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감척, 얼마나 해야 하나
어선 감척, 얼마나 해야 하나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3.02.10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수부, “내년부터 제3차 연근해어업 구조개선 기본계획”
연근해어업 생산량 추이
연근해어업 생산량 추이

[현대해양] 지난해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90만 톤을 밑도는 것으로 잠정 집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척사업 방향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30년 가까이 연근해어업 감척(減隻)사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당초 목표였던 수산자원 보호와 지속 가능한 수산업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연근해어선 총 3만 9,884척이다. 이는 감척사업이 시작된 1994년 이래 2만 여척의 배를 줄인 결과다.

연근해어선 감척사업의 실적을 살펴보면, 정부는 1994년부터 2021년까지 28년간 약 1조 9,000억 원을 투입해 2020년 기준 국내 연근해어선 총 3만 9,884척의 약 52.7%에 해당하는 총 2만 1,000여 척을 감척했다. 이런 감척 성과에도 수산자원량 회복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1972년 이후 100만 톤 이상을 유지해왔으나 2016년 44년 만에 처음으로 90만 7,000톤을 기록해 100만 톤 이하로 떨어졌고, 2017년에도 92만 7,000톤에 그쳤다. 그러다 2018년에 100만 8,000톤을 기록하면서 다시 100만 톤 대를 회복하는 듯했으나 2019년에 91만 4,000톤을 기록함으로써 다시 100만 톤 아래로 떨어진 뒤 회복하지 못하고 가장 최근인 지난해에는 90만 톤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해수부는 생산성 감소 원인을 유가 상승과 기상악화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를 주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반면에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말 펴낸 ‘「연근해어업의 구조개선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연근해어선 감척사업의 입법영향분석’ 연구서에서 2000년부터 2021년까지 22년간 감척 실적은 총 1만 9,747척으로 이는 감척 계획인 5,116척 대비 추진율이 약 386%에 달하며, 동기간에 예산 집행률도 약 446%로 나타나 당초에 사업 계획과 예산 규모를 적절하게 편성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정부 직권지정 감척 방식이 도입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9년간 감척 실적은 총 2,905척으로 계획 3,680척 대비 추진율은 약 79%에 그쳐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을 꼬집었다.

 

“2022 연근해어업 생산량 90만 톤 안돼”

여기서 의문을 제기하는 어업인들이 있다. 배를 줄이고 TAC(총허용어획량)를 80%까지 확대하면 정부가 목표로 세운 ‘2023년 수산자원량 400만 톤 회복, 연근해어업 생산량 110만 톤 달성과 유지’가 이뤄질 것이냐는 것이다. 이는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수산혁신 2030계획’이다. ‘수산혁신 2030계획’처럼 2030년까지 연근해 자원량을 503만 톤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과연 어선이 많고 어업인들이 남획해서 수산자원이 감소되는 걸까, 지속 가능한 수산업은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적정 감척은 몇 척, 즉 적정 어선세력은 몇 척일까 묻고 있다.

연도별 어가소득, 어업소득, 어업경영비 변화 추이(1990~2020년)
연도별 어가소득, 어업소득, 어업경영비 변화 추이(1990~2020년)

유제범 국회 입법조사관은 “정부가 ‘제2차 연근해어업 구조개선 기본계획(2019~2023)’에서 연근해어선 감척사업 등을 통해 2022년 수산자원량 400만 톤, 연근해어업 생산량 110만 톤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는 이와 같은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유 조사관은 “현재까지 사업 결과로 볼 때, 연근해어선 감척사업이 연근해어업 생산성 및 어업소득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며, 수산자원의 회복, 연근해어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어업소득 향상이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감척사업의 정확한 효과분석을 위해서는 현재 추진 중인 다양한 수산자원 관리 정책 등 기술적인 요인, 기후변화(수온상승) 등 환경적인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간에 걸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 실시한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90만 톤 언저리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수산자원 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는 여론이 증폭되고 있다.

반면 해양수산부는 연근해어업의 경쟁력 제고와 수산자원 회복을 위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이어진 제1차 연근해어업 구조개선 기본계획 기간 동안 총 1,690척(연안 1,646, 근해 44)을 감척했다.

또 지난 2019년 ‘제2차 연근해어업 구조개선 기본계획(2019~2023)’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매년 ’근해어선 감척 시행계획을 수립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946억 원을 투입, 12개 업종, 219척을 감척한 바 있다. 연안어선의 경우 시·도지사가 감척계획을 수립해 시행했는데 2019~202년 4년간 750척을 감척했다.

‘제2차 연근해어업 구조개선 기본계획’ 마지막 연차인 올해는 대형선망 2선단(12척), 근해채낚기(3척), 근해연승(9척), 대형트롤(2척), 쌍끌이대형저인망(1척), 동해구중형트롤(1척), 근해통발(8척), 근해자망(3척) 등 8개 업종 근해어선 39척과 지자체에서 작년 수준인 80여 척을 감척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은 어선으로 많은 고기를 잡는다?

연근해어업 수산자원량 및 어업생산량(1990~2020년)
연근해어업 수산자원량 및 어업생산량(1990~2020년)

감척사업에 비판적인 시각은 또 있다. 정석근 제주대 교수는 ‘정석근 교수의 되짚어보는 수산학’ 단행본에서 “고기를 잡으려면 어선이 필요하다. 어선이 0척이면 어획량은 0이다. 또 어선 1척이 잡는 것보다 2척이 잡는 것이 고기를 더 많이 잡는다. 어선수가 많아져야 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어선수를 줄이는 감척사업으로 장기적으로 연근해 어획고가 늘기를 바라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주장이다”라고 일갈했다.

게다가 정 교수는 “노령화와 어가수 감소로 수산업 자체가 사양길인데 이런 감척사업은 빨리 뛰어내려 죽으라고 뒤에서 등 미는 격”이라고 까지 표현했다.

감척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광남 해양수산정책연구소 소장은 “1992년 연근해어업 구조조정을 위한 계획수립 및 조사연구 결과, 어선세력이 자원수준에 비해 23~53%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1993년 연근해어업 구조조정을 위한 조사연구를 통하여 최초로 어선감척계획이 수립됐으며, 1994년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1990년 제정) 제11조 규정에 의거 감척사업이 시작되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소장은 어업구조 개선사업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현대해양 기고문에서 “연근해어업구조 개선사업의 문제점으로는 첫째, 수산자원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수산자원량(stock)보다도 어획노력량(어선척수 등)이 많다는 증거이다. 둘째, 감척에 따라 어선척수 및 총톤수는 감소했으나 평균 마력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어선규모(10톤)를 기준으로 한 연안-근해 구분방법과 어업현실간 괴리가 심화되고 업종간 갈등 및 자원고갈 가속으로 연안어업-근해어업 갈등이 심화되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꼬집었다.

이 소장은 어획강도가 높은 근해어선 등 감척을 위해 2014년부터 직권감척을 실시하고 있으나 폐업지원금에 대한 어업인 불만이 많고 직권감척 대상 선정 기준 및 절차 등에 불복한 어업인 소송이 빈발하는 등 감척제도 개선에 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감척에 긍정적인 시각은 또 있다. 김성호 한국수산업경영인엽합회장은 “TAC 특별감척 예산으로 1조 원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1999년에 시행됐던 국제감척의 예산이 1조 700억 정도였는데 그때와 마찬가지로 어업환경은 나아지지 않았고 더 나빠진 상황이므로 TAC 특별감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노르웨이 역시 4만 척의 어선을 8,000여 척으로 감척해 분쟁과 자원회복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하는데 이 역시 감척을 위해 예산이 대규모로 집행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TAC 특별감척 예산 1조 원 편성과 수산발전기금 조성 또한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어업인은 “유류비 상승, 인건비 상승, 외국인 노동자 이탈 등으로 출어하면 오히려 손해가 날 것을 우려해 출어 결정조차 쉽게 내리지 못하는 날이 많다. 바다 속 수산자원 여건을 손바닥 보듯 할 수 없으니 요즘 같은 악조건에서는 출어결정이 더 고민이라 감척을 고려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감척 원하는 어민도 많아

해수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경규 해수부 수산정책실장은 “감척은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한다는 것과 어업 경영수지가 맞지 않는 어업인들을 지원하기 위함도 있다”며 “감척을 원하는 어업인들도 많은데 예산이 못 따라 가는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감척을 희망하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 감척은 얼마나 해야 할까? 여기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먼저 해수부는 적정 감척을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모 연구기관에서 ‘효율적 연근해어업 구조조정을 위한 개선방안 연구’를 수행하고 막바지 수정, 보강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해수부는 내년부터 시행될 제3차 연근해어업 구조개선 기본계획(2024~2028)‘을 수립할 계획이다.

대체로 어업구조 개선사업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해야만 감척사업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광남 소장은 “일반적으로 수산자원의 고갈이라는 공유자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방향의 정책이 존재한다. 하나는 어선척수를 비롯한 어획노력을 통제하는 정책(Input Control System)이고, 다른 하나는 최종생산물인 총어획량을 통제하는 정책(Output Control System)이다. 따라서 이러한 생산요소를 규제하는 정책(어획노력량 및 총허용어획량 규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정박중인 어선
정박중인 어선

“어선 대형화, 현대화 해야”

이에 대해 정석근 교수는 “감척을 원하는 어업인은 경영수지가 맞지 않아 그러는 건데 주로 영세 어업인들이다. 그들에겐 현대화, 대형화 된 새 배를 지어주어야 한다”고 해결책을 내놓았다. 정 교수는 “냉동고를 갖춘 대형선으로 멀리 대화퇴 등에서 장기 조업한다면 수지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제범 입법조사관도 해결책을 내놓았다. 유 조사관은 “미국의 해양대기청(NOAA)에 의하면 북서태평양(우리나라, 일본 쪽 태평양을 말함)에 서식하는 약 30여 종의 어류가 최근 40년 사이에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와 같은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수산정책이 관련 국가의 현안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수온상승)가 연근해어업 자원분포와 이에 따른 어업생산량에 미친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어업허가 재조정을 포함한 어장 재조정, 어구·어업 기술개발, 감척사업 등 연근해어업 구조혁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폐선
폐선

유 조사관은 감척사업으로 연근해 어선수는 상당한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수산자원량은 기대한 바와 달리 회복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어업생산량과 단위노력당 어획량(CPUE)도 감소하는 등 어업생산성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연근해 수산자원의 어종들 상당 부분이 산란-섭이-성장 등 생태학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우리나라 주변국의 경계를 왕래하는 회유성 어종이기 때문에 연근해어선 감척사업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서는 주변 해역의 수산자원에 대하여 주변국 간 공동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어업생산기반만 약화되는 결과만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수산자원관리 정책의 실효성 측면에서 주변국과의 공동관리체계 구축은 자원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수산자원평가 과정에서 이들 회유성 어종들에 대한 자원평가는 국내 어획량 통계뿐만 아니라 이들 주변국들의 정확한 어획통계를 확보하여 반영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고려한 수산자원평가 및 사업의 사후 효과분석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성도 지적됐다.

감척사업으로 국내 어선어업의 어획능력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 관련 업계에서는 감척사업이 수산자원 회복 및 어업경영 여건 개선 효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직권지정 감척방식에 대하여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주기적인 수산자원평가 및 비용편익분석과 그 결과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이와 같은 논란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적정량은 얼마?…”

마지막으로 연근해어선 감척사업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감척 후 동종 어업으로의 재진입을 제한하고 잔존 어업자들에 의한 대상 어업에서의 어획노력량 증가를 억제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어업인들은 감척 직권지정 방식에 대해 강한 이견을 보이고 있어 정부는 직권지정 방식의 감척 사업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인 어업인들에게 수산자원평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추진의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성원 해수부 어업정책과장은 “감척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연구 용역을 하고 있어 용역이 끝나는 대로 추가 감척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