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67. 우포늪 생명길을 걷다(2)
청봉의 새이야기 67. 우포늪 생명길을 걷다(2)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3.03.17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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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천 상공을 날아가는 흰꼬리수리
회천 상공을 날아가는 흰꼬리수리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합천보의 수문 개방에, 오래전이지만 자그마한 기여를 했던 나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나는 2017년 무더운 여름에 ‘서울환경운동연합, 5대강 탐사대’에 동참했다. “강은 흘러야 한다”는 깃발을 펄럭이며 한반도의 5대강 강둑을 달렸던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영산강의 짙은 녹조, 철새들의 낙원 금강의 환경·생태운동가 김종술 활동가의 금강 사랑과 그 열정, 보 없는 천연의 모습을 지켜낸 섬진강, 물 흐름을 막는 8개 보를 가슴과 허리에 불통의 띠로 동여맨 낙동강의 검푸른 강물, 그리고 수도권에 위치한 강천보, 여주보, 이포보를 머리에 이고 선 한강, 그때의 다양한 시련과 상황 속에 놓여 진 주요 강들의 모습들이 눈앞에 선하다.

우포늪에서 승용차로 낙동강 제방 도로 위로 30분 정도 달려 우곡면 회천에 도달했다. 자연하천 회천에는 은빛 모래 그리고 얕은 강물을 헤엄쳐 올라오는 은어 떼들이 오후의 겨울 햇살 속에 가득하다. 회천에 내려앉은 독수리와 댕기머리물떼새가 서로서로 먹이 경쟁에 치열하다. 벗들과 사이가 좋은 일백 쌍의 원앙들은 강모래 톱에서 겨울 햇볕을 쪼이며 서로서로에게 깃털단장을 도와준다. 우리들은 살아있는 강과 자연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회천의 원앙 가족
회천의 원앙 가족

관련 관청은 합천보 건설에 따른 강 수위의 변화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일, 합천보 수문을 열었다. 수문 개방 이후 20여 일이 지난 12월 말경에는 회천의 수위가 낮아지자 야생의 겨울철새들이 찾아왔다. 그러나 시민활동가들의 환희와 기쁨의 메아리가 되돌아오기도 전에 합천보의 수문은 지난 1월 18일 농업용수 취·양수를 위해 닫히고 말았다. 

개방되었던 합천보 수문이 다시 닫치면, 모래톱은 높아진 강수위에 묻히고 야생조류·동물들의 삶의 터전은 사라질 것이다. 낙동강과 연관된 환경·생명 운동가들은 겨울 철새와 야생동물들이 회천을 떠나갈 것을 우려했다. 

우포늪 생명길을 함께 걸었던 우포늪 지킴이 이인식 선생은 “겨울철새들과 야생 동물들이 이 겨울 한 철 만이라도 편히 낙동강 모래톱에서 평화와 안락을 누릴 수 있도록 합천보 수문을 연장 개방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문을 흐리며 먼 산으로 젖은 눈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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