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66. 우포늪 생명길을 걷다(1)
청봉의 새이야기 66. 우포늪 생명길을 걷다(1)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3.02.11 22: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포 따오기의 우아한 비행
우포 따오기의 우아한 비행

아침 안개가 자욱이 내려 덮은 우포늪에는 온갖 생명들의 숨겨진 움터가 신비한 모습으로 하늘의 움직임에 따라 서서히 자신을 드러낸다.

추운 북극지역의 궁핍한 삶에서 살기 좋은 땅, 한반도, 우포늪을 찾아온 뭇 겨울철새들은 서로서로에게 ‘콱~콱~, 안녕’, ‘깨~액~깨~액, 안녕’ 아침인사를 나눈다. 우리들도 상쾌한 새 기운으로 ‘우포늪 생명길’을 가벼운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열 분의 대원으로 구성된 ‘설맞이 전국 탐조대’는 ‘구례 서시천’에서 산새와 강새, 순천만에서는 평화스럽게 먹이 활동 중인 수천 마리의 흑두루미들을 관찰했다. 지난 밤 늦게 기진한 체 우포늪에 도착하였지만 생명력이 가득한 기운 속에서 하룻밤의 쉼 사이에 기력을 회복하고, 우리들은 새날 아침에 ‘우포늪 생명길(이하 생명길) 걷기’에 동참할 수 있었다.

우포늪의 아침풍경
우포늪의 아침풍경

우리들에게 생명길을 안내할 우포늪 지킴이 이인식 선생께서는 벌써 대대제방 위에서 흰 수염을 휘날리고 우리를 기다린다. ‘독수리 먹이 나누기’에서부터 시작한 이 선생과 함께 한 생명길 걷기는 우포 따오기 복원 센터, 국내 최대 자연 내륙 습지, 람사르(Ramsar) 협약 보존습지, 수리부엉이와 둥지, 전망 좋은 사랑나무 이야기 등이 쉼 없이 이어졌다. 생명길은 보통 사람의 빠른 걸음으로 4시간 정도 소요되나 탐조인들의 야생의 생명에 대한 진지함과 이 선생의 우포늪에 대한 깊은 애정 어린 이야기들로 우리들의 걷기는 6시간 이상 소요되었다.

생명길 걷기가 끝나갈 쯤에 이 선생께서 고령 회천 방문을 제안했다. 회천은 낙동강의 합천창령보(이하 합천보) 바로 상류에서 낙동강으로 합쳐지는 낙동강의 지천이다. 회천은 합천보가 건설된 이후 높아진 수위 속에 회천의 아름다웠던 자연 상태의 모습을 감추었던 것이다.

관심 많은 시민운동가들과 환경운동가들의 끈질긴 설득과 노력의 결과로 2022년 12월 1일 합천보의 수문이 열렸고 낙동강물이 흘러내려가기 시작했다. 회천은 수위가 낮아져 모래톱과 은빛 모래가 가득한 자연 하천의 바닥을 드러냈다. 곧이어 12월 말경부터 회천에는 겨울 철새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천연기념물이며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국제적 보호 종인 ‘호사비오리’, ‘원앙’, ‘독수리’, ‘대백로’, ‘참수리’, ‘댕기물떼새’ 등의 겨울 진객들이 합천보의 수문을 열리고 강물이 흘러 스스로 수위를 낮추는 회천을 찾아왔다(다음 호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