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패각의 재발견
굴 패각의 재발견
  • 김형기 충남대학교 해양환경과학과 교수
  • 승인 2023.03.15 06:5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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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충남대학교 해양환경과학과 교수
김형기 충남대학교 해양환경과학과 교수

[현대해양] 겨울이 찾아오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굴이다. 굴은 이매패강 굴목 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로 영양이 풍부하고 풍미가 강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식용으로 이용되어 왔다. 굴은 날씨가 쌀쌀해지는 11월부터 육질이 차기 시작해 4월 초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굴은 식용으로 널리 소비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굴 사랑은 지극하다. 무려 선사시대부터 식용 기록을 찾을 수 있으며, 전국 팔도에서 석화, 모려, 여합, 모합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오랫동안 먹거리로 사랑받아왔다. ‘동국여지승람’, ‘전어지’, ‘자산어보’ 등 여러 문헌에서도 오래전부터 굴을 식용으로 즐겨 이용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참굴, 바위굴, 벚굴 등 식용으로 이용되는 굴의 종류도 다양하다. 물론 굴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들도 전국 각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굴은 오래전부터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자리해왔다.

굴은 우리나라 연안에서 김과 같은 해조류와 함께 가장 오랫동안 양식해온 생물 중 하나이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1908년도에 광양만 내의 섬진강 하구에서 일부 양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굴 생산 증대를 위한 정책과 우리나라 천연의 리아스식 해안의 이점이 맞물려 세계적인 굴 양식국이 되었다. 우리나라 연체동물 양식 생산량은 약 400만 톤으로 전 세계 2위를 차지한다. 그중에서 참굴의 생산량은 약 30만 8,000톤으로 패류 양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준 높은 양식 기술과 많은 생산량으로 인하여 우리는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의 굴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신규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가능성

굴이 제철인 겨울에 통영 바닷가를 가보면 굴껍질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깐굴(알굴)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굴껍질을 전문적으로 까는 곳, 박신장에서 나온 굴껍질들이다. 박신은 껍질을 벗긴다는 뜻으로 굴껍질을 벗기는 공장을 박신장이라고 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굴을 먹고 남은 굴 부산물, 굴 패각은 매년 30만 톤에 이른다. 

최근 세계 연구진들은 굴 패각의 새로운 가치 블루카본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 블루카본은 바다에서 흡수되는 탄소를 의미한다. 현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규정하고 있는 블루카본의 범위는 맹그로브, 염습지, 잘피림 등 3가지로 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2021년 전 지구 탄소수지 보고서(Global Carbon Budget 2021)’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총 374억 톤의 이산화탄소(CO2) 중 108억 톤이 바다에서 흡수되었고, 104억 톤이 육상으로 흡수되어 해양에서 흡수하는 탄소가 더 많았다. 이런 통계로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은 탄소 흡수원이 더 있으리라 판단하고 탄소 흡수원 발굴 연구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 예로 최근 네덜란드 해양연구소는 각종 이매패류에 대한 블루카본량을 계산, 평가하여 블루카본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네덜란드의 블루카본 연구에 의하면 조개, 굴 같은 이매패류의 탄소흡수 기작(機作)은 바닷물의 탄산염 체계와 관련이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일부는 바닷물로 녹아들어 탄산을 거쳐 중탄산염과 탄산염으로 변한다. 

이매패류는 이 탄산염을 칼슘이온과 결합하여 탄산칼슘을 가진 패각을 만드는데, 이때 이산화탄소가 흡수·고정되게 된다. 이렇게 이매패류 내 축적된 탄산칼슘은 물과 이산화탄소와 다시 결합하여 중탄산염과 수산화이온을 발생시키는데 이를 알칼리화라고 하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다시 한 번 흡수된다. 

물론 이패매류가 성장하며 호흡, 배설하는 과정 중에 탄소를 배출하지만 패각 형성, 생체량 증가, 배설 퇴적물 침적 등으로 제거되는 탄소가 훨씬 더 크다. 버려지는 굴 패각에서 블루카본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탄소중립은 선택 아닌 필수

우리나라도 신규 탄소흡수원 발굴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최근 서울대 김종성 교수 연구팀에서는 우리나라 갯벌에서 한 해 동안 최대 48만 4,000톤의 온실가스를 흡수·저장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갯벌은 아직 국제적으로 흡수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세계 최초로 갯벌 탄소흡수 프로세스를 밝혀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더불어 지난해 해양수산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인 ‘블루카본 기반 기후변화 적응형 해안조성 기술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총 412억 원의 연구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 연구사업에는 서울대를 필두로 군산대, 충남대 등 다양한 연구기관이 참여하여 갯벌, 굴패각, 해조류, 대륙붕 퇴적물 등 신규 탄소흡수원 발굴, 국제인증 및 탄소흡수원 해안조성 기술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자국의 국가가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신규 탄소흡수원 개발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갯벌, 이매패류, 해조류 등 다양한 신규 탄소흡수원 후보군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 바다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강점들을 바탕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탄소흡수원 찾기에 나서야 한다. 선진국이 제시하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신규 탄소흡수원 프로세스를 연구하고, 선도하여 국제적으로 인증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제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이미 약 150개 국가에서 탄소중립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는 탄소배출량 9위로 탄소중립정책과 더불어 적극적인 신규 탄소흡수원 발굴이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연체동물 양식 생산국으로서 많은 단위면적당 생산량과 높은 수준의 양식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바다, 우리 해산물이 국제적으로 신규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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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패각 2023-03-29 22:48:14
치킨

진지환 2023-03-29 22:33:59

그레이트킹갓제너럴 2023-03-24 11:48:16

나그네 2023-03-21 11:01:57
유익한내용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