관찰됐고, 이 물로 직접 재배한 상추에서 역시 인체에 치명적일 정도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알리기도 했다.

구멍갈파래가 뒤덮은 제주 조천읍 신흥 해안가 (출처_YTN뉴스)
구멍갈파래가 뒤덮은 제주 조천읍 신흥 해안가 (출처_YTN뉴스)

 

오염물질 관리가 최선

현재 수과원에서는 마산만, 진해만, 가막만, 고성만, 자란만, 천수만, 시화호 등에 대해 꾸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데드존 발생의 대표적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의 상승과 오염물질의 과다 축적으로 인한 부영양화 현상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효과는 물에 녹을 수 있는 용존산소량을 감소시킨다. 또한, 농업 활동 등으로 소비되는 비료나 하수에 포함한 양분이 강 하구에 모이면, 이 양분이 물의 순환을 방해하며 식물성 플랑크톤의 발생을 돕는다. 이렇게 발생한 식물성 플랑크톤이 다량의 산소를 소모하며 데드존을 생성하는 것이다.

특히 해양 데드존은 주로 대도시 연안에 집중돼 있다. 알려진 700곳의 데드존 해역 중 연안이 약 500곳이다. IUCN의 「해양 탈산소화:모두의 문제」보고서는 “아시아가 세계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 더 적조 발생이 빈발하다”라며 한국의 사례를 다루기도 했다. 한국 연안의 산업화, 도시화, 양식업으로 인한 부영양화가 남해안의 심각한 데드존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양식업은 데드존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기도 하지만, 데드존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렇다면 데드존 현상을 줄이거나 확장을 늦출 방안은 없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임 박사는 “수온약층이 깨져야 하니 겨울이 되면 좀 줄어들지만,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예전에는 이런 현상을 없애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와 연구도 있었고, 산소의 직접 주입, 생물정화 등의 가설도 있었으나 아직 가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육상에서 나오는 소스를 줄이는 것밖에 없기에, 하수처리 등이 현실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며, 수과원에서는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에 맞는 양식업 등을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 교수 역시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최대한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고, 오염물질의 철저한 관리, 하수처리로 오염물을 중화시켜 강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형 국립군산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는 제주 파래의 활용법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결국 지금과 같은 현상을 없앨 순 없을 것이지만, 현재 제주 등에 발생한 파래가 처치 곤란한 상황이기에 이러한 파래를 플라스틱이나 식품 포장재, 3D프린팅 필름 등의 소재로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아직 경제성 등에 관한 세부적인 연구는 더 필요하지만, 또 다른 오염물질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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