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생태계 가치 평가 방법 개발 필요하다
섬 생태계 가치 평가 방법 개발 필요하다
  • 이상규 서울대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 책임연구원
  • 승인 2023.02.08 13:5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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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서울대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 책임연구원

[현대해양] 섬은 헌법 제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언급될 정도로 영토로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 나아가 국가 경계, 배타적 경제수역, 해양자원구역, 어로구역 등을 결정하는 데 섬의 역할이 크다. 한편 일반인에게 자연자원으로 수산물은 물론이고 관광과 같은 경관자원을 선사하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일찍이 외국에서는 도서(島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섬 문화와 자원 활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고, 국가 차원의 해양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미국의 경우 섬을 주관하는 독립된 부처(Ministry) 수준의 기관은 없지만 다양한 부처에서 섬을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유인도 중심으로 섬 관리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프랑스는 시설교통주택관광해양부가 해양행정 주무부처로 섬을 관리한다. 우리나라와 황해를 공유하는 중국의 경우도 국토자원부 산하 독립청인 국가해양국에서 섬을 관리하고, 대부분의 유럽 국가도 내륙에 비해 낙후된 섬을 지역결합정책으로 특성화하고 구조기금 지원을 활성화하는 등 선진적 섬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섬이 많은 나라

미국 지도제작회사인 월드아틀라스(Worldatlas)의 세계도서국가에서 한국은 4,400개로 12위에 랭크될 정도로 섬이 많은 나라이다. 현재 해양수산부에서 발표한 섬은 3,382개(유인도 464개, 무인도 2,918개)로 매주 1곳씩 방문해도 64년이 걸릴 정도다.

문화관광부와 국토교통부의 보고서를 보면 한국 섬들의 유형은 1)입지형태에 따라 군도, 열도, 또는 해안 중심도시로부터 인접한 육지근접형, 군도형, 고립형, 2)생성원인에 따라 육도, 양도, 육계도, 연육도, 연도, 3)거주형태에 따라 유인도, 무인도, 일시거주섬, 4)규모에 따라 Island(2,560~2,175.6천㎢), Isle(2.56~2,560㎢), Islet(0.00256이상~2.56㎢미만), Rock (0.00256㎢미만)으로 구분, 5)구성지질에 따라 바위섬, 모래섬, 6)기능에 따라 모도, 자도, 7)섬 자원에 의해 관광시설 및 생산소득 사업위주인 관광자원형, 농업시설 및 생산소득 사업위주인 농업자원형, 수산시설 및 생산소득 사업위주인 수산자원형, 농업 및 관광자원 또는 농업 및 수산자원이 합쳐진 복합형으로 구분, 8)관광 및 휴양형태에 따라 자연 그대로의 매력 요소를 활용한 자연활용형, 산업과 편의 기반시설을 갖춘 지역으로 정주 및 휴양이 가능한 정주휴양형, 어느 정도의 기반시설에 건축 및 시설 도입을 통하여 대량 관광이 가능하게 하는 관광방문형, 섬의 규모가 적어 단기간의 관람 및 체험이 가능한 관람경유형으로 구분한다.

섬이 많은 만큼 섬의 유형 구분 기준은 입지형태, 생성원인, 거주형태, 규모 등에 의한 유형화, 섬 자원에 의한 유형화, 관광 및 휴양 형태 등으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다양한 법률과 연구 기관

해양 영토 관리 차원은 물론이고 섬 주민들의 정주 안정성 증진, 체계적인 개발, 섬의 가치 증대, 섬과 주변 해역의 생태계 보전 등의 관리를 위해 많은 정책이 만들어졌다.

해양수산부는 ‘무인도서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인도 관리, 행정안전부는 ‘도서개발촉진법’을 근거로 유인도 관리, 환경부는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 보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무인도서 등 특정도서의 생태계 보호를 하고 있다.

섬 생태계 연구를 위한 기관들을 보면 행정안전부 산하기관인 한국섬진흥원은 해양영토, 정주환경, 자원활용, 법률규제 등에 대한 섬 정책연구와 섬 개발 영향평가, 교류 협력 및 교육연수, 섬 정보 구축 및 홍보에 포커스를 맞추고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의 736개 섬의 공원자원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무인도서 생태계 조사 및 특정도서 정밀조사’를 진행하면서 특정도서 생태계 보전을 위한 기초자료 확보 및 특정도서에 관련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호남권생물자원관은 도서·연안지역을 대상으로 생물다양성보전 및 생물자원조사 등을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해양수산부는 산하기관인 해양환경공단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통하여 국가종합생태계조사, 해양생물의 효율적 확보 및 다양성 연구, 해양생명자원조사 등으로 일부 섬의 생물다양성 및 생태환경을 조사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를 통해서 수중문화재 발굴조사, 보존연구, 해양역사문화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국립목포대학교의 도서문화연구원은 섬들의 인문, 사회 분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섬문화다양성네트워크, 한국섬재단 등은 인문 사회 분야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섬의 위치, 해안선, 지형, 생태계, 소유 체계, 토지 이용 등의 업무도 개별법에 따라 여러 기관이 나눠서 수행하고, 조사 시기·방법·내용이 달라 섬에 관한 자료와 정보의 체계적 관리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영해기점이 되는 섬들 가운데 무인도는 ‘무인도서법’에 따라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관리계획이 마련되어 있지만 국립공원에 포함되는 유인도를 제외하고는 정기적 조사를 하는 근거 법령 등은 없다. 무인도는 기초자료 부족과 외부 간섭에 의한 생태계 훼손과 교란문제가 심각하며, 유인도는 관련 업무의 적용 법률 및 주관 부처의 분산, 체계적인 섬 자원 실태조사와 모니터링이 미비한 상황이다.

 

통일된 섬 생태계 가치 평가 시급

앞에서 언급했듯이 한국의 섬은 「무인도서법」, 「도서개발 촉진법」, 「도서생태계법」, 「자연공원법」 등으로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각 법률의 관리방향 상충되어 비효율적 도서 관리가 진행되고 있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유인도와 무인도를 통합관리하고 주요 섬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국가차원에서의 섬 관리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해양수산분야 최상위 계획인 제2차 해양수산발전기본계획에서도 우리나라 관할 해역, 유인도, 무인도 포괄한 도서 관리 방향은 보이지 않는다.

국립생태원에서 특정도서에 생물을 관리하기 위해서 ‘무인도서보전가치 판정기준’으로 특정도서를 등급을 나누고 관리를 진행하고 있고, 정밀조사와 모니터링과 행위제한 등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현황, 지형경관과 서식생물에 의해서 나눈 등급이어서 인문사회와 관광의 가치 등은 빠져 있다.

해양수산부는 무인도서를 4개의 유형으로 나누고 도서별 행위제한을 하고 있다. 정부부처와 다수의 기관들이 각자의 법률 내에서 한국의 섬 관리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제도와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섬 생태계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통일된 평가 방법이 없다.

섬의 생태계 관리를 위해서는 무인도, 유인도, 특정도서 이런 식이 아닌 통합된 섬 생태계 가치 평가 방법의 개발이 필요하다. 섬 생태계의 일률적인 가치 평가와 장기적인 관점의 관리체계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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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지키미 2023-07-13 10:19:34
개발의 시대에 간과했던 것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살릴필요가 있습니다.

아직도 2023-03-29 14:26:00
평가 방법이 없는건가요?

지나가는이 2023-03-28 23:55:41
필요하네요