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맹그로브 주산지 인도네시아와의 블루카본 협력
18. 맹그로브 주산지 인도네시아와의 블루카본 협력
  •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승인 2023.02.1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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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현대해양] 2021년 IPCC(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6차 평가보고서는 전 지구적으로 기후온난화가 10년 이상 빨라졌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반도의 기후변화 가속화는 좀 더 심각하다. 지난 30년 우리나라 기온은 1.22도 상승하여 세계 평균 0.84 대비 1.5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한편 지난 반세기 우리나라 연근해 표층 수온도 1.12도 올라 세계 평균 상승(0.52도) 폭과 비교하면 2배 이상 큰 것으로 확인됐다. 해마다 반복되는 기록적 폭우와 극한의 가뭄은 일상이 돼버렸다.

한편 기후변화의 또 다른 얼굴도 있다. 한반도 기후온난화는 식물의 재배한계선을 북상시켰다는 점이다.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기온 1도 상승 시 식물 재배한계선은 약 81km 북상한다고 한다. 과거 수입에 의존하거나 남부지방에서만 생산되던 다양한 아열대성 과일이 전국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최근 연이은 아열대성 과일의 성공적 재배와 국내 생산량 증가는 수익성 하락에 허덕이는 농가의 새로운 희망이 됐다.

 

 

한반도 해역에 아열대성 해양생물 유입 증가

육상에서 식물의 재배한계선이 북상하듯, 해양에서도 같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해양생물은 육상생물보다 유입속도가 빠르다고 알려져 있는데, 지난 10년간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는 50여 종 이상의 열대성 어종이 새롭게 발견됐다. 지난 2016년 제주 남동부 바다에는 열대성 가죽산호류(Leather coral)가 안착했고, 2020년에는 열대 해양포유류인 흑범고래 200여 마리가 남해 거문도 일대에 처음 나타났다. 최근 우리 연구팀은 열대성 산호에 기생하는 십각류(게)의 제주해역 첫 출현을 보고하기도 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아열대성 해양생물의 한반도 유입은 이제 현실이 됐다.

최근, 우리 연구진은 아열대에만 서식하던 맹그로브(염습지에서 자라는 나무)의 한반도 유입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동아시아 일대에 서식하는 맹그로브 나무는 대략 26종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 26종, 그리고 일본에 6종이 서식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맹그로브 서식종이 확인된 바 없다.

기후변화 기인 아열대성 해양식물 관리기술 개발
기후변화 기인 아열대성 해양식물 관리기술 개발

동아시아 서식 맹그로브 중에서 칸델리아 캔들(Kandelia candel) 종은 추위가 가장 강하고 최저기온 –8도에서도 생존한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이 종의 북방한계선은 일본 규슈섬 사가현 남부로 위도상 제주도 남부에 해당한다. 우리는 맹그로브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연평균 및 최한월의 수온과 기온을 분석한 결과 맹그로브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최근 학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아직 방법론적 한계는 있지만, 아열대성 생물의 한반도 유입이 점차 증가하는 지금, 맹그로브 또한 언젠가는 유입, 정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연구가 시급하다. 예를 들면, 맹그로브의 분포와 서식지 특성, 조위, 저온이나 염분에 대한 내성, 발아온도 등 다양한 생태적 특성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맹그로브의 유입 시기와 종류, 그리고 분포 및 확산 범위에 대한 예측 등 구체성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아울러 2016년 갯끈풀 유입이 확인되고 해수부에서 ‘유해해양생물’로 지정될 때 과학적 근거가 빈약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외래종이라 하더라도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이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맹그로브 종 칸델리아 캔들(Kandelia candel)의 분포지역
맹그로브 종 칸델리아 캔들(Kandelia candel)의 분포지역

해양 외래식물 관리 기술개발 시급

우리 관점에서 맹그로브는 분명 외래종이다. 그런데 맹그로브가 탄소를 흡수해주는 ‘블루카본’이란 점에서 유해해양생물로 지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잘 알다시피, 2013년 IPCC 특별보고서는 바다의 탄소감축원인 ‘블루카본’으로 ‘맹그로브’, ‘염습지’, 그리고 ‘잘피림’ 세 서식지만을 인정했다. 특히, 맹그로브는 뿌리가 깊고 왕성하게 자라서 산림과 같은 울창한 숲을 이룬다.

탄소 침적(퇴적층 저장) 관점에서 맹그로브는 면적 1ha당 연간 1.62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이어서 염습지 0.91톤, 잘피림 0.43톤 순이다. 맹그로브는 단연 가성비가 가장 높은 블루카본의 대표주자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이 화두인 지금, 해양 탄소흡수원의 추가 발굴이 시급한 우리나라가 맹그로브 유입을 외래종의 재앙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맹그로브 유입에 따른 생태계 및 가치 평가 기술은 부재하다. 국내의 기존 외래종 관리정책은 침입외래종의 방제와 박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국내 유입과 정착이 예상되는 이로운 아열대 종에 대한 관리와 국내 토착 생물과의 상생 유도 등을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따른 관리 계획이 필요하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연구진은 맹그로브 유입과 확산에 대응할 수 있는 선제적 연구가 필요함을 강조해왔다. 주요 연구개발 기술 분야를 크게 6개로 요약해보면, ①아열대 식물 분포 모니터링 ②주요 아열대 식물 생태계 영향 ③아열대 식물의 유입, 경로, 및 확산 예측 ④아열대 식물의 관리 ⑤아열대 식물의 종별 탄소흡수력 평가 ⑥주요 아열대 식물종 육성 등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한반도 유입 가능성이 큰 해양 외래식물에 대해 목적형 기술개발 연구가 더 늦기 전에 시작됐으면 한다.

 

한·인니 ‘블루카본’ 국제협력 노력과 성과

지난 1월 9일부터 11일까지 인도네시아(이하 ‘인니’) 발리에서 ‘제2회 한-인니 블루카본 전문가 워크숍’이 개최되었다. 워크숍은 대한민국 해양수산부와 인니 해양투자조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서울대 블루카본사업단을 포함하여 양국 블루카본 및 기후변화 관련 정부, 학계 등 관계기관 전문가가 대거 참석하여 성황리에 종료됐다.

지난 1월 발리에서 열린 ‘제2회 한-인니 블루카본 전문가 워크숍’
지난 1월 발리에서 열린 ‘제2회 한-인니 블루카본 전문가 워크숍’

한국과 인니의 블루카본 국제협력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21년 5월 한국에서 열렸던 P4G 해양특별세션과 10월 해양수산부 장관의 인니 방문을 통해 양국은 기후변화대응 협력을 약속했고, 한국과 인니는 2021년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당사국총회(COP26)에서 블루카본을 주제로 공동 부대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번 제2회 전문가 워크숍은 2022년 시작된 한-인니 블루카본 국제협력을 위한 두 번째 전문가 워크숍으로 양국의 블루카본 자원개발에 대한 실질적 교류방안이 논의됐다.

더불어 양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개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도출됐다. 인니는 자국의 높은 블루카본 잠재량을 활용하여, 전 세계 여러 국가와 ODA 협력사업을 지속해서 발굴해왔다. 이번 행사에서 양국은 블루카본 ODA 사업계획을 구체화하여 2024년부터 블루카본 생태계 강화를 목표로 하는 장기 ODA 사업을 계획한 것이다. 주요 세부 사업으로 국가 맹그로브 블루카본 지도 구축, 갯벌을 포함한 맹그로브 서식지의 탄소저장량 조사, 블루카본 연구인력 양성 및 역량 강화, IPCC 갯벌 블루카본 온실가스 인벤토리 등록 협력 등의 구체적인 청사진과 로드맵이 논의됐다.

나는 ODA 사업 논의 때 인니 과학자가 가진 갯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인니의 경우 바다 바로 앞에 울창하게 숲을 이룬 맹그로브 덕분에 멀리 나가야만 볼 수 있는 갯벌에 대해서는 크게 인지하지 못하고 점이 매우 아쉬웠다. 또한, 맹그로브 서식지 사이 사이에 발달해 있는 갯벌도 맹그로브 일부라는 인식은 우리로서 아쉬운 대목이었다.

나는 토론회에서 인니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넓은 갯벌(약 1만 4,000㎢)을 보유한 국가임을 강조하면서, 맹그로브뿐만 아니라 갯벌 블루카본 연구도 함께 진행해야 함을 역설했다. 우리 블루카본사업단은 인니 갯벌 블루카본에 대한 공동조사를 제안했고, 인니 과학자의 공감대를 끌어냈다. 올해부터 시작할 인니 갯벌 블루카본 연구가 ODA 사업에 앞서 사전성과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는데 한·인니 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가 큰 역할을 했다. 해당 센터는 한국 해양수산부와 인니 해양투자조정부 간의 이행협정을 통해 2018년 9월에 개소했다고 한다. 한국 해양과학기술원과 인니 반둥공대가 공동 운영하는 국가 간 공동연구센터다. 한국 측 박한산 센터장은 인니 측 정부, 연구소, 대학의 30여 명 전문가를 대거 초청해서 우리 블루카본사업단과 심도 있는 토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해당 센터는 인니 해양생태계의 현장 조사뿐만 아니라, 자카르타 사무실을 기점으로 인니 부처, 연구기관, 대학 주요 인사로 TF팀을 운용하면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고 한다. 이번 제2회 한·인니 블루카본 전문가 워크숍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양국 교류의 진정성을 확인하면서 구체성이 담보된 행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인니 발리섬 남단 맹그로브 복원지 방문

인니에 서식하는 맹그로브의 총면적은 대략 3만㎢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전 세계 총 맹그로브 서식지 면적인 13만 6,000㎢중 약 20%를 웃도는 것으로 단일국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최근 블루카본이 국제적으로 이슈화되면서 인니는 맹그로브의 관리와 복원에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 수십 년 맹그로브 숲을 밀어내고 안주인이 된 새우양식장이 골칫거리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 갯벌이 간척의 희생양이 된 것과 다름없다.

우리는 운 좋게도 인니에서 맹그로브가 복원된 유일한 지역이 마침 행사장 근처에 있어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맹그로브 복원지는 타만후탄라야응우라라이(Taman Hutan Raya Ngurah Rai) 산림공원인데, 1992년부터 현재까지 약 10㎢ 이상의 맹그로브 서식지를 복원했다고 한다. 또한, 2010년부터 방문객들에게 개방되어, 맹그로브의 역할과 복원 과정이 일반인에게도 공개되어 맹그로브 복원에 대한 국민 인식 증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전해 들었다.

특히 이곳은 2022년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주최국인 인니 대통령이 각국 정상에게 맹그로브 복원계획을 설명하고 의견을 나누었고, 깜짝 행사로 맹그로브 모종 식수 행사도 진행하면서 큰 여운을 남겼다고 한다. 지난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니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리더쉽이 큰 숙제가 된 셈이다.

 

한·인니 국제교류의 접점, 갯벌과 맹그로브

2009년 국제사회에 블루카본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후, 인니는 그동안 자국의 수많은 맹그로브 자원을 활용하여 다른 국가와 다양한 ODA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한국의 매우 중요한 파트너 국가 중 하나가 됐다. 해수부의 ‘탄소네거티브’ 목표(-324만톤)의 중요한 전략이 블루카본(-135만톤)인 만큼 갯벌과 맹그로브의 최대 강국인 인니와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한·인니의 블루카본 국제협력은 미묘하게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다. 인니는 갯벌 최대보유국이지만 아직 해당 연구에 대한 지식, 기술, 관리정책이 미흡하지만, 우리는 갯벌 블루카본의 선봉에 서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현재 맹그로브 숲은 없지만, 머지않은 미래 한반도에 상륙할 수 있는 맹그로브에 대한 이해와 활용에 대해 고민할 때다. 물론, 인니를 비롯한 국외에서 맹그로브 조림 청정개발체제(CDM) 사업 등을 통한 탄소배출권 확보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여러 측면에서 한·인니의 블루카본 협력은 장기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 확신한다.

2019년 유럽연합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주요 선진국이 2050 탄소 중립의 중기목표로 2030 감축 목표를 상향해왔다. 최근 들어 보다 많은 국가가 블루카본에 높은 관심을 표시하며 후발주자로 나서고 있음을 나는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COP28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블루카본에 대한 국민인식과 애정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우리 블루카본사업단의 역할과 성과가 그만큼 주목받고 있어 부담도 되지만, 해양과학이 국가적, 그리고 전 세계적 난제인 기후변화를 풀 수 있는 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음에 뿌듯하고 보람차다. 올여름 시작할 드넓은 인니갯벌 조사가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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