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 여행 2. 컨테이너 디머리지 과다하면 감액해야
해양수산법 판례 여행 2. 컨테이너 디머리지 과다하면 감액해야
  •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장)
  • 승인 2023.03.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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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장)

Ⅰ. 당사자

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6다208129 지체료

원고/상고인 겸 피상고인 골드 스타 라인 리미티드

피고/상고인 겸 피상고인 세진중공업

 

Ⅱ. 사실관계

원고 ‘골드’는 홍콩 해운회사이고 피고 ‘세진’은 한국 제조회사이다. 우성해운은 골드를 대리해 선하증권을 발행했다. 선하증권에 의하면 송하인은 세진, 수하인은 바라티 조선소, 운송인은 골드이고 조선 기자재 화물을 부산항에서 인도 나바섀바항까지 운송하도록 되어 있었다. 골드는 2013년 3월 28일 화물을 짐 달리안호에 선적했다. 

세진은 운송주선업자 글로벌 익스프레스를 통해 선하증권을 교부받아 수하인 바라티 조선소에 전달했다. 골드는 화물을 나바섀바항까지 운송했고, 4월 30일 양륙을 완료했다. 그러나 소 제기일인 2014년 4월 30일까지 수하인이 화물을 수령하지 않아 화물을 골드의 컨테이너에 보관하였다.

 

Ⅲ. 원고 골드의 주장

수하인이 목적지에서 화물 수령을 지연했기 때문에 컨테이너 디머리지(Demurrage Charge; 컨테이너 지체료)가 발생했다. 특히 컨테이너 47개를 2013년 5월 1일부터 2014년 4월 30일까지 다른 용도에 사용하지 못하고 이 사건 화물을 보관하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했다. 

선하증권에 “송하인과 수하인이 운송인에게 연대책임을 진다”고 되어 있으므로 송하인인 세진이 수하인 대신에 컨테이너 지체료를 골드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 

컨테이너 디머리지 요율은 골드의 홈페이지에 공시했는데, 컨테이너 1대당 양륙 후 5일까지 무료, 6일부터 12일까지 1일당 미화 26달러, 13일부터 19일까지 36달러, 20일부터 26일까지 45달러, 27일 이후 97달러이다.

이에 따라 2014년 4월 30일까지 계산한 디머리지 금액은 160만 달러(약 20억 원)이다.

 

Ⅳ. 법원의 태도

<4.1 제1심 판결 (울산지법 2015. 5. 13. 선고 2014가합16650, 원고 30% 승소)>

골드가 공시한 디머리지 요율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다. 운송인과 화주가 손해배상 예정액을 정한 경우에도 법원은 운송인과 화주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배상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채무자가 계약을 위반한 경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손해배상 예정액의 금액이 과다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공정을 잃게 된다면 법원은 손해배상 예정액을 적절히 감액할 권한이 있다.

해상운송약관을 골드가 일방적으로 작성하였고, 컨테이너 디머리지 요율도 골드가 일방적으로 공고하였다. 운송인인 골드가 화물에 관한 조치를 취함에 있어 송하인인 세진이 적극 관여하거나 손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운송인에게 지시하기 쉽지 않았다. 세진이 운송주선업자 글로벌 익스프레스에게 지급한 해상운임이 8,500만 원이었고, 그 중 얼마가 골드에게 지급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골드가 컨테이너를 빌리는 경우 예상되는 임대료를 고려할 때 골드가 청구하는 컨테이너 디머리지 160만 달러는 과다하므로 세진은 골드에게 컨테이너 디머리지 50만 달러만 지급하여야 한다. 소송인지대 등 소송에 든 비용은 골드가 60%, 세진이 40%의 비율로 부담한다.

<4.2 제2심 판결(부산고법 2016.13. 선고 2015나52893, 원고 20% 승소)>

1심에 대해 원고 골드와 피고 세진이 모두 항소했다. 부산고법은 1심 판결을 전반적으로 인정하면서 다음의 이유로 피고 세진의 책임을 더욱 감액해 30만 달러만 골드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 이유는

첫째, 운송인 골드는 세진에게 화물 보관비용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이후 1년 정도 지났는데도 화물의 보관에 따른 손해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즉 운송인의 손해 발생 및 확대방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둘째, 운송인 골드는 수하인이 화물 수령을 게을리 하는 경우 화물을 공탁하거나 관청의 허가를 받은 곳에 인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명백히 수령을 거부할 때에는 이 같은 조치를 취할 의무도 있다. 화물이 양륙된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났다면 수하인의 수령 거절로 보아 골드가 화물을 공탁할 의무를 부담하는데도 이를 하지 않았다.

셋째, 골드는 선하증권 약관에 따라 컨테이너 디머리지에 대해 화물을 법원을 거치지 않고 사적 매매나 공매로 매각할 권리가 있었는데도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 권리 위에 잠잔 것이다.

넷째, 골드의 컨테이너 디머리지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특히 27일째부터 급격히 증가한다. 보관이 길어질수록 골드는 컨테이너 차임 상실을 배상받는 것을 넘어 오히려 예상치 않은 횡재를 하게 된다.

다섯째, 골드는 화주가 화물 수령을 지체하여 실제로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Ⅴ. 타당한 판결이다

수하인이 화물을 수령하지 않아 컨테이너가 도착항에 묶여 있을 때, 컨테이너의 소유자인 운송인은 컨테이너를 사용하지 못한 손해를 입었으므로 수하인(수하인이 지급하지 않을 때에는 송하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예정된 손해배상의 금액이 지나치게 많아 운송인이 자신의 손해를 배상받는 것을 넘어 이익을 보는 것은 곤란하다. 

화주의 화물 수령 거절로 인해 손해를 입은 운송인이 화주에게 컨테이너 디머리지를 청구하는 것은 인정하되, 일방적으로 운송인의 홈페이지에 공시한 컨테이너 디머리지 요율에 따라 계산한 160만 달러의 디머리지가 너무 많다고 보아 대법원은 30만 달러만 화주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운송인과 화주의 이익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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