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어촌 6차산업 현장을 둘러보다
일본 어촌 6차산업 현장을 둘러보다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3.03.13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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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 일대 3박 4일
시모노세키 카라토 시장
시모노세키 카라토 시장

[현대해양] 지난달 12일부터 15일까지 3박 4일간 ㈜베토가 주관한 ‘현대해양 어촌 6차산업 해외 현장시찰’ 프로그램이 일본 후쿠오카와 시모노세키를 중심으로 한 큐수지역 일대에서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다케우치 유지 시모노세키시립대 교수가 현지 섭외와 안내를, 이응진 대구대 교수가 통역을 맡아 수고해주었으며 황희곤 한림대 교수, ‘퍼블릭 디자인 담빛’의 강현실 대표와 김원철 국장,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연구위원, 여수경 한빛문화재연구원 책임연구원, 권순신 ‘시선과 프레임’ 대표, 박철훈 ‘소셜캠퍼스 온 경북’ 센터장과, ㈜베토 직원 등 총 17명이 참여했다.

이번 현장 시찰은 일본의 농어촌 6차산업 현장을 둘러보며 우리나라 어촌과의 차이점을 알고, 우리의 어촌 개발 사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기획됐다. 참가자들은 큐수지역의 다양한 농어촌 6차산업 현장을 견학한 후 “실패 사례, 성공 사례 등을 보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자료로만 보는 것보다 실제 답사를 통해 훨씬 생생하게 배웠다”며, “실제 사업에 응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낸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시모노세키 카라토 시장, 오이타현 우사시 아지무정, 시모노세키시립대, 모지항 레트로, 아이노시마, 이치란의 숲 등 3박 4일간 견학한 여러 장소 중 가장 어촌 개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곳을 위주로 소개한다. 

오이타현 우사시 아지무정을 의미하는 상징물 앞에 선 참가자들
오이타현 우사시 아지무정을 의미하는 상징물 앞에 선 참가자들

시모노세키 카라토 시장

일본 혼슈 최남단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항구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카라토 시장(唐戸市場)’은 1909년 채소와 과일 노점상으로 출발해 현재는 수산물 도·소매를 중심으로 하는 종합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카라토 시장은 일본 복어 유통량의 80%를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복어가 유명하지만, 도미와 방어, 그리고 현지 어부가 직접 잡거나 양식한 생선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초밥을 즐길 수 있다. 갓 잡은 신선한 해물로 만든 초밥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기에 현지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의 방문도 많다. 상인으로서도 도매기능뿐 아니라 초밥 등을 통해 부가수입을 올려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어식교실’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는 생선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전수하고, 상인들에게는 잠정적 고객을 확보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대다수 방문객은 카라토 시장 내 다양한 초밥집에서 초밥을 구매해 시장 바로 앞 잔디에 앉아 바닷바람을 쐬며 초밥을 즐긴다. 우리가 방문했던 날도 실외에서 초밥을 즐기기에는 다소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앉을 자리를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신선한 초밥을 즐기며, 국내의 어느 지역에서 이러한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을 하기도 했다.

카라토 시장 앞 바닷가에 삼삼오오 앉아 초밥을 먹는 사람들
카라토 시장 앞 바닷가에 삼삼오오 앉아 초밥을 먹는 사람들

오이타현 우사시 아지무정

첫날밤 일행이 머문 곳은 오이타현 북구 구니사키 반도의 아지무정(安心院町)이라는 농촌 마을이었다. 인구 7,700명, 면적 147.17㎢, 주특산품인 포도를 가공한 하우스 와인과 농가 레스토랑 등으로도 알려진 전형적인 일본의 농촌 마을인 아지무정은 농촌 6차산업화가 시작된 곳이자 농촌민박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곳에서 일본의 농촌민박(농박)을 경험하기로 했다. 참가자들은 5~6명씩 세 팀으로 나뉘어 마을의 노천온천을 즐겼다. 나라를 건너오며 쌓인 피로를 풀고 나서 도착한 농가에는 따뜻한 일본식 가정식이 준비돼 있었고, 주인 부부는 환한 미소로 일행을 반기며 함께 식사하길 권해주었다. 비록 언어는 잘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과 표정으로, 그리고 간단한 메모를 사용해 나눈 대화는 따뜻했다. 

기자가 묵었던 농가의 주인이자 일본농박연합 대표 미야다 세이이치(宮田静一) 씨는 “1996년 처음 농박을 시작하게 됐으나 일본에는 관련 법이 없어 문제가 많았다”며, “그러나 주민들의 끊임없는 도전으로 결국 2002년 3월 기존 일본 여관법을 개정해 농박 관련법이 시행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아지무정 농박은 △여성 명의 △1일 1팀 △부업으로 △비어있는 방 이용 등의 규칙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무리 없이 지역민으로 하여금 농박을 지속할 힘이 됐다. 

아지무정 농박은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반인이나 외국 여행객에게는 물론 학생들의 농박체험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된 것도 특징이다.

미야다 대표는 “코로나 전인 2019년 약 7,000명의 중고등학생이 농박체험을 하고 돌아갔다”며, “농박을 통해 정서가 안정되고, 사람에 대한 신뢰가 형성됐으며, 농촌에 대해 배우게 됐다는 교육효과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참가자 중 강현실 대표는 “아지무정 농박은 친척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손님을 받아들인다고 하던데, 실제로 가족처럼 챙겨주고 너무나 따뜻하게 환대해주는 주민들 덕에, 약간의 불편함조차 농어촌을 이해하는 데 좋은 키워드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나눴다. 

황희곤 교수 역시 “우리가 묵은 집은 70대 부부가 주인이었는데, 진심으로 즐겁게 서비스를 해주시는 것이 느껴졌고,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분들의 여유로움을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김준 연구위원은 “지역 내 천연 재료로 구성된 식사가 인상 깊었고, 동네의 온천과 상생하고 있는 시스템을 보며 큰돈을 버는 것은 아니라도, 주민들이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라고 말했다. 

 

시모노세키시립대학

다음 목적지는 이번 행사의 현지 안내를 맡은 다케우치 유지 교수가 강의하고 있는 시모노세키시립대학이었다. 이곳의 한창완 학장(President)은 일본 국공립대학 중 유일한 한국인 학장이다. 

한 학장은 “시모노세키시립대학은 설립 60년이 되었으며, 시모노세키가 지금은 작은 도시이지만 예전에는 일본의 대륙을 향한 관문 도시였다”고 소개하며, “일본에서도 재일 교포가 매우 많은 지역으로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라며 일행을 반겼다. 

다케우치 교수는 ‘일본 농어촌 6차산업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다케우치 교수는 “6차산업이란 농업과 수산업 등 제1차 산업이 식품가공·유통판매로도 업무 전개를 하는 경영형태, 말하자면 경영 다각화를 하는 일을 의미한다”며, 이후에 방문할 ‘아이노시마 섬’과 ‘SIORI(시오리)’ 등의 6차산업화 사업에 대해서도 미리 소개했다.또한 그는 “6차산업의 공통점은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의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판로확보, 그리고 일자리 확보로 인한 지역 활성화다”라고 설명했다.

다케우치 교수는 “또한, 6차산업의 육성을 위해서 가장 필수적인 것은 바로 주민들의 참가”라며, “한국과 일본 모두 시민들의 공동체 정신이 필수적이며, 이 공동체 정신의 원동력은 지역사랑이기도 하지만, 실제 주민들의 소득향상도 따라와야 할 것이다”라고 지역 협동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모노세키시립대학에서 ‘일본 농어촌 6차산업에 대하여’ 강의하고 있는 다케우치 유지 교수(왼)와 통역을 맡은 이응진 대구대 교수
시모노세키시립대학에서 ‘일본 농어촌 6차산업에 대하여’ 강의하고 있는 다케우치 유지 교수(왼)와 통역을 맡은 이응진 대구대 교수

아이노시마 섬

아이노시마섬(藍島)은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 고쿠라키타구의 외딴 섬이다.

아이노시마의 주 사업은 어업으로 어업 도구에 피해를 주는 쥐를 퇴치하기 위해 키우던 고양이가 유명해진 것이라고. 그러나 코로나19의 타격으로 인해 현재 섬에는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한 가게 등은 거의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러나 우리는 고양이와 관계없는 어촌 6차산업 현장을 견학할 수 있었다. 아이노시마의 섬활성화 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미역 사업장이었다. 

아이노시마는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 어부들이 수확한 어패류와 미역 등을 가공해 북규슈 시내 초중학교의 급식 재료로 공급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 한 해 미역 생산량은 17톤에 이르며, 이는 연간 1억엔 정도의 소득을 올려주고 있다”며 “무엇보다 미역을 가공하는 데는 인력이 필요하므로 고령화 지역인 이 지역의 60~80대 주민들에게도 일거리가 생기게 됐다”고 소개했다. 

아이노시마섬의 섬활성화 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미역 사업장에 대한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
아이노시마섬의 섬활성화 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미역 사업장에 대한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

“지역민의 주체적 아이디어가”

그 외에도 참가자들은 모지항 레트로를 산책하고, 성공한 수산물 직판장 ‘바다와 대지(海と大地)’와 실패한 사례인 ‘시오리’를 방문해 성공과 실패를 가른 원인에 대해 고민하고, 이치란의 숲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프렌차이즈 체인점 이치란 라멘의 성공스토리를 공유하는 등 새로운 것들을 접할 수 있었다. 

김원철 국장은 “유사사례를 더 많이 찾아 공부를 해야겠다고 느꼈다”며, 박철훈 센터장은 “일정도 알찼지만, 이러한 기회에 여러 전문가와 이렇게 연이 닿게 되어 기쁘다. 우리 경북에도 5개 시군에 152개 어촌계가 있는데 그곳에서도 좋은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많은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를 주관한 송영택 ㈜베토 대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기획했던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돼 기쁘고, 참석해주시고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라며, “일본 어촌 지역민들이 정부나 외부의 지원만 기다리기보다는 주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한 결과를 보며 우리는 어민들에게 우리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나하는 반성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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