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인권·노동권 강화, 시작이 반
선원 인권·노동권 강화, 시작이 반
  • 지승현 기자
  • 승인 2023.03.13 11: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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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선원법 발효
개정 선원법 발효로 선원의 인권과 노동권교육이 의무화됐다.
개정 선원법 발효로 선원의 인권과 노동권교육이 의무화됐다.

[현대해양] 선원의 인권·노동권 보장이 강화되고 있다. 

2022년 1월 4일 개정 「선원법」(법률 제18697호)이 지난 1월 5일부터 시행됐다. 개정 법률 내용은 “선원, 선원이 되려는 사람, 선박소유자 및 선원관리사업자의 사업장에서 선원과 관련된 노무·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자는 선원의 노동권 및 인권 보호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라고 「선원법」 제116조제3항이 신설됐다.

 

교육대상자

「선원법」상 선원은 선박에서 근로를 제공하기 위해 고용된 사람이다. 선종, 선박톤수 등과 무관하기 때문에 어선에 승선한 선원에게도 선원법이 적용된다. 선박검사원, 선박수리 기술자, 도선사, 항만운송사업 또는 항만운송관련 사업을 위해 고용된 근로자, 실습선원, 선박에서 공연을 위해 일시적으로 승선하는 연예인 등은 「선원법」상 선원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실습선원은 「선원법」상 별도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선원이 될 목적으로 실습을 위해 승선하는 이에게는 「선원법」 제3조제2항과 이 법 시행규칙 제3조제1항제6호에 의해 「선원법」 제116조가 적용된다. 이 교육은 특이하게 선박소유자와 선원관리사업자의 사업장에서 선원과 관련된 노무·인사를 담당하는 자도 교육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선원노동권·인권보호 교육 (시행규칙 제57조 별표5의5 개정안)
선원노동권·인권보호 교육 (시행규칙 제57조 별표5의5 개정안)

 

교육내용, 교육과정 법적 미비

현재 법률에서 말한 선원 노동권·인권 보호에 관한 교육과정이나 교육내용이 없다. 「선원법」 제116조가 개정되고 발효되었으나 아직 관련 하위 법령이 미비 상태다. 

법제처를 통해 확인한 바, 동 법 시행규칙 제57조 개정안이 지난 1월 25일에 입법예고 됐고, 2월 1일까지 의견제출 기간이었다(「행정절차법」 제41조). 하위법령 공포는 3월이나 4월경이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행규칙 등 부령 개정은 법령안 입안부터 공포까지 7단계 절차가 있다. 입법예고는 4번째 단계로 공포까지는 규제심사, 법제처심사 단계를 남겨두고 있다. 남은 절차를 고려하면 향후 빠르면 한 달에서 늦으면 두 달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시행규칙 제57조 개정안

시행규칙 제57조 개정안에서 교육대상자는 최초 3시간 노동권 및 인권교육을 온라인을 통해 수강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후에는 매년 2시간 교육과정을 이수해야한다(「선원법」 시행규칙 개정안 제57조제1항 및 별표5의5). 교육과정은 내국인과 외국인(「국적법」제3조에 의거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 별 각각 기본과정과 심화과정을 두고 있다. 선원과 선원이 되려는 사람은 기본과정 대상이고, 선원 중 선장, 기관장, 1등 항해사, 1등 기관사로 승선 중이거나 승선 예정인 사람, 선박소유자 및 선원관리사업자의 사업장에서 선원 관련 노무·인사업무 담당자는 심화과정 대상이다. 심화과정은 기본과정 대비 사고방지대책과 예방에 중점을 뒀다. 

외국인 기본·심화과정 교육내용에는 ‘국적선 문화에 대한 이해’와 ‘의사소통 능력’이 추가됐다. 반면 내국인 선원만 승선하는 선박이 거의 없다시피한 현실에서 (내국인)기본·심화과정에는 외국문화에 대한 이해나 외국인 선원과의 의사소통 능력에 관한 교육내용은 없다. 

 

현재 교육과정

선원 노동권·인권 보호 교육은 「이러닝(전자학습)산업 발전 및 이러닝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이러닝콘텐츠 활용을 허용하고 있다. 법령 개정안이 공포전이지만, 지난 1월 5일부터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이하 선박관리협회)에서 온라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법령 개정안처럼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나눴고, 각각 기본과정과 심화과정을 두었다. 

기본과정과 심화과정 비교
기본과정과 심화과정 비교

심화과정에 ‘선내 인권 경영 및 권리구제’에 관한 내용이 추가된 것을 제외하고 기본과정과 교육내용이 동일했다. 그런데 심화과정 교육내용 중 △선원 프라이버시권 △외국인선원과 차별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은 기본과정보다 오히려 더 짧게 구성됐다. 심화과정을 듣는 이가 관리자급을 위한 과정이면 기본과정보다 시간이 짧아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관계자 말에 따르면 관리자급 과정에도 핵심내용은 모두 포함되어 있는데, 관리측면에 교육 집중을 위한 불가피한 조정이었다고 한다. 

결국, 심화과정은 선내인권경영 및 권리구제(11분 36분) 수업이 추가됐음에도 불구하고, 기본과정 전체교육시간 대비 25분이 짧다.

기본과정 중 ‘피해자 대처방법’에 관한 학습시간은 3분 37초이다. 기본과정을 수강하는 이들이 주로 피해자의 위치에 있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다.

한편 K사 선원인사담당 부장은 “선원이나 인사담당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딱히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모두들 2~3시간 의미 없이 동영상을 켜놓고 있다”고 말하며, 교육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교육대상에 맞는 교육내용이 필요하고, 가급적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교육이 마련되어야할 것이다”고 했다. D사 임원은 “모두가 시간낭비하고 있다며, 아주 상식적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전달하는데 교육의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2020년 2월에 한국선주협회(현. 한국해운협회)에서 IBF(International Bargaining Forum, 국제교섭포럼) 기금관리운영위원회에서 추진하는 선원의 인권보호를 위한 프로그램 마련 연구 용역 사업자 선정을 공고했다. 이 프로그램 마련은 당시 팬오션 소속 ‘션샤인호(1만 7,850 DWT, 화물선)’에서 기관실습 중인 대학 3학년생의 사망사고가 계기였다. 연구용역 내용은 △선원인권보호의 필요성 및 당위성 △선원 직업의 환경 분석, 승선생활 중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분석 △선원인권교육의 개념 정립 △교육 프로그램 구성을 위한 기본원리 △선원인권보호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마련 △선내 갈등관리 및 인권보호 위한 교육교재 개발 등 이었다. 현재 선박관리협회가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당시 용역보고서의 내용이 상당 반영된 것이라 한다.

현재 원양어선이나 연근해 어선에 승선하는 어선원을 위한 관련 교육과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수협과 한국원양산업협회에서는 자체적으로 교육과정은 없고, 선박관리협회의 교육과정을 이용한다고 한다. 한국원양산업협회는 어선원 인권에 대해 △어선원 인권 관련 내국인 어선원 대상 설문조사 실시 △외국인어선원 선상 인권 개성 교육실시 △국제협약의 이해 및 인권침해 예방 위한 설명회 개최 등을 한 바 있었다. 2021년에는 선원의 인권 존중 인식 향상을 위해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존중과 배려, 바다위의 인권’ 교육영상을 제작했다. 이 교육영상에는 △괴롭힘의 정의, 특징, 요인, 종류 △괴롭힘으로 인한 선박 전반적 피해 △대처방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 선원법 배경 

개정 「선원법」은 어기구 의원(외 9명)이 2021년 5월에 대표 발의했던 법안이다. 개정 취지는 선원 및 선원을 관리하는 자 등에 대한 선원의 노동권·인권 보호 교육이 없고,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선원의 노동권 및 인권 침해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상수산위원회 김건오 전문위원의 검토 내용을 보면, 해양수산부가 제출한 최근 3년간 인권·민생침해 특별단속에서 상급선원의 하급선원 폭행, 영리목적 약취·유인, 사기·공갈·폭력·임금갈취 및 성추행 등에 해당하는 인권 및 민생침해 등의 사례가 2018년 815건, 2019년 711건, 2020년 590건이 발생했다. 2020년 기준, 인권 침해 범죄 건은 2018년 대비 343건(64%)이 줄었다.

최근 3년 간 인권·민생침해 특별단속 현황
최근 3년 간 인권·민생침해 특별단속 현황

해양수산부가 제출한 최근 3년간 선원 근로감독 실적 및 시정내용에서는 사업장에서의 근로조건 명시 위반, 최저임금 및 취업규칙 위반, 임금 미지급 등에 대한 시정조치 사례가 2018년, 2019년에 각각 750건, 740건이었다가 2020년 1,217건으로 전년대비 477건(64%)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3년 간 선원근로감독 실적 및 시정내용
최근 3년 간 선원근로감독 실적 및 시정내용

「선원법」 개정 입법안 발의 및 최종 가결까지 해양수산부의 현황 자료가 주요했다. 상선(내항, 외항)과 어선(연근해, 원양) 등 자료를 좀 더 세분화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해운회사 D사 대표이사는 “선원인권·노동권 문제는 선박에 따라 양상이 다르다”며, “상선과 어선, 내항선과 외항선으로 나눠서 각 선원의 선상에서의 생활과 주변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여 세분화된 교육과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 말에 따르면, 특별단속 현황은 해양경찰청의 자료를 취합한 것이고, 선원근로감독 실적은 각 지방해양수산청의 자료를 취합한 것으로 애초부터 상선, 어선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고 한다. 

 

교육운영주체

온라인 선원노동권·인권 보호 교육은 이러닝콘텐츠를 통해 운영할 수 있다. 법령 개정안에 따르면 이러닝콘텐츠는 「선박직원법」제2조제4의3호상 지정교육기관에서만 운영가능하다. 

지정교육기관은 「지정교육기관기준(해양수산부 고시 제2020-126호)」에서 정하고 있는데, 해양산부장관의 지정을 받아 선원이 되고자 하는 자 또는 선원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대학·전문대학 또는 고등학교(이들에 준하는 각종 학교를 포함한다), 해양경비안전교육원, 「한국해양수산연수원법」에 따른 한국해양수산연수원과 그 밖의 교육기관 등이다. 

그런데 현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선박관리협회는 「선박직원법」에서 말하는 지정교육기관이 아니다. 또한 해당 고시에서 말하는 교육과정에 선원노동권·인권보호교육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해당 고시의 개정도 필요하다. 선박관리협회 한 관계자는 최근에 해당 입법적 미비 부분을 해양수산부 관련부서에 통보했다고 한다. 

 

개선방안

이번 「선원법」 개정에서 제107조(선원정책기본계획)도 일부 개정됐다. 제107조제2항제3호 ‘라’목, “선원의 노동권 및 인권 보호에 관한 교육(교육기관의 운영, 인력의 양성 및 관련 프로그램의 연구·개발 지원 등)”이 신설됐다. 해양수산부장관은 선원정책의 효율적·체계적 추진을 위해 선원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5년마다 ‘선원정책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며, 해당 기본계획에 따라 매년 선원정책에 관한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고 필요한 재원을 확보한다. 

교육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했다던 한 관계자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당시에는 우선 시작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서, “타 업계에 인권·노동권 교육과정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현 교육과정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교육 프로그램이 ‘선원인권보호 위한 프로그램’을 근간으로 해서인지, 한 업계 관계자는 교육제목은 인권과 노동권을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 노동의 가치와 노동권리에 관한 내용은 빈약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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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2023-03-17 11:11:08
선원의 인권 및 노동권이 아니라 노동권 및 인권으로 노동권이 앞에 명시되고 있지만 교육을 시행하는 교육기관이 선박소유자 단체이며, 선원의 노동권 침해 대부분은 선박소유자로 부터 일어나고 있다보니 교육의 내용은 인권으로 치우친 것이 사실입니다.
해양수산부는 고양이한테 생선을 맞긴 꼴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