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어업학과 대안 없나
사라지는 어업학과 대안 없나
  • 정초영 국립군산대 교수
  • 승인 2023.04.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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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영 국립군산대 교수
정초영 국립군산대 교수

[현대해양] 필자가 속해 있는 국립군산대학교의 해양산업·운송과학기술학부는 예전 해양생산학과(어업학과)와 동력기계학과(기관학과)가 통합한 학부로서 유능한 해기사 양성을 목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쳐 왔으나, 인구감소에 직격탄을 맞아 학사구조 개편의 대상이 되었다. 2019년까지는 정원 57명이 모두 등록되었으나 정원은 매년 감소해 2023년에는 30명이 등록했다. 대학 본부측은 학사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어업계열 학과가 있는 대학교는 국립군산대학교를 포함해 국립부경대학교, 전남대학교(여수), 경상국립대학교(통영), 제주대학교 5개다. 이중 경상국립대학교와 제주대학교는 현재 어업학과라기보다는 해양경찰학과에 더 가깝다. 국립부경대학교의 경우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내에 해양생산전공과 해양경찰전공을 두고 있어 순수한 어업계열 학과를 보유한 대학은 국립군산대학교와 전남대학교뿐이다.

일각에선 원양어업계의 젊은 세대 유입 어려웠던 것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위기가 도래했고, 어업학과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 거의 자명한 것 같다.

어업학과가 사라진다는 것은 원양어선과 연근해 어선에 승선할 청년들이 사라지는 것이며, 수산업을 이끌어갈 청년들이 사라지는 것이고, 수산업을 뒷받침할 정책을 입안하는 청년과 연구하는 청년들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교육이라는 것은 당장 효과가 보이지는 않지만, 교육이 없어지면 그 분야 역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대학 교육은 교육부의 소관이다. 하지만, 어업학과의 인력은 해양수산부에서 주관하는 모든 곳에 쓰일 인력들이다. 따라서 해수부에서 어업학과 발전의 ‘구원투수’로 지금 즉시 등판해야 한다.

먼저, 원양어선 해기 인력 전승을 위한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 해운업계의 경우 작년 4월 한국해양대학교를 비롯한 5개 교육기관과 한국해운협회를 포함한 3개 선주단체, 전국해상선원노종조합연맹을 포함한 4개 선원단체 등 총 12개 기관이 ‘미래 해기인력육성 협의회’를 발족했다. 이를 통해 한국 선원의 수급 현황과 전망 예측, 선원 직업 매력화 발굴, 고급 해기인력 훈련계획 수립, 정부 선원정책위원회 자문 등을 수행하고 있다. 원양업계도 교육기관, 선주단체, 선원단체를 모아서 스스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해양수산부가 어업계열 학과에 실질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해수부는 더 많은 학생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셋째, 어업기술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연구기반 토대에 투자해야 한다. ‘어업기술개발인력양성사업’ 등을 실시하여 학부 때 어업을 배운 학생 중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 고급인력을 양성하고, 연구인력을 유지할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원양어선 선원의 매력화를 추진하여야 한다. Z세대는 ‘안전한’ 환경, ‘워라벨’이 보장되는 곳에서 근무하고 싶어 한다. 안전하지 못한 작업 환경, 1년 이상의 장기 승선의 현실은 청년이 유입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해수부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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