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구잠수기수협 ‘잠수기어업 100년’ 역사 쓰다
제1,2구잠수기수협 ‘잠수기어업 100년’ 역사 쓰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3.02.1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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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기전승(漁技傳承) 중요
잠수기수협 김정길 조합장(중앙)과 직원들
잠수기수협 김정길 조합장(중앙)과 직원들

[현대해양]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감소되고 수산자원 보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어획강도가 낮은 잠수기어업이 주목받고 있다.

잠수기(潛水器)어업은 1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어법이다. 잠수기 어업이 해녀들의 나잠어업과 다른 것은 어선에서 공기압축기를 통해 공기를 공급받으며 개조개, 키조개, 왕우럭조개 등 패류를 채취한다는 것이다.

잠수기어업은 잠수부 1명, 선장 1명, 보조선원 1명 등 보통 3명이 한 조를 이뤄 조업한다. 수심 40m 내외까지 내려가 개조개, 키조개, 왕우럭조개 외에도 (물)바지락, 홍합, 해삼, 미더덕, 개불, 멍게 등을 어획한다.

잠수기어선주들을 조합원으로 둔 잠수기수협은 2곳이 있다. 잠수기수협은 일제강점기 잠수기수산회를 모태로 만들어졌다. 잠수기수협은 부산, 울산, 경남, 경북, 강원도 일대를 아우르는 제1·2구잠수기수협과 여수와 서해 일대를 업무구역으로 하는 제3·4구잠수기수협으로 나뉜다. 이 중 규모가 큰 제1·2구잠수기수협에는 123명의 조합원이 가입, 활동하고 있다. 제1·2구잠수기수협은 부산 본소 외에 마산, 통영, 거제까지 총 4개의 위판장을 갖춘 전국 최대 규모의 패류 수협이다. 제1·2구잠수기수협은 지난해 약 5억 원(세후)의 당기순이익도 실현했다.

 

판매장 겸한 관광 도심형 위판장

잠수부가 잠수하고 있다.
잠수부가 잠수하고 있다.

부산 자갈치시장 한가운데 위치한 관광 도심형 부산 위판장은 잠수기수협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4개 위판장 중 최대 실적을 내는 부산 위판장의 위판액은 매년 100억 원대의 위판 실적을 올린다. 경매 시각은 어둠이 채 걷히지도 않은 새벽 4시 30분. 선도 유지가 매우 중요한 만큼 타 수협의 활·선어 경매 시각보다 빠르다. 경매가 끝난 위판장은 수산물 판매장으로 변한다.

1962년 통영에서 창립된 제1·2구잠수기수협은 이듬해 부산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지금의 본소 건물은 김정길 조합장이 2010년 일본 누마즈 어시장에 견학 가서 도심형 관광위판장을 보고 관광명소 영도대교와 자갈치시장을 연결하는 최적의 입지에 새로 건립한 것이다. 2014년 전국 최대 규모의 패류 위판장이 현재의 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위판장 건물은 총사업비 39억 6,000만 원(국비 8억, 시비 6억 포함)을 들여 부산시 중구 남포동 4가에 들어섰다. 이 건물은 4층 규모로 A, B, C동 3개 동으로 구성됐다. 대지면적 1,400.9㎡(423.7평)에 건축면적 2,557.96㎡(766.4평)이다.

 

13년간 자본금 1,000% 증가

3선의 김정길 조합장은 55년간 제1·2구잠수기수협을 지켜온 잠수기어업의 역사 그 자체다. 김 조합장의 잠수기수협과의 ‘필연’은 급사로 시작됐다. 상고 졸업 후 1968년 급사로 잠수기수협에 발을 들여놓은 김 조합장은 정규직원, 상임이사를 거쳐 조합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첫 조합장 임기는 2010년에 시작됐다. 직원으로서 40년 근무를 마친 뒤 수협 주변에서 최적격자로 추천돼 조합장 선거에 나선 것이다.

오래 전 조합원 자격을 갖춘 그는 첫 도전인 2010년 조합장 선거에서 막강한 후보를 따돌린 뒤 내리 3선에 성공, 13년간 수협을 이끌어왔다.

김 조합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1년 이래 2016년, 2019년 단 2년을 제외한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출자배당과 이용고 배당을 실시했다. 구체적으로 재임기간 동안 총 20억 8,9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으며, 총 14억 8,400만 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그리고 6억 500만 원의 사업준비금(임의적립금) 적립을 달성했다.

새벽 패류 경매
새벽 패류 경매

출자금은 취임 직전인 2009년 15억 1,409만 원 대비 100% 이상 증가한 31억 9,313만 원을 기록했다.

그 사이 취임 당시 17억 원이었던 조합 자본금은 180억 원으로 1,000% 이상 증가했다.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이는 적기시정조치 조합에서 경영정상화를 이룬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하겠다.

이 외에 △바다마트 건립(2015년) △마산지소 신청사 부지사용 승인 및 신축(2021년) △삼천포지소 부지사용 승인 취득(2021년) △통영지소 위판장 신축부지 물량장(잔교식) 조성사업 확정 △부전동지점 부지취득 및 신축(2016년) △거제시 장목항 어촌신활력증진사업에 ‘잠수부 양성센터’ 등 잠수기어업존(ZONE) 반영 △해양수산부 어업규제완화 시범사업에 바지락 채취 시 흡입기 사용 허용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이뤘다.
김 조합장은 2015년 5월 31일 바다의 날에 석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수산업 발전, 어업인 소득 증대, 수산의 미래산업화 추진방향 제시 등의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김정길 조합장이 수산물 판매장에서 중도매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정길 조합장이 수산물 판매장에서 중도매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흡입기 사용 시범사업

바지락 채취 시 흡입기 사용 시범사업의 경우 잠수부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바지락은 개조개와 동일 서식 환경의 상층부에 서식하기 때문에 이를 포획하지 않으면 하층부의 개조개 자원이 폐사돼 개조개 자원은 감소될 수 있다는 것이 잠수기수협 측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규정대로라면 갈퀴로 바지락 작업을 해야 하는데 바지락 크기는 작은 반면 갈퀴 작업은 어획 강도가 매우 낮아 수중에서 장시간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에 봉착하고 만다. 오랜 잠수는 잠수병과 골괴사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바지락 채취에 대한 효율적인 도구가 필요한데 편리한 도구를 불법으로 단속해왔으니 말이다. 총허용어획량 만큼만 채취한다면 흡입기 사용으로 인한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잠수기수협 측의 의견이다. 흡입기 사용 시범사업은 내달 시행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규정대로라면 갈퀴로 바지락 작업을 해야 하는데 바지락 크기는 작은 반면 갈퀴 작업은 어획 강도가 매우 낮아 수중에서 장시간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에 봉착하고 만다. 오랜 잠수는 잠수병과 골괴사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바지락 채취에 대한 효율적인 도구가 필요한데 편리한 도구를 불법으로 단속해왔으니 말이다. 총허용어획량 만큼만 채취한다면 흡입기 사용으로 인한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잠수기수협 측의 의견이다. 흡입기 사용 시범사업은 내달 시행 예정이다.

앞서 2019년 경남도에서는 거제 북부해역(825ha) 바지락 채취시 분사기 사용을 승인하기도 했다. 제1·2구잠수기수협에서 10년 간 공을 들인 결과이기도 하다.

김 조합장은 “친환경적인 잠수기어업의 전승(傳承)을 위해 어업인들에게 가해지는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며 “잠수기어업은 위험직종이다. 생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유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길 조합장이 판매장을 겸한 관광 도심형 위판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길 조합장이 판매장을 겸한 관광 도심형 위판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잠수부 양성센터’ 꿈 이뤄진다

거제시 장목항 어촌신활력증진사업에 ‘잠수부 양성센터’ 등 잠수기어업존(ZONE) 반영 또한 미래지향적인 성과다.

장목항은 잠수기어업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123명의 조합원 중 거제에만 32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26척의 어선이 장목항 선적이다.

과거 잠수기어업은 어선어업 중 호황을 누리던 업종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기르는 어업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면서 조업장소가 축소됐다. 김 조합장은 잠수기어업의 쇠퇴를 보며 안타까움을 많이 느낀단다.

그는 “해양 오염과 수온 상승으로 해저 생태계가 파괴되고 수산자원도 현저히 줄었다”고 말하고 “뿐만 아니라 인력의 고령화가 심각한데 일이 어렵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이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잠수기 어업기술 전문인력 양성 및 잠수병 예방센터’ 건립, 거제지소 위판장 및 패류 판매장 건립사업을 추진해왔던 것. 그 꿈이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후 사업은 후임 조합장의 몫으로 남겨두고 3월 20일 퇴임할 예정이다.

제1·2구잠수기수협은 ‘잠수기어업 100년사’ 출판을 앞두고 있다. 김 조합장은 “다들 나이 들고, 세상을 떠나 잠수기어업 역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이 역사서(100년사)만큼은 우리 수협에서 꼭 내고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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