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인력 해소 방안’ 실효성 있나
‘조선업 인력 해소 방안’ 실효성 있나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3.02.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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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불은 끄겠지만, 중장기적 대책 필요해”

[현대해양]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심각한 인력난으로 인해 위기에 봉착했다. 법무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6일 ‘조선업 외국인력 도입 애로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외국인 예비추천 및 고용추천 처리 기간 단축 △조선업 비자 신속 심사제도 운용 △외국 인력 도입 허용 비율 확대 △국내 유학생 E-7-3 비자발급요건 완화 △숙련기능인력(E-7-4) 확대 △조선 분야 별도 쿼터 신설 등이다.

 

정부, 조선 인력난 해소 나서

조선업계는 다단계 하청 구조, 저임금 등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어왔다. 특히, 2013년 말부터 부실, 적자확대, 수주가뭄, 대규모 구조조정 등으로 수많은 기술자가 현장을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동안 임금은 하락하고, 3D업종 기피 현상은 더욱 심해지며 조선업 현장은 인력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겪고 해운업의 호황을 겪으며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지난해 연간 수주 목표치 초과 달성에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 이에 정부가 인력난 해결에 나섰다.

먼저 법무부는 20명 규모의 특별심사지원인력을 부산·울산·창원·거제·목포 등 5개 지역에 4명씩 파견해 사전심사부터 비자발급까지 소요기간을 현재 5주에서 10일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다.

기업별 외국 인력 도입 허용 비율은 20%에서 30%로 2년 동안 확대하는데, 조선과 관련 있는 국내 이공계 학과 졸업 유학생에 대해서는 E-7-3비자 발급 시 실무능력검증을 면제한다.

숙련기능인력(E-7-4)에 대한 연간 쿼터도 2,000명에서 5,000명으로 확대한다. 조선 분야에 400명 별도 쿼터를 신설하는 한편,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주요 국가의 고졸 이상 연수생이 국내 교육기관에서 용접 등 기능교육을 이수할 경우 E-7으로 전환하는 제도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영사인증에 걸리는 시간도 줄인다. 태국의 정부가 경력·자격을 직접 확인·인증해 영사인증에 걸리는 시간을 줄인 사례를 도입해 인도네시아·스리랑카·미얀마 등 주요 타깃 국가의 자격·경력·학력을 해당 정부에서 인증하도록 협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산업부는 예비추천 신청(도입업체)부터 예비추천(조선협회)까지 평균 5일이 소요되는 처리 기간을 3일 이내로 단축한다. 조선업 밀집 지역에는 ‘조선업 현장애로 데스크’를 설치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인력 등 현장 애로점도 신속하게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 마련할 때”

이러한 정부의 대책이 당장 필요한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인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한국조선해양플랜트의 ‘2022년 조선·해양산업 인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조선업계에 부족한 인력은 약 9,500명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인력난은 올해 더욱 심화돼 공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됐으며, 올해 국내 조선업 생산직 근로자는 1만 2,872명이 부족할 것으로 조사됐다.

인력이 부족한 이유로는 △경기변동(호황·불황)에 따른 인력 수요 변동 (44%) △인건비 부담(20%) △필요인력이 타 업체로 스카웃(16%) △도장 관련 전공자나 경력직 부족(12%) △인력의 잦은 이직과 퇴직(8%) 등의 순으로 확인됐다.

또한, 미충원 인력 발생의 사유로는 저임금이 41%, 구직종 기피 직종이 33.3%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력난에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준수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학과장은 “현재는 정말 급한 상황이니까 기술인력을 해외에서 수급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 일이 또 다른 사회적인 문제들을 야기시킬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학과장은 무엇보다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와국인 전문인력은 임시방편일 뿐 지속적으로 시행할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국내의 기술 인력 수급이 원활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이 터지고 나서 대안을 찾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조선산업이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데 많은 고민을 해야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유럽이 조선업에서 오랫동안 선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학문적인 분야와 실용적인 분야 양 측면에서 꾸준한 지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조선 분야의 인력을 양성하는 학문 체계나 기술자의 노하우를 활용하는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에 이미 많은 기술력을 외부로 유출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국가적 손실이었다”라며, “우리나라의 메인 제조업인 조선과 자동차 산업 없이는 선진국 대열에 머물기가 어려울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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