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오염수 방류 해법은 법?
원전 오염수 방류 해법은 법?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3.04.0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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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양법’ 활용, ‘특별법’ 제정해야”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 (사진제공_그린피스)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 (사진제공_그린피스)

[현대해양]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수산업계와 국민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수산업 피해 대책 마련과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소극적인 대책 정부 대응과 달리 구체적인 피해액 산출과 특별법 제정 등 구체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어 정부 대응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약 12년이 경과한 2023년 올해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원전 주변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4월 이후 해양으로 방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난 2021년 4월 13일 일본이 발표한 오염수 처분에 관한 기본방침에 따른 것이다.

내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일본 도쿄전력이 지난해 8월 방류 설비 공사에 본격 착수한 후 올해 봄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고, 올해 봄부터 여름 사이 오염수 방류를 시작할 것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같은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강행 고수에 대해 오염수 방류가 해양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는 수산학자, 방사능학자들도 있다. 그럼에도 국내 수산업계 및 시민사회단체는 방사능 물질의 국내 해역 유입과 함께 수산물 소비 급감으로 수산업계 도산 위기를 우려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6일자 서울신문에 따르면 일본이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한다면 국민 10명 중 8명, 즉 ‘국민 80%가 수산물 소비 줄일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각종 우려와 대책 요구가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수산분야 영향

시간은 지난 2011년 3월로 되돌아간다. 12년 전 동일본 대지진과 해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원전사고로 용융된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주입한 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지금도 매일 상당한 양의 오염수가 발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오염수 처리를 위해 2013년부터 다핵종제거시설(ALPS)을 설치해 오염수를 처리하고 이를 원전 주변 저장탱크에 저장해왔다. 도쿄전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3월 9일 기준 약 133만 ㎥의 오염수가 저장돼 있는데, 이는 전체 저장용량의 약 96%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럼 오염수 해양 방류에 따른 수산분야 영향은 어떨까. 후쿠시마 사고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시 이동·확산 경로와 관련하여 여러 연구결과가 있으나, 방류된 오염수는 북태평양 해류 순환시스템에 따라 수평 및 수직적으로 이동·확산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후쿠시마 주변 해류는 동중국해에서 북상하는 ‘쿠로시오 난류’와 캄차카 반도에서 내려오는 ‘오야시오 한류’가 만나 일본 동쪽 해역→미국 알라스카·캘리포니아·하와이→적도→필리핀을 지나 다시 일본과 우리나라 주변 해역으로 순환한다.

방류한 오염수가 우리나라에 도달하는 시기에 대해 1년 후, 4~5년 후, 10년 후 등 다양한 연구결과가 제시되면서 일정 부분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연구에 사용한 예측 모델링 방법과 일본이 제시한 기초자료의 부실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 한국방재학회에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삼중수소를 포함한 오염수 방류에 따른 해양 확산 경로와 관련해 우리나라 유입 시기는 매년 해류의 특성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나, 제주 남쪽 해역에는 방류 4~5년 후부터 유입돼 10년 후에는 약 0.001Bq/㎥ 내외 농도의 오염수가 도달되고, 오염수 방류 10년 후에는 북태평양 전체로 확산된다는 예측이다.

이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해양방사능 조사보고서(2021)의 국내 해역의 평균 삼중수소 농도 172Bq/㎥의 1/10만 수준으로 중국 제1해양연구소와 칭화대의 연구결과도 이와 비슷하게 보고됐다.

그러나 쿠로시오 해류와 오야시오 해류의 상대적인 흐름의 강도는 계절에 따라 다르므로, 방류 시기에 따라 오염수 확산 경로와 국내 해역 도달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일정 기간 내 방류하는 방류량에 따라 국내 해역에 도달하는 오염수 농도도 달라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북태평양 해류 순환시스템을 고려할 때, 오염수 방류가 국내 수산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고등어, 갈치, 참조기, 꽃게 등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의 주요 어종의 산란·활동 등 이동경로, 생태특성과 조업구역을 고려했을 때, 오염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매월 실시하는 우리나라 연근해 수산물에 대한 방사성물질 분석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나라 연근해 어종들의 방사성 물질(세슘, 요오드)은 검출되지 않고 있다.

특히 주로 횟감용 활어로 소비되는 양식 수산물의 경우 양식 방법 등을 고려하면, 그 영향은 더욱 제한적일 것이다. 참고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해양수산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 연근해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물질(세슘, 요오드) 검사 결과, 현재까지 검사 건수 총 2만 6,109건 모두 불검출 또는 기준치 이내라는 보고다.

쿠로시오 및 오야시오 해류 모식도※ 출처 : 서영상 등, 「방사성 물질의 해양누출 사고에 대한 체계적 관리 시스템 구축방안」, 『한국위기관리논집』 제7권 제6호, 2011.12, p.54
쿠로시오 및 오야시오 해류 모식도 ※ 출처 : 서영상 등, 「방사성 물질의 해양누출 사고에 대한 체계적 관리 시스템 구축방안」, 『한국위기관리논집』 제7권 제6호, 2011.12, p.54

 

그럼에도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발표 이후 일본산 수산물 국내 유통에 대한 불안감뿐만 아니라 국내산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원전 오염수 방류시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되는 제주도 내 1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를 향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운동 등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YWCA연합회는 이달 6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전국 YWCA 긴급행동’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 PEACE)도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특히 방류가 예상되는 올해 들어서는 수산업계를 중심으로 수산물 소비 급감에 따른 피해 우려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일본산 수입 수산물의 원산지 둔갑 유통 우려, 국내산 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심리적 영향 등으로 국내 수산물 소비가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와 인체 유해 여부를 떠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수산물, 수산식품은 피하겠다는 심리요인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5년 강종호 KMI 연구원이 『수산경영논집』에 발표한 「방사능 관련 안전정보의 수산물 소비 영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수산물 소비를 줄였다고 응답한 소비자의 비중은 81%에 달했다.

2021년 ㈔소비자시민모임이 실시한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이후 수산물 안전 인식 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91.2%가 수산물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체 연구용역에서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제주수산물 소비지출은 연간 4,483억 원 감소, 제주관광 소비지출은 연평균 약 2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특히 응답자의 66.4%가 관광업계에 미칠 여파 역시 제주도가 타 지역에 비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자의 48.6%는 제주 관광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 출처 : 김경옥·김해진·서경석,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에 의한 해양확산 시뮬레이션」, 『2023 한국방재학회 학술발표대회 자료집』, Vol.22, 한국방재학회, 2023. 2
※ 출처 : 김경옥·김해진·서경석,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에 의한 해양확산 시뮬레이션」, 『2023 한국방재학회 학술발표대회 자료집』, Vol.22, 한국방재학회, 2023. 2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은 올해 제주산 수산물 15개 품종 400건 이상을 조사하고, 매주 방사능 검사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조사선에서 해양 방사능 농도를 탐지해 시료를 채취하면 이를 분석해 평가하는 실시간 감시 시스템을 도입했다.

 

실질적 대책 필요

우리 정부는 2013년 9월 이후 현재까지 후쿠시마 등 8개 현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및 일본산 수산물 방사성 물질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인근 해역 총 71개 지점 해역의 방사능 모니터링과 국내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성 물질 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 공개하고 있다.

2021년 오염수 방류 결정 이후에는 국무조정실 등 9개 부처 공동으로 대일(對日) 대응 및 국제사회 공조방안 협의, 국제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단 참여 등의 대책 발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해양수산부는 2022년 10월 8일 런던협약·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원전 오염수 문제를 런던의정서 체계 내에서 논의할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대책도 중요하지만 오염수 방류에 따른 실질적인 수산업 피해대책 또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직무대리 이신우)는 지난달 31일 ‘후쿠시마 사고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따른 수산업 영향과 대응 방안’이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내고 “정부는 후쿠시마현 등 8개 현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국내산·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물질 검사 실시, 우리 해역 방사능 모니터링 등 조치를 하고 있지만, 수산업 피해대책과 관련한 실질적인 조치는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 보고서에서 “오염수 방류는 수산물 소비 위축에 따른 어업인 등 수산업 피해뿐만 아니라 수산업 전후방 연관산업, 관광분야까지 그 영향이 확대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구체적 정부 대응 촉구

구체적인 정부 대응을 촉구하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이 지난 2월 21일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별다른 대책 없이 미온적으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응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유엔 등 국제기구에 일본이 원전 오염수 저장탱크를 증설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며 오염수 저장탱크를 증설을 촉구했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현대해양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기회를 놓쳤다. 코앞으로 다가온 오염수 방류는 이미 엎질러진 물인 만큼 충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국 수협 위판장에 검역소를 설치해 모든 위판장에 올라오는 물고기는 철저히 검역을 마친 물고기로 안전하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으로 풀어보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먼저,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는 이들이다. 김철민 여수시의회 의원은 전국도서지역기초의원협의회 소속 의원들과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피해 대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월 23일 전북 부안군 소노벨변산에서 열린 전국도서지역기초의원협의회 1분기 정기회의에서 김 의원이 제안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피해 대책 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특별법 제정

국회입법조사처 또한 수산물 소비 위축에 따른 어업인 등 수산업 피해뿐만 아니라 수산업 전후방 연관산업, 관광분야까지 그 영향이 확대될 수 있어 다음의 추가적인 입법정책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서 입법을 통한 구체적 대책을 호소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먼저, (가칭) 「후쿠시마 사고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분야 피해 대책 특별법」 제정을 적극 검토할 것을 제시했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피해대책 종합계획 수립·시행, 수산물 소비 위축에 따른 수산업 등 관련 산업 피해보전, 수산물 정부 비축 및 수매, 판매촉진 및 홍보 등의 실시와 관련 지원 예산 확보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농어업재해대책법」의 농어업재해에 방사능 오염 등 사회재난을 별도로 규정해 관련 법률에 따라 피해지원 및 대책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이 법에서 어업재해는 ‘이상조류(異常潮流), 적조현상(赤潮現狀), 해파리의 대량발생, 태풍, 해일, 이상수온(異常水溫) 등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로 규정하고 있어 현행법 상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방사능 오염 피해는 어업재해로 보기 어려운 점을 꼬집었다.

 

‘국제해양법’ 제소·입법정책적 대책 마련

마지막으로 입법조사처 보고서는 일본 정부에 방사능 오염수 방류 관련 주요 조치와 관련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함께 인접국인 우리 정부와 협의 및 공동 검증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필요한 경우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제한 조치 확대,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고려 등 국민적 불안 해소와 수산분야 피해방지를 위한 조치도 강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리피스 또한 ‘국제해양법’에 주목하고 있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한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후쿠시마 주변 8개현 수산물 수입금지조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제해양법에 따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해 ‘잠정조치’를 얻어내 오염수 방류를 막는 방법을 언론 등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유제범 국회입법조사관은 “현재까지 국회나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입법적 논의는 없었다”며 “입법정책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2011.5.3 후쿠시마 해역 방사능 오염 샘플 조사 (사진제공-그린피스)
2011.5.3 후쿠시마 해역 방사능 오염 샘플 조사 (사진제공-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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