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태계 복원 사업, 전문인력 부재?
해양생태계 복원 사업, 전문인력 부재?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3.03.1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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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결과데이터 기반으로 추진 해야”
충남 서천 갯벌(사진_신병문)
충남 서천 갯벌(사진_신병문)

[현대해양] 유엔 해양과학 10개년 계획

해양생태계복원을 위한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열린 제31차 유네스코 정부간해양학위원회(IOC) 총회에서 IOC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유엔 해양과학 10개년 계획’의 실행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며 바다를 지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다짐을 공표했다. 이 계획은 2030년까지 전 세계가 힘을 모아 바다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위기에 대응해 해양과학에 기반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해양오염에 대한 이해와 극복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호와 복원 △지속 가능하고 공평한 해양경제 개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해양기반 솔루션 공개 △해양위험에 대한 대응력 향상 △글로벌 해양관측 시스템 확장 △해양정보의 디지털화 △인류와 바다와의 관계 변화 등을 과제로 하고 있다. 

 

국내 해양생태계복원 관심 커져 

우리 정부 역시 해양생태계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과거 국토개발과정에서 훼손된 해양생태계의 서식처 기능을 개선·복원해 해양생물 다양성을 회복하고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해양생태계복원은 크게 해수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식처 복원과 갯벌/식생복원 사업, 그리고 수산자원공단의 수산자원증대사업 인공어초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해수부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해양생태계복원 사업의 2023 예산은 갯벌복원의 경우 국비 약 109억 원(지방비 약 46억 원), 식생복원 예산은 국비 약 124억 원(지방비 약 53억 원)으로 확인됐다. 

해수부의 갯벌복원사업 담당자는 “갯벌복원사업을 시작한 것은 10년쯤 전이며 최근 2~3년간은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식생복원사업은 지난해 시범 사업이 신규로 추진됐다”라고 설명했다. 담당자는 “해수부는 갯벌복원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갯벌 10㎢ 복원에 탄소흡수량 1,980톤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식처복원사업의 담당자는 “해양 포유류와 산호류 등 특수 생물 등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관리사업을 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약 8억 6,000만 원이 예산으로 책정됐다”고 전했다. 이 사업을 통해 해수부는 △독도 해양생태계 서식처 기능 개선 △백령도 점박이물범 서식환경 개선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의 산호·해초류 서식환경 개선 등을 수행하고 있다고.

수산자원공단 담당자는 “수산자원공단이 시행하고 있는 ‘수산자원증대사업’의 경우 2023년 예산이 204억 원으로 책정됐으며, 최근 몇 년간 비슷한 규모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사업 외 지자체나 협회 등도 해양생태계복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설립한 ㈔해양생태계보전복원협회의 최지섭 사무국장은 “해양생태계보전복원에 뜻이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해양생태계복원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전문인력 양성에 도움이 되고자한다”고 협회의 설립목표를 전했다. 

순천시는 지난달 15일, 세계자연유산인 순천 화포 갯벌생태계 복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17일 울산시는 향후 10년간 2,120억 원을 투입해 해양생태계 복원과 조성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는 등 지자체에서도 해양생태계복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선재도 갯벌 해안에서 해양경찰청과 포스코건설 등 7개 단체가 참여해 칠면초 파종 등을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선재도 갯벌 해안에서 해양경찰청과 포스코건설 등 7개 단체가 참여해 칠면초 파종 등을 진행했다.

간척사업으로 망가진 갯벌과 해안선…

해양생태계복원은 해양생태계가 훼손됐기에 필요해진 사업이다. 특히 국내 해양생태계복원사업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갯벌복원의 경우 대부분이 우리 손으로 시행했던 간척사업의 결과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대규모 간척사업은 오랫동안 진행됐고, 1994년 시화지구사업으로 조성된 시화호의 수질오염이 알려지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이미 국내 갯벌 면적은 간척 이전의 50% 정도만 남은 상황이다.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간척사업으로 메워진 면적은 1971.58㎢로 서울시 면적의 3배가 넘는다. 이렇게 사라진 면적은 갯벌이나 사구 등 생태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연안습지로 유명한 순천만의 갯벌 면적은 100년 전에 비해 3분의 1이나 줄었으며 인천 앞바다에는 아암도·낙도 등 매립으로 사라진 섬이 수십 개에 달한다. 

면적뿐 아니다. 해안선 길이도 변화했다. 자연 해안선이 줄어들고 인공 해안선이 늘어난 것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지난해 6월 우리나라 해안선의 길이가 1만 5,257.8㎞라고 밝혔다. 이는 2021년보다 23.9㎞ 감소한 결과이며, 이 가운데 자연 해안선은 약 50.4㎞ 줄었고, 인공해안선은 약 26.5㎞ 증가했다. 특히 자연해안선은 2014년 이후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다. 

자연 해안선이 줄어드는 것은 바닷가 주민의 삶을 위협하는 일이다. 자연 해안선인 해변은 폭풍과 해일 등으로부터 육지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데, 해안선이 후퇴하고 해안 수심이 깊어지면 이러한 보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간척사업은 기후변화도 초래한다.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시화지구, 서산 A-B지구, 새만금지구 등 서해안 간척지 인근 도시인 수원, 군산, 서산, 부안 등을 대상으로 한 「한국의 간척사업이 주변의 환경변화에 미치는 영향」 논문은 1970년대 섭씨 11℃를 유지하던 수원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시화호 간척사업이 시작된 1987년 이후 꾸준히 올라 1996년에는 12℃를 넘었다고 밝혔다. 시화지구는 1만 7,300㏊를 매립해 1만 1,421㏊의 간척지가 조성된 지역.

새만금지구 인근 군산지역도 1980년대 중반 강설일수 50일에서 1996년 40일로 주는 등 강수일수가 70~80%가량 감소했으며, 상대습도도 1972년 평균 78%에서 1996년 70%로 줄었다. 

 

간척의 흑역사, 새만금과 시화호

특히 새만금과 시화호는 간척의 흑역사라고 불릴 정도로 간척사업의 폐해를 보여준다. 시화호는 경기도에 있는 인공호수로 1987년 시화방조제가 착공되고, 1994년 완공되며 만들어졌다. 농어촌진흥공사가 당시 바다였던 시화호 지역에 간척사업을 벌이기 위해 방조제를 만든 것이 시작이다. 주변 산업단지에서 오·폐수를 다량으로 배출하며 방조제 건립 초부터 시화호 오염은 널리 알려졌고, 이 오염은 매우 심각해 시화호는 한때 ‘죽음의 호수’라고 불렸다. 1995년 시화간척지의 소금과 퇴적물이 바람에 날려 화성군과 대부도 일대 농작물에 해를 입혔고, 1996년에는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으며, 1997년 시화방조제 배수 갑문을 열고 1년 후인 1998년부터 간척지와 호수 접촉면의 해양생물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시화호는 오염 방지 공사를 추가로 하며 수천 억 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탕진하기도 했고, 결국 2001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담수화를 포기하고 조력발전소 건설을 통해 해수 유통량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해수량이 늘어나며 현재 수질을 회복한 시화호는 현재 시흥시가 관광, 해양레저의 주요 거점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새만금 개발사업은 무려 30년 이상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사업은 전라북도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앞바다를 연결하는 방조제를 쌓아 그 안에 간척토지와 새만금호를 만드는 계획으로 시작됐다. 간척토지와 새만금호의 면적이 무려 409㎢로 세계 최대의 간척사업이며 방조제 역시 33.9㎞로 세계 최장 길이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1991년 착공해 2006년 방조제를 완공했고, 내부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환경을 두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오정규 한국생태연구원㈜ 원장은 “새만금 간척은 실패한 것이 분명하지만, 이제는 되돌리는 것조차 또 다른 생태계 파괴 행위가 되기에 문제다”라며, “지금으로서는 전문가 집단과 정부가 함께 고민하고 협조하는 방법만 남았다”고 말한다. 오 원장은 이어 “애초에 이러한 사업은 시작하기 전에 신중했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화호 관리위원회 사무국에서 진행한 2011 시화호 사진전 3등 장려상을 받은 작품 ‘물이 막힌 곳 생명도 없다 PHOTO BY 신정숙’,시화호 물막이공사로 인해 폐사한 조개들의 모습
시화호 관리위원회 사무국에서 진행한 2011 시화호 사진전 3등 장려상을 받은 작품 ‘물이 막힌 곳 생명도 없다 PHOTO BY 신정숙’,시화호 물막이공사로 인해 폐사한 조개들의 모습

“전문집단 부족해”

시화호나 새만금 등의 예에서 확인할 수 있듯, 실패한 간척사업은 천문학적인 비용의 복원비를 불러온다. 그러나 지금 국내에는 해양생태계복원을 위한 전문 인력이나 인프라 역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 해양 조사 전문기업 관계자 A 씨는 “해양생태계복원에 대해서 아직 우리나라에는 관련 매뉴얼도, 전문가 집단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수산자원공단, 해양환경공단, 한국어촌어항공단 등과 함께 해양 조사를 진행해왔다는 그는 “일례로 현재 해양생태계 조사를 위해서는 잠수 조사가 가장 흔한데, 우리나라에는 해양생태계 관련 전문 잠수사가 없어, 산업잠수사 등이 와서 일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A 씨는 또한 “심지어 정부 기관에서도 바닷속을 복원한다며 인공초를 바다에 넣기는 하는데, 이게 해양쓰레기가 되는 일도 있고, 인공초를 넣으면서도 주변 해조류의 포자가 확산하는 시기 등에 대한 고려 없이 한여름에 작업하기도 하는 등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며, “이해관계나 예산 집행을 위한 집행 등을 하기도 한다는 것 역시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오 원장 역시 “복원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업이든 철저한 준비와 관련 연구 결과, 데이터 등을 준비하고 시행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러한 데이터가 부족해 정책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발 전 해역이용영향평가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전문집단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해양생태계복원비용은 단순 계산으로도 1년에 최소 536억 원의 세금을 사용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그렇지만 꼭 필요한 비용이기도 하다. 

최지섭 사무국장은 “보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개발하지 않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부분이다. 개발이든 복원이든 친환경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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